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동수와 함께하는 동물보호 이야기] 사설 동물보호소와 '애니멀호더'

명보영 수의사 입력 2017. 9. 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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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명보영 수의사 = 전국에 사설 동물보호소(이하 사설보호소)라 불리는 곳은 대략 100여개 정도이며, 사설보호소에 있는 동물은 약 1만 5000마리로 추정된다. 아직 사설보호소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농림축산식품부의 계획 중 하나로 ‘사설보호소 실태조사’ 항목과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중성화수술 지원 등이 잡혀 있다. 하지만 언제 이루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사설보호소는 동물보호단체, 일반단체, 개인이 운영하는 형태로 대부분 개를 보호하지만 고양이를 보호하는 곳도 있다. 보호 수준은 제각각이며 누가 보더라도 잘 운영되는 곳이 있는 반면 학대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도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는 여기서 보호하고 있는 동물도 유기동물이라 부른다. 소유권이 단체에 있든 개인에 있든 간에 유기동물이라 부른다. 어떻게 보면 버린 사람은 아니어도 주인이 있는 동물인데 유기동물이라고 계속 불러야 하는 지에 대해선 고민해 볼 문제다.

충청남도 아산시에 위치한 한 사설 동물보호소 모습.(사진 버동수 제공) © News1

우리나라에는 아직 개, 고양이 등의 적정 보호를 위한 지침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번식업, 판매업, 시보호소 등에 대한 간략한 기준이 있을 뿐이다. 사설보호소의 경우 시보호소, 번식업, 판매업과 다르게 식용 목적의 개농장처럼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리고 학대에 대한 기준도 명확치 않아 누가 봐도 심각한 학대 상황이지만 관리부실이란 표현을 하고 있다. 동물의 관리와 관련해 법적인 조치를 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애니멀호더(Animal Hoarder)에 대한 기사들이 가끔씩 언론에 나온다. 해외에서는 이에 대한 이슈가 많이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애니멀호더의 간략한 정의는 ‘많은 수의 동물을 부적절하게 과다 사육함으로써 질병 문제, 행동학적 문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람’을 말한다.

애니멀호더의 경우 대부분 소유강박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이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모두 동물을 무생물인 물건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소유하고 있는 동물이 질병에 걸려 있건 죽음을 당하건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

사설보호소에 대한 조사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일단 애니멀호더 성격의 사설보호소를 분류하는 작업이 먼저 필요해 보인다. 또한 애니멀호더 및 학대와 관련된 내용 역시 법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열악한 사설보호소에 '버동수'나 다른 수의료단체, 그리고 일반인들이 개체 수 조절이나 여러 도움을 주고 있지만 어쩌면 시한폭탄 같은 상황이다. 몇몇 사설보호소는 관리자가 지병 등이나 갑작스런 상황이 생겨 다른 사람들이 이를 감당하기도 했다.

지금 포천 ‘애린원’이 법적 분쟁에서 해체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데 그 많은 동물들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계속 학대상황으로 동물을 방치할 순 없기에 많은 이들의 관심과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대형 사설 동물보호소 전경.(사진 버동수 제공)© News1

몇몇 동물복지 선진국에서는 애니멀호더에 대한 분류와 조사가 이루어지는 곳도 있으며 이에 대한 응급조치가 이루어진다. 이에 여러 단체들이 협력하여 동물을 구조하고 적절한 곳에 보호조치 하며 소유자에 대해 사회보호시설에서 정신과 치료나 자생 훈련 등을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기도 한다.

우리가 여기까지 가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개식용, 번식업, 판매업, 시보호소 등 법테두리 안에 있는 곳들도 부적절한 관리 상황에 대해 관리부실 정도로 언급하고 있어 학대라는 단어를 쓰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많은 이들이 사설보호소에 관심을 갖고 봉사활동을 하거나 후원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활동과 노력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닌 효율적인 작업이 되기 위해서는 사설보호소에 대한 진단이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 관리자의 성향을 파악하여 애니멀호더 성격의 보호소를 분류해 이에 대한 해결방안도 동시에 모색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동물학대에 대한 개념 역시 정리가 이루어져 적절한 관리가 되지 않는 것도 일반적인 학대 범주에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 명보영 수의사(광주 주주동물병원장).© News1

woo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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