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 받을 때 꼭! 메모하세요

2017. 9. 2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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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자기변호노트’ 사용설명서-메모란-체크리스트-피의자의 권리로 구성…
자신의 혐의ㆍ조사 과정에서 억울한 점 등 기록해야

시민을 위한 법조 개혁
① 박철·최옥자 부부의 싸움②국선변호사들이 말하는 개혁 ③ 메모의 권리
<한겨레21>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자기변호노트’팀과 함께 법조 개혁의 초점을 시민의 권리 보장에 맞춰야 한다는 취지로 ‘시민을 위한 법조 개혁’을 연재해왔다. 마지막 회에서는 ‘자기변호노트’ 초안을 공개한다. _편집자
누구나 불시에 수사받을 수 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법률적 도움을 받기란 쉽지 않다. 국선변호인 제도는 아직까지 재판 단계에서만 적용된다. 변호사 선임 비용도 부담되고, 누구를 찾아가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기변호노트’는 홀로 조사받아야 하는 시민들이 수사 과정에서 권리 보장을 위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한겨레 김태형 기자

‘자기변호노트’는 시민들이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한 조사를 받도록 만들어진 ‘도구’다. 갑작스러운 소환 통보로 변호사 없이 홀로 경찰이나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어떤 혐의로 조사받는지, 조사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았는지 등을 바로 메모하면 이후 수사와 재판을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자기변호노트 작성법과 주의사항

민변이 초안을 완성한 자기변호노트는 ①사용설명서 ②메모란 ③체크리스트 ④수사 절차 과정에서 피의자의 권리,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사용설명서’에선 자기변호노트 작성 방법과 주의사항을 담았다. 조사 도중이나 휴식시간, 그게 어렵다면 조사 직후 등 기억이 선명할 때 자기변호노트를 작성해야 한다.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메모의 신빙성을 위해서다.

조사받을 땐 본인의 진술을 조사관이 받아 적은 ‘조서’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오랜 시간 조사받는 것에 지쳐 ‘빨리 서명하고 집에 가자’는 생각에 조서를 읽지 않고 서명하면 나중에 상상도 못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조서는 수사기관이 누군가의 범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작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피의자에게 유리한 내용은 빠지고 불리한 내용만 담길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말이 왜곡되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이 조서에 담겼다면 수정을 요구해야 한다.

수사기관의 협조가 필수다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내용을 담은 ‘사용설명서’ 뒤에는 ‘메모란’이 있다. 조사 과정을 모두 기록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혐의, 조사 과정에서 억울한 점, 경찰이나 검찰의 부당한 대우 등 꼭 기억할 내용을 간단히 적으면 된다.

그다음은 ‘체크리스트’다. 피의자가 진술을 거부할 수 있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권리를 조사관이 고지했는지, 진술 과정에서 자백을 강요하는 등 강압적 태도나 회유가 있었는지, 자백하지 않을 경우 구속 수사 등 불이익이 생길 수 있음을 암시했는지 등을 점검하도록 돼 있다. 주로 조사 중 피의자 권리가 제대로 보장됐는지 확인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마지막 ‘수사 절차에서 피의자의 권리’ 부분에는 입건→체포→구속→송치→기소→재판→형집행 등으로 진행되는 형사소송절차에 대한 설명을 담았다. 형사소송절차가 생소할 수밖에 없는 시민들을 위해 피의자 ‘권리’를 중심으로 되도록 쉽고 상세하게 썼다. 피의자가 신체적·정신적 장애 등으로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할 경우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참관하에 조사받을 권리, 조사 과정에서 반말이나 모욕이 계속될 때 조사관 교체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 등에 대한 설명이 담겼다.

자기변호노트가 순조롭게 정착되려면 수사기관의 협조가 필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1년 11월 검찰총장에게 ‘피의자가 조사를 받는 중 메모할 수 있게 허용하라’고 권고했다. 검찰은 인권위 쪽에 “조사 도중 기억 환기용으로 간략히 메모하는 것은 허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수사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법무·검찰개혁위원회’ ‘경찰개혁위원회’ 등에서 조사 중 메모할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의 권리 보장하는 방향으로

자기변호노트 도입이 수사 과정에서 시민의 권리를 지키는 만능 열쇠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법조 개혁은 이미 많은 권력을 가진 경찰·검찰·법원 등 수사기관과 사법기관 사이의 권한 조정으로 의미가 축소되어선 안 된다. 자기변호노트를 허용하는 것은 법조 개혁이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물꼬를 트는 첫걸음이다.

‘피의자 방어권 보장과 자기변호노트’ 토론회
인권 보장의 구체적 대안을 말하다
수사 과정에서 시민들의 방어권 침해 사례를 공개하고 자기변호노트 활용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피의자 방어권 보장과 자기변호노트’ 토론회가 9월19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열린다. 토론회는 지난해부터 자기변호노트 초안 작업을 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가 주관하고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주최한다. 오후 2시부터 진행되는 토론회에는 권보은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이 ‘피의자 방어권 관련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현황과 입장’, 조수진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가 ‘수사절차 방어권 침해 사례 및 피의자의 권리 보장 과제’를 발표한다. 송상교 민변 공인인권변론센터장은 민변이 만든 자기변호노트 초안을 공개하고 활용 방안 등을 제안한다. 발표 뒤 토론에는 정영훈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이사,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이 참여한다. 특히 바람직한 경찰 수사 모델 등을 마련하기 위해 경찰청에 설치된 ‘수사제도개편단’ 소속 최준영 총경이 토론에 나와 자기변호노트에 대한 경찰 쪽 의견을 밝힌다. 토론회에서는 변호사들이 목격한 수사 과정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할 예정이다. 입건부터 형집행까지 형사소송절차에서 인권 보장의 구체적인 대안으로 제시되는 자기변호노트는 널리 활용될 수 있을까.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검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협조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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