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전쟁 대한민국] '허수애비 vs 라떼파파'

김설아 기자 입력 2017. 9. 20.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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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젊은이들이 힘겨운 육아전쟁을 치르고 있다. 매년 70만명 이상의 새로운 부모가 생겨나고 이들은 육아전쟁터에 신입병사로 투입된다. 맞벌이·외벌이부부 모두 예외는 없다. 맞벌이부부에게는 아이를 믿고 맡길 시설, 육아를 위한 절대적 시간이 부족하다. 외벌이부부는 독박육아·금전적 부담과 고군분투한다. <머니S>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2030세대의 육아전쟁 현실을 진단하고 육아 선진국의 사례 등을 통해 나아갈 길을 모색했다. 또 두 아이와 육아전쟁을 치르는 <머니S> 기자의 생생한 체험기도 전한다.<편집자주>

“육아 참여요? 마음으로는 하고 싶죠. 몸이 회사에 묶여있는 게 문제죠.” (한국 아빠)
“(육아는) 도와주는 게 아니잖아요. 제 아이인데 당연히 제가 해야죠.” (스웨덴 아빠)

아빠가 하루에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회원국 평균 47분이며 스웨덴이 5시간으로 가장 길다. 대한민국은 6분에 불과하다. 이 시간이 중요한 시사점으로 떠오른 이유는 아빠의 육아참여가 저출산 극복의 중요대안이어서다.

최근 이어지는 저출산 관련 연구들은 아빠의 육아참여를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지적한다. 여기 두 사례를 보면 그 차이를 잘 느낄 수 있다.

◆ ‘극과 극’ 허수애비 vs 라떼파파

먼저 허수애비(직장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가정이나 자녀교육에 소홀한 아버지를 빗댄 말) 나바빠씨(39)의 삶을 들여다보자. 나씨에게는 아직 손이 많이 가는 세살짜리 아들이 있지만 잦은 야근과 회식 등 회사업무에 치여 육아는 아내에게 떠맡긴 지 오래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도 일단 집에 도착하면 소파에 드러눕기 바쁘다. 아내는 아이를 낳은 뒤 프리랜서로 전향했다. 돌 무렵 아이가 자주 아팠던 탓에 반차, 연월차를 연속으로 썼던 게 발단이 됐다. 나씨는 당시 아내를 대신해 단 한번도 아이를 병원에 데려다 주지 못했다. “아이가 아프다”고 상사에게 말하면 “그걸 왜 아빠가 가냐”는 식의 대답만 돌아올 뿐. 그때나 지금이나 나씨는 여전히 6분짜리 허수애비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라떼파파(한손에 커피를 들고 다른 한손으로 유모차를 밀며 다니는 스웨덴 아빠들을 일컫는 말) 크리스씨(33)의 삶은 어떨까. 나씨가 식은 커피를 앞에 두고 스트레스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이 육아휴직 중인 크리스씨는 커피숍에서 육아휴직 동기들과 느긋하게 앉아 대화를 나눈다. 유모차 안에는 두살배기 딸이 곤히 자고 있다. 이들의 대화내용은 아이와 행복한 놀이플랜짜기. 크리스씨의 아내는 480일의 육아휴직 중 절반을 사용한 뒤 대부분의 스웨덴 여성처럼 직장을 다니고 있다. 직장에 복귀한 뒤에도 근무시간을 줄여 매일 오후 4시면 퇴근한다. 크리스씨는 아내가 돌아오면 함께 아이를 돌보고 저녁을 준비한다. 크리스씨 부부는 현재 둘째를 계획 중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크리스씨의 삶이 마냥 부럽지만 우리의 육아현실은 냉혹하다. 대한민국 아빠가 자녀와 보내는 시간이 OECD 평균의 8분의1 수준인 6분이라는 것은 정부의 정책지원 문제를 넘어 ‘독박육아’의 짐을 엄마에게만 지우는 가혹한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이는 다시 저출산이라는 악순환의 주원인이 된다.

전문가들은 “엄마만 혼자서 동동거리며 일과 육아를 떠안는 것이 아니라 아빠도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도록 아빠의 육아를 지원하는 정책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빠의 육아참여가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문화개선, 남녀가 함께 아이를 키우는 사회의 모습을 갖추는 데 핵심이기 때문이다.

◆ 아빠가 함께 아이 키우는 사회

스웨덴과 한국의 아빠. 그들의 삶을 이토록 다르게 만든 것도 바로 아빠의 육아참여에 있다. 사실 스웨덴의 보육관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양성평등을 기본으로 한 민·관의 젠더적 시각이 합치되자 큰 시너지가 발생했다.

유럽국가 중 가장 높은 출산율 1.88명(2014년 기준), 남성(76.5%)에 뒤지지 않는 여성경제활동 참가율 73.1%. 이 수치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양성이 평등한 사회환경이 결국 아이 낳기 좋은 사회를 만든다는 것이다.

스웨덴의 가족친화정책을 더 들여다보자. 스웨덴에는 우선 양성평등에 기반한 휴가제도가 있다. 부모 각각 90일의 육아휴직이 필수다. 480일의 출산휴가는 부모가 각각 나눠서 사용할 수 있다. 부부가 육아휴직기간을 똑같이 나눌 경우 추가로 세금감면혜택을 받는다.

육아휴직기간 중 390일(13개월)은 급여의 80%가 지급된다. 아빠가 육아휴직을 신청할 경우 별도의 장려금도 나온다. 아빠의 육아휴직을 적극 권장하는 사회시스템 덕분에 스웨덴 아빠들의 90%가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전체 육아휴직기간의 4분의1을 아빠가 쓴다.

여성들은 출산 후 회사에 복직하더라도 다양한 형태의 탄력근무가 가능하다. 자녀가 8세가 될 때까지 근무시간의 25%를 줄이는 제도다. 아이와 유대관계, 소통을 중시하는 ‘스칸디 맘’이 탄생한 배경이기도 하다.

국가가 책임지는 보육제도에 따른 양육비 경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보육과 아동·가족지원을 연계선상에 놓고 육아휴직과 아동수당(200유로·18세까지)을 정책의 기본틀에 포함시켰다. 출산을 해도 정상적 생활을 보장해 경제적 문제로 출산을 꺼리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한 것이다. 육아수당과 별도로 19살이 될 때까지 학비는 전액 무료, 급식도 무상이다. 대학교육 또한 무료다.

여기에 성평등을 기반으로 한 사회문화 개선노력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유아 때부터 아이들이 성별에 편견을 갖지 않도록 교육한다. 로봇이나 인형 등의 장난감도 아이들 성별에 따라 나눠주지 않고 역할극 놀이를 할 때도 남자가 공주, 여자가 군인이 되기도 한다.

정부는 모든 부서에 양성평등을 기준으로 제도를 만들도록 지시하고 각 부처에서 양성평등이 이뤄지도록 책임을 준다. 사기업 중 여성 참여율이 40%를 넘지 않는 곳에는 정책을 바꾸도록 압력을 가한다. 기업과 사회가 성평등정책을 잘 지키는지 여부도 철저히 감시한다.

이 같은 스웨덴의 가족친화정책은 성평등을 원칙으로 ‘낳기만 하면 국가가 육아를 책임진다’를 기본으로 한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자녀양육문제를 엄마와 가족에게만 한정시킬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제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아이 한명을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이 있다. 엄마가 독박육아를 하지 않는 사회, 아빠가 함께 아이를 키우는 사회, 나아가 사회적 지원과 대책 속에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고 클 수 있는 사회가 새로운 가족정책의 비전이 돼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6호(2017년 9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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