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인터뷰②] 진지희 "아역→성인 변화, 조심스레 그리고 천천히"

인터뷰①에 이어서...

“연기 말고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비교적 빨리 재능을 찾은 케이스잖아요. 그래서 배우로써 더욱 꿈을 찾아나가자는 생각을 명확히 했어요.”

담담하지만 단호하게 자신의 속내를 알리는 진지희의 모든 말들에는 묵직한 진심이 있었다.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빵꾸똥구’는 없었다. 아역 배우라면 겪는다는 ‘마의 시기’ 따위는 진지희를 거쳐 가지 않았고 불필해보였다. 오랜 연기자 생활로 축적해온 나름의 소신과 철학으로 속이 꽉 들어차있었고 그러한 것들이 열아홉 살의 소녀를 성인의 문턱으로 성큼 이끌고 있었다.

영화 ‘이웃집 스타’는 스캔들 메이커 톱스타 혜미(한채영 분)와 우리 오빠와의 열애로 그녀의 전담 악플러가 된 여중생 소은(진지희 분)의 한 집인 듯 한 집 아닌 이웃살이 비밀을 그린 코믹 모녀 스캔들 작품. 극중 진지희는 대외적으로는 혜미의 이웃사촌이지만 실제로는 그녀의 딸인 소은 역을 맡았다. 아이돌 스타를 좋아해 마냥 학생처럼 들뜬 모습을 보이다가도 혜미 앞에만 서면 그 누구보다 어른스러운 면모를 뽐내는 인물. 이러한 간극을 어색함 없이 채운 진지희는 이 영화의 일등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촬영장에서도 입시 준비를 놓지 않으면서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는 진지희 이야기는 이미 파다하다. 배우의 길이라는 명확한 항로가 주어졌음에도 불구, 진지희는 만족하지 않았다. 실제로 인터뷰를 진행한 뒤에도 “입시 학원을 가야 한다”며 “치열하게 해야죠”라고 말했다. 더 나은 성장을 위한 진지희의 긍정적인 욕심이었다.

“요즘 입시학원에서 배우고 있는데, 놓친 부분들이 많았어요. 저는 현장에서만 접한 게 전부였거든요. 요즘은 다양한 지식들을 공부하다 보니까 굉장히 풍부해지는 기분이에요. 더불어 대학교에 입학하면 더 많은 것들을 공부할 수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을 접해볼 수 있잖아요. 저와 같은 꿈을 가진 친구들을 만나고 생각을 공유하고 싶어요. 그래서 더욱 학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요.”

사실상 만 4살에 연기 활동을 시작한 베테랑 배우인 진지희는 과거 사진관 방문 당시, 우연한 기회로 아기 모델 선발대회에 나가게 됐고 그 인연이 연기 학원까지 맞닿았다. 이후 드라마 ‘노란 손수건’ 오디션에 최종 합격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연기 말고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연기가 재미있었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보다 비교적 빨리 재능을 찾은 케이스잖아요. 그래서 배우로써 꿈을 찾아나가기 위해 명확하게 했어요. 다른 분야에 대한 도전은 구체적으로 해 본적이 없어요. 대신, 배우를 하면 다양한 직업을 만나볼 수 있어요. 그게 좋아요. 의사가 될 수도 있고 피아니스트가 될 수도 있고 스포츠도 할 수 있죠. 항상 할 때마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 매력적이라 다른 분야에 대한 생각이 안 들었던 것 같아요.”

대중들이 기억하는 ‘빵꾸똥꾸’라는 수식어는 진지희에게 양날의 검 같은 존재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 기성 배우들에게 밀리지 않는 연기를 펼치면서 대중들에게 확실히 이름 세 글자를 각인시켰지만 동시에 낙인이 될 위험이 컸다. 하지만 그러한 소리가 점차 잦아 들고 있는 건, 진지희의 발전 욕구와 자연스레 묻어나는 여유 덕이었다.

“사실 걱정도 좀 됐죠.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은 했는데 시청자 분들께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 것 같아서 걱정은 됐었어요. 어차피 그래봤자 제가 시청자 분들의 생각을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지붕 뚫고 하이킥’은 저를 알리게 해준 유일한 작품이라서 여전히 감사함을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헤쳐 나가야 할 숙제에요. 성인이 되어서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드리면 연기로 승화할 수 있을 거예요.”

나이는 재기발랄한 19살의 학생이지만 진지희의 말과 어우러져 풍기는 외향적인 모습은 어느새 성숙미로 가득 찼다. 빠르게 성장한 진지희의 모습을 보고 일부 대중들은 괴리감을 느낄 수도 있겠으나, “아름다운 숙녀로 자랐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진지희는 이미 이러한 반응들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외향적으로 성숙해 보여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역 때의 얼굴이 계속 남아있으면 작품이 한정적인 건 사실이잖아요. 그런 면에서도 계속 제 몸 관리나 자기 관리를 꾸준히 하면서 노력할 생각이고 작품으로도 조금 더 다양한 역할을 접하려고 해요. 제가 성인 연기를 해도 거리감을 느끼지 않도록 조심스레 다가가고 싶어요. 아역 이미지를 타파하고 싶어서 강제적으로 특이한 걸 고른다기보다 자연스럽게 성인의 제 모습을 받아들이실 수 있을 때까지 천천히 연기하고 싶어요.”

/9009055_star@fnnws.com fn스타 이예은 기자 사진 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