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조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춘향'..발레 경력이 큰 도움 됐죠"

서은영 기자 2017. 9. 2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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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무용단 신작 '춘상' 주역 김병조
"당기고 밀며 공간과 호흡..우리 춤의 맛 살려"
국립무용단 신작 ‘춘상’에서 주인공 ‘몽’ 역을 맡은 김병조 /사진제공=국립무용단
[서울경제] 하늘에는 가을 기운이 완연한데 이 남자의 얼굴은 봄이다. 불꽃놀이 같은 사랑, 별빛이 쏟아지는 밤에도 잠 못 이루는 사랑이 표정과 몸짓에 뱄다.

오는 21~2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정구호 연출과 한국 무용 안무의 대가 배정혜가 춘향전을 모티브로 선보이는 국립무용단 신작 ‘춘상’에서 ‘몽’ 역할로 첫 주역을 꿰찬 김병조(36)의 얼굴엔 그렇게 춘(春·봄)이 왔고 얼굴엔 몽(夢·꿈)이 앉았다.

무대 개막을 앞두고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만난 김병조는 막바지 연습으로 상기된 얼굴이었다. 스무살의 풋풋한 사랑을 연기하기엔 적지 않은 나이. 얼굴엔 원숙미가 느껴지고 특유의 능변이 이어지는 중견 무용수에게 ‘몽’ 역할은 어떤 의미일까. “처음엔 30대 후반인 저를 왜 주역으로 뽑았는지 궁금했어요. 생각해보니 누구나 청춘의 사랑을 경험하잖아요. 제 사랑을 떠올리며 연기하면 관객들 역시 추억 속 사랑이야기를 꺼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군요.”

국립무용단 신작 ‘춘상’에서 ‘몽’ 역을 맡은 김병조 /사진제공=국립무용단
스무살의 ‘몽’처럼 김병조 역시 타고난 사랑꾼이다. 만난 지 하루만에 청혼하고, 한 달 뒤 결혼식을 올렸을 정도다. 그가 불타는 사랑을 경험한 것이 무용, 그다음으론 아내뿐이니 ‘몽’이라는 배역이 그에겐 최적인 셈이다.

김병조는 20대 시절 국립발레단 연수단원으로 각종 콩쿠르에서 주목받던 발레리노였다. 그런 그에게 군 제대 후 시련이 닥쳐왔다. 발레리노에겐 치명적인 근육이 몸에 붙으며 더 이상 발레를 할 수 없게 된 것. 당시만 해도 발레가 인생의 전부였던 그였지만 재빨리 한국무용으로 방향을 틀었고 우연한 기회로 한국 전통 춤극의 대가 국수호를 사사했다. 그런 그가 2011년 국립무용단에 입단하면서 무용계 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특히 ‘춘상’의 전신이자 모티브가 된 작품 ‘춤, 춘향’에선 ‘포졸3’ 역을 맡았던 그가 이번엔 주역을 맡으면서 또 한번 주목받고 있다.

더블캐스팅된 조용진-이요음 커플이나, 김병조와 팀을 이룬 송지영까지 그를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은 김병조의 표현을 빌자면 뼛속까지 한국무용의 정서와 언어를 습득한 원어민들이다. 반면 발레 전공자인 김병조는 동작 하나를 소화할 때도 머리 속으로 끊임 없이 한국무용의 문법을 떠올려야 한다.

국립무용단 신작 ‘춘상’의 주역 송지영, 김병조 /사진제공=국립무용단
“제가 한국무용을 한다는 건 20대 중반의 청년이 영어를 독학해서 계산적으로 영어를 하는 것과 비슷해요. 그래서 처음엔 한국 춤을 먼저 접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도 많이 했죠. 그런데 요즘은 발레를 먼저 한 게 도움이 됩니다. 요즘 국립무용단 작품 중엔 전통을 재해석하는 작품이 많은데 이럴 때 발레 동작이 필요하거든요.”

이번 작품은 음악, 무대, 의상 모두 파격이다. 아이유, 볼빨간사춘기, 넬 등 대중가요 음악을 쓰고, 무용에는 거의 쓰지 않는 복층 무대로, 무대의 각도를 달리하며 관객이 무용수들의 몸짓을 낯설게, 입체적으로 감상하게 한다. 이는 앞서 정구호 연출이 국립무용단과 작업했던 ‘향연’의 북 치는 장면(오고무)에서 무대가 회전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다.

국립무용단 신작 ‘춘상’에서 주인공 ‘몽’ 역을 맡은 김병조가 단원들과 연습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립무용단
서양무용과 한국무용을 모두 배운 그에게 한국적 컨템포러리를 극대화한 이번 작품은 큰 도전이자 기회다. “한국무용이 줄까 말까 하는 정서라면 가요는 계속 주는 느낌이죠. 처음엔 전혀 다른 논리의 음악과 춤을 맞추기 어려웠어요. 이런 디테일을 안무가 배정혜 선생이 맞췄어요. 자세히 보면 한국무용만의 깊이 있는 호흡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서양 무용이 직선의 움직임이라면 한국무용은 공기와 바람의 순환을 느끼며 움직이죠. 1장에 등장하는 졸업파티에서 마치 현대의 헤드뱅잉과 비슷한 안무가 있는데 이때도 공간의 호흡을 몸속으로 당겨 감칠맛을 내는 당기기 호흡, 호흡을 밀어내 무게감을 표현하는 밀기 호흡을 반복하며 우리 춤만의 맛을 살리죠. 이런 디테일을 살펴보는 재미를 느끼면 좋겠습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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