[단독] 청년 꿈 키운다던 안양시, 실상은 기업에게 갑질 계약 강요?

이상우 2017. 9. 20. 13: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IT동아 이상우 기자] 청년 창업 꿈을 지원한다던 안양시(시장 이필운)가 지난 몇년간 입주기업에 불리한 계약 조건을 내세워 임대 계약을 진행해 온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안양시는 지난 2016년 6월 27일, 안양창조경제융합센터의 문을 열면서 청년의 꿈과 도전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를 위해 사무실 및 부대시설, 창업 지원 공간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입주기업 계약서에는 이런 말과는 다르게 불합리한 내용이 상당히 많으며, 특히 입주기업이 '독박'을 쓸 수 있는 조항도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손해보험 가입… 수령인은 안양시?

올해 8월 작성된 계약서 내용 제8조에 따르면 '입주기업'은 화재 같은 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 보험금 수령인을 '진흥원'으로 하는 손해보험에 가입하고, 해당 증서를 제출해야 한다. 만약 진흥원이 직접 보험에 가입할 경우 입주기업은 이 금액을 진흥원에 납부해야 하는 방식이다. 진흥원은 안양시의 산하기관인 만큼, 결국 보험금 수령 주체는 안양시가 된다.

안양창조경제융합센터 입주 계약서

일반적으로 화재나 사고 등으로 임대 공간에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비하는 보험은 건물주가 기본적으로 가입한다. 이러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건물주가 가입한 보험을 통해 건물 수선 등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입자 역시 건물주가 가입한 보험과 별도로, 사고에 대한 보험을 가입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자신의 재산은 물론, 불이 번져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대비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의 계약서에 따르면 건물주에 해당하는 안양시가 납부해야 할 보험료까지 세입자인 입주기업이 부담하고 있는 형태다. 보험료는 입주기업이 모두 내지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수혜자는 안양시가 되고, 이 비용을 건물 수선에 사용한다고 하면, 세입자가 사고로 잃은 재산에 대해서는 보호받을 수 없는 셈이다. 입주기업은 안양시를 수령인으로 하는 보험 계약 외에도, 추가적으로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보험까지 이중으로 부담해야하는 꼴이다.

임대차보호법 위반 소지도 있어

계약서 내용에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위반 소지도 있다. 제13조 1항 1호에 따르면 진흥원이 임대 공간을 공용, 공공용 또는 공익사업으로 사용할 경우, 입주 기업은 계약 기간 만료 이전이라도 사무실을 비워야 한다. 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건물을 빌려주는 임대인은 입주한 임차인이 계약 만료일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 사이에 계약 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할 수 없다. 만약 공용 또는 공익사업으로 사용한다는 것을 나름의 '정당한 사유'라고 치더라도, 이를 최소한 계약 만료 1개월 전에는 입주업체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으며, 남아있는 계약 기간을 임의로 파기할 수는 없다.

안양창조경제융합센터 입주 계약서

더욱이 13조 4항에서는 진흥원은 계약 해지로 인한 입주 기업의 손해를 책임지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입주기업의 계약 위반으로 해지됐다면 큰 문제가 아니지만, 13조 1항 1호처럼 진흥원의 일방적인 통보에 의해 계약이 강제로 해지됐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기업이 떠안게 된다.

이해할 수 없는 예치금 구조

제4조 입주부담금 역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입주기업은 1년치 임대료를 선납으로 납부해야 하며, 1년치 임대료와 함께 예치금(보증금)까지 함께 납부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임대차보증금이란 임차인의 채무불이행 등으로 인한 위험 때문에 임대인이 맡아 두는 돈을 말한다. 쉽게 말해 입주기업이 월세 못 낼 가능성도 있으니 진흥원이 일정 금액을 미리 받아 두겠다는 뜻이다.

1년치 임대료 선납이라는 항목은 안양시공유재산관리조례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계약 시 입주기업은 이미 1년치 임대료를 이미 선지급하는 상황인 만큼, 진흥원은 추가적인 보증금을 받을 명분이 없다. 안양시가 이 조례를 바꿀 수 없다면 예치금 항목을 빼는 것이 타당하다.

안양창조산업진흥원의 입주 기업 모집 공고

게다가 이 보증금이 1년 임대료를 초과하는 상황인 만큼, 입주기업은 2~3년 정도의 임대료에 해당하는 비용을 한 번에 납부해야 한다. 물론 보증금의 경우 계약 만료 시 돌려받을 수 있지만, 이러한 건물에 입주하는 기업이 스타트업 형태인 만큼 비용에 대한 부담은 더 커진다(관련기사: https://it.donga.com/26976/).

입주기업은 안양시의 전시 행사에 동원될 수도

제11조 2항에서는 진흥원이 주관하는 행사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예를 들어, 진흥원이 제2안양 부흥을 기원하는 행사를 열고, 이 자리에 주요 인사를 초청했다면 입주기업은 이 행사에 성실히 참석해 '박수부대' 역할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안양창조산업진흥원의 입주 기업 모집 공고

'갑질'의 요소는 또 있다. 입주 계약서 제13조 1항 9호에는 입주기업이 집단행위 또는 선동으로 진흥원의 명예를 훼손시킨 경우 계약기간 만료 전이라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즉 계약 조건에 불만을 품은 여러 입주기업이 손잡고 내용 수정을 요구한다면 '숙청' 당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고, 떠날 때는 입다물고 떠나라는 얘기다. 이밖에도 '계약서 내용에 대해 이견이 있을 경우 입주기업의 의견을 들어 진흥원이 결정한다(제 18조)'는 조항이나 '계약사항 범위내의 행위라도 진흥원에게 손해를 가했을 경우 배상해야 한다(제16조)' 등의 조항도 있다. 이견이 있다면 서로 조율해야 할 것이고,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계약사항이라면 애초에 진흥원이 계약을 하지 않았어야 한다.

안양창조산업진흥원의 입주 기업 모집 공고

다른 지역의 계약 조건은?

그렇다면 경기도가 지원하고 있는 사무실 임대 계약 조건은 어떨까? 경기도 부천시에 위치한 춘의테크노파크 사례를 살펴보자. 지난 2017년 1월 계약 조건을 보면, 우선 보험 가입에 대해서 임차인이 화재나 천재지변 등으로 인한 자사의 장비 및 생산품 손해 발생에 대비해 임차인이 직접 손해보험에 가입하도록 돼 있다. 즉 화재가 발생했을 시 입주기업이 자신의 재산과 불이 번졌을 때 주변에 미칠 수 있는 피해에 대한 보험만 가입하면 된다.

계약 해지에 관해서도 '우리가 다른 용도로 쓸 테니 계약 만료 전이라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진흥원 계약서 제13조 1항 1호)'는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임대료 3개월 연체, 세입자가 공간의 일부를 임의로 재임대한 경우, 입주기업의 파산 등 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한 예외사유 등이 포함돼 있을 뿐이다. 이밖에 임대료 역시 평당 보증금과 월세를 받는 형식으로 상식적이다.

임대 비용 역시 차이가 난다. 안양창조경제융합센터의 경우 평당 1만 8,000원의 월 임대료와 25만 원의 보증금을 받는다. 만약 100평을 계약 한다면 180만 원의 월 임대료(1년 선납 기준으로 2,160만 원)와 2,500만 원의 보증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100평을 모두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안양창조경제융합센터의 전용률은 약 42%로, 100평 계약 시 42평을 쓸 수 있다.

안양창조경제융합센터 개소식

이와 달리 춘의테크노파크는 평당 6,000원 정도의 월 임대료와 평당 13만 원 정도의 보증금으로 입주 가능하다. 100평 계약 시 월세 약 60만 원에 보증금 약 1,300만 원이면 충분하다. 게다가 전용률이 약 62%인 만큼,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은 62평이 된다.

사실 안양창조경제융합센터에는 아무나 입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고를 통해 입주기업을 선정하고, 심사를 거쳐야 입주할 수 있다. 하지만 심사를 마칠 때까지 입주기업은 이러한 계약 조건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입주 공고를 낸 호실, 면적, 가격 등은 입주 기업 모집 공고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계약서의 세부적인 조항은 알 방법이 없다.

또, 입주심사보증금이라는 것을 심사 신청 시 함께 납부해야 한다.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만약 심사를 통과한 후 입주 계약서를 받아보고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 계약을 맺지 않는다면 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 당장 사무공간이 급한 스타트업이라면 아쉬운 마음에 불리한 조건이 포함된 계약서에 사인할 수밖에 없다.

입주심사보증금 제도

안양창조경제융합센터 개소식에서 이필운 시장은 "안양은 청년의 꿈과 도전을 지원하는 일을 시작하게 됐으며, 이번 센터 개소는 안양 제2부흥의 중심 역할을 할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공간의 주요 목적 중 하나인 벤처기업에 대한 사무실 제공이 이처럼 입주기업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작성됐다면 어떤 청년이 마음 놓고 꿈을 펼칠 수 있겠는가. 시와 진흥원이 '부동산 임대업'에 전념할 생각이 아니라면 최소한 부동산계약서보다는 조건이 좋아야 할 것이다.

다음은 계약서 전문이다.

안양창조경제융합센터 입주 계약서
안양창조경제융합센터 입주 계약서
안양창조경제융합센터 입주 계약서
안양창조경제융합센터 입주 계약서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사용자 중심의 IT 저널 - IT동아(it.donga.com)

IT동아/게임동아의 다양한 소식을 페이스북으로도 만나보세요 (https://www.facebook.com/itdonga)

동아닷컴과 IT동아가 함께 운영하는 IT 교육 및 콘텐츠 개발 전문 교육기관 스킬트리랩. 당신의 무한한 가치를 응원합니다. (http://www.skilltreelab.com)

Copyright © IT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