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법원장 잘못 뽑으면 나라망한다"..한국당의 억지

CBS노컷뉴스 강혜인 기자 입력 2017.09.20. 05:03 수정 2017.09.20.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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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처럼 망한다" 등 논리적 비약에 당내조차 갸우뚱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심사경과 보고서 채택 논의를 위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주광덕 간사를 비롯한 의원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안 등 국회 쟁점 사안에 반대하면서 논리적 비약을 일삼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제 1야당이지만 국민의당에 캐스팅 보트를 뺏긴 상황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무리한 논리를 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를 두고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해 절대 부적격 입장을 보이고 있는 한국당은 지난 18일 반대 근거로 베네수엘라 사례를 들고 나왔다. 홍준표 대표의 측근인 이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후보자의 임명과 관련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가 꼭 참조해주길 바란다"며 운을 띄웠다.

그는 베네수엘라 몰락의 직접적인 원인을 대법관 코드 인사에서 찾았다. 그는 "전세계의 사회주의자들이 칭송하던 베네수엘라가 몰락했다. 국민들이 쓰레기통을 뒤지고 여성들은 성매매로 살아가는 비참한 나라가 됐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가 망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차베스·마두로 두 독재정권이 지속적으로 친정권 성향의 대법관을 임명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독재 정권은 대법관 인사 12명을 임명한 것을 필두로 입맛에 맞는 대법관들로 베네수엘라 사법부를 다 채웠다. 차베스 정권이 집권하는 동안 4만 5천여 건의 판결이 있었는데, 이 중 단 한 건도 차베스 정권에 거슬리는 판결이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그러한 사법부 장악의 독재 전횡이 베네수엘라가 몰락하게 된 주요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베네수엘라가 겪은 경제 위기는 고려하지 않은 채 오로지 국가 흥망성쇠의 원인을 대법원장 임명에서 찾은 결과다. 베네수엘라는 석유 수출 외 경제기반이 취약했고, 국제 유가가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내리막을 걸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또 이 최고위원이 언급한 우고 차베스 정권은 베네수엘라를 14년간 장기집권한 정권이었다.

그러나 홍 대표는 이를 "최근 우리 당에서 한 발언 중 최고의 발언이었다"며 추켜세웠다. 홍 대표는 "김명수 후보자를 대법원장으로 임명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베네수엘라에 있다"며 "아주 심각한 문제"라고 동조했다.

이에 더해 한국당은 이날 오후 당 차원의 공식 논평을 내고 "대법원장 한 명을 잘못 뽑으면 (한국이) 베네수엘라처럼 망할 수 있다. 잠깐의 공백이 무섭다고 사법부 이념화로 몰락한 베네수엘라의 전철을 밟을 것이냐?"는 주장을 이어갔다.

15일 오후 대구 중구 동아백화점 쇼핑점 앞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술핵 재배치 국민보고 대회에서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와 집회 참가자들이 文정권의 구걸안보 즉각 중단하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전술핵재배치에 대해서도 홍 대표를 중심으로 무리한 발언이 쏟아졌다. 홍 대표는 지난 15일 대구에서 전술핵재배치를 촉구하는 대국민보고대회를 개최하고, 이 자리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할 수도 있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으로 인해 "5천만 국민이 핵의 '인질'이 됐다"는 표현을 반복하며 "인도가 핵을 개발했을 때 파키스탄도 NPT 탈퇴를 선언했다. 우리도 NPT에서 탈퇴하고, 핵 개발할 수 있는 핵 물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당에서는 일단 진화에 나섰다. 한국당 북핵대응특위 소속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진짜로 NPT에 탈퇴한다는 뜻은 아니다. 홍 대표의 말은 단지 전술핵재배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말 정도였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이밖에도 동성애와 관련, 동성애와 수간(동물과의 성관계)을 등치시키는 등 보편성이 떨어지는 발언으로 한 차례 논란을 산 바 있다. 지난 13일 이채익 의원은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성소수자를 인정하기 시작하면 근친상간, 소아성애, 시체성애, 동물과의 성관계까지 허용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해 지나친 비약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같은 논리는 한국당 내부에서조차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베네수엘라 비유'를 언급하며 "대법관 잘못 뽑는다고 나라가 망하냐. 그건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통화에서 "강도가 센 발언들이 나오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언론에서 받아주지 않는다는 인식 하에 나오는 말들"이라고 지적했다.

[CBS노컷뉴스 강혜인 기자] ccbb@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