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슛은 마지막 패스다' 정석을 풀이한 리오넬 메시

신명철 편집 위원 입력 2017. 9. 2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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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오넬 메시의 슛은 골대로 향하는 마지막 패스였다.

[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20일 이른 아침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에서 벌어진 2017-2018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5라운드, FC 바르셀로나와 SD 에이바르 경기는 리오넬 메시를 위한 무대였다.

이날 메시의 활약상을 보도한 스포티비뉴스 기사를 보자.

"메시는 4골을 넣으며 골 폭풍을 몰아쳤다. 전반 20분 만에 페널티킥으로 그 시작을 알렸다. 후반 14분에는 에이바르 수비수 3명 사이를 비집고 멋진 골을 터뜨렸다.에이바르가 만회 골을 넣고 불과 2분 뒤 터진 골이다. 메시의 골로 바르셀로나는 에이바르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이 상황을 느린 화면으로 보면 메시는 인사이드킥으로 밀 듯이 공을 골대로 보낸다. 메시의 발을 떠난 공은 골키퍼 손끝과 골대 사이 작은 공간으로 볼링공이 굴러가듯이 들어갔다. 패스 치고도 약한 패스였다.

이 장면에서 글쓴이는 '슛은 마지막 패스'라고 침을 튀기며 '열강'을 하던, 중학교 때까지 축구 선수로 활약했다고 주장하는 친구 말이 떠올랐다.

친구에게 그 말을 듣게 되기까지 과정, 흔한 축구 소년들 얘기를 소개한다.

글쓴이가 다녔던 신철원초등학교는 해마다 봄이 되면 면을 대표해 철원군 면 대항 초등학교 축구 대회에 출전했다. 선수들은 대회를 앞두고 열심히 연습했는데 이때 몇몇 장면이 지금도 TV 화면처럼 또렷이 떠오른다.

먼저 축구공에 바람을 넣는 장면이다. 자전거 타이어에 공기를 넣는 기계를 이용해 수시로 축구공에 바람을 넣어야 했다. 처음에는 자전거를 수리하는 가게에 가서 바람을 넣었지만 공이 워낙 자주 쭈그러지다 보니 자전거 가게 주인에게 기계를 빌려 학교에 놓아 두곤 했다.

또 하나는 강한 바람이 불어 흙먼지가 일면 바람 반대 방향으로 서서 잠시 연습을 중단하던 장면이다. 봄만 되면 바람이 세게 불곤 했다. 바람이 불면 맨땅인 학교 운동장은 앞을 보기 힘들 정도가 되곤 했다. 숨이 차서 잠시 입을 벌리면 입안에서 모래 먼지가 씹혔다.

선수가 아닌 아이들은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올 때쯤이면 벼 그루터기가 삐죽삐죽 나와 있는 학교 앞 논바닥에서 조그만 고무공을 차며 놀았다. 그루터기에 걸려 넘어지기라도 하면 무릎에 생채기가 나곤 했다. 그래도 아이들은 해가 서녘 산등성이에 걸릴 때까지 공을 차며 놀았다.

중학교 때는 학교에 축구부가 없었다. 흔하디 흔한 축구 골대도 없었다. 야구부 선수들이 훈련하다 다칠까 봐 아예 골대를 세우지 않았단다. 그래도 아이들은 점심시간만 되면 공을 차고 놀았다. 정식으로 경기를 한 게 아니고 축구공 2개를 몰려다니면서 그냥 찼다.

고등학교 때도 축구부가 없었지만 제법 그럴 듯한 팀을 만들어 공을 찼다. 목표는 서울시교육감배대회에 나가는 것이었다. 글쓴이는 후보 선수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훈련했다. 그런데 선수 출신이 아닌 아이들이 차는 공이 골대를 넘어 학교 담장을 넘어가는 일이 허다했다.

그때 중학교 때까지 축구 선수를 했다고 주장한 친구가 참다 참다 한마디 했다. "얘들아, 슛은 마지막 패스야." 그 친구는 '슛을 세게 하려 하지 말고 구석을 보고 정확히 차라'는 뜻을 전하고 싶었고 그 내용을 살짝 각색해 만든 말이었다.

​군대 축구 얘기는 밤새 해도 모자랄 듯하다. 글쓴이는 전방 ○사단 신병교육대 조교로 복무했다. 후방 부대에서 6주 기초 군사훈련을 받은 신병을 받아 4주 동안 주특기 교육을 하고 예하 연대로 보냈다. 기수마다 200여명의 신병을 받으면 신기하게도 초등학교든 중·고등학교든 축구 선수 생활을 했던 신병이 한두 명씩은 꼭 있었다. 그래서 그럴 듯한 팀이 꾸려졌고 교육 일정이 끝날 무렵 조교들과 친선경기를 했다. 이긴 쪽이 PX에서 파는 ‘브라보콘’을 사서 진 쪽에 주곤 했다.

이 정도 축구 관련 일화는 한국 남자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터. 조기 축구든 직장 축구든 축구를 즐기는 모든 이들에게 20일 아침 메시는 '슛은 마지막 패스'라는 말을 몸으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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