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정부·유치원 다툼..학부모·아이 등만 터졌다

김현주 2017. 9. 2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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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사립유치원 최대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은 지난 15일 오후 긴급간담회를 열고, 두 차례 예고했던 사립유치원 집단휴업을 취소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집단휴업 사태는 종료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는 혼란의 또 다른 시작이었습니다. 집단휴업 취소를 발표한 뒤 불과 몇시간만에 한유총 투쟁위는 철회를 취소하고, 집단휴업을 강행한다는 한밤중 입장문을 내놓았습니다.
이후 혼란이 반복하다가 지난 16일 밤 한유총은 입장자료를 통해 "휴업하지 않는다"고 또다시 결정을 번복해 물의를 빚었습니다. 지도부와 투쟁위, 온건파와 강경파 사이에 알력다툼이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고, 이같은 소식을 접한 학부모들은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이처럼 한유총이 집단휴업 철회 여부를 놓고 입장을 번복한 이유는 내부 이견(異見)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집단휴업은 결국 취소됐습니다. 정부가 강경한 대응방침을 고수하고, 여론도 크게 악화하면서 집단휴업을 끌고 나갈 동력원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과 같은 사태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며 사립유치원들이 학부모와 아이를 볼모로 잡고 무리한 요구를 할 게 아닌, 법리와 상식에 맞는 해법을 찾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학습권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앞세운 한유총의 무책임한 행동과 내분, 그리고 교육당국의 애매한 대응이 더해지며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휴업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던 학부모들은 휴업에 참여하기로 했던 사립유치원 명단을 만들어 공유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16일 밤 한유총 사무국은 입장자료를 통해 "우리의 공식적인 입장은 휴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입장자료에는 최정혜 한유총 이사장과 대구·광주·대전·울산·경기·충북·충남·전남·경북·제주 등 11개 지회장, 인천지회 회원 75%가 뜻을 함께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여기에 동참하지는 않았지만 서울도 자체 회의를 거쳐 휴업을 철회했고, 경기와 강원 등도 철회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휴업 돌입, 철회, 강행, 또다시 철회 결정…손바닥 뒤집듯 계속 번복한 한유총

뒤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한유총의 휴업 철회는 처음이 아니었다. 3일동안 두 차례나 반복됐다.

최 이사장 등 한유총 지도부는 지난 15일 오후 교육부와 긴급간담회를 열고 휴업 철회에 전격 합의했다. 하지만 그날 밤 한유총 투쟁위원회는 철회 선언을 뒤집었고, 16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내용을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투쟁위 기자회견 후 불과 몇시간도 안 돼 최 이사장 등 한유총 지도부는 '철회 번복'을 또다시 번복, 휴업을 다시 철회한다고 밝혔다.

지도부와 투쟁위 사이에 내분이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휴업 등 강경투쟁을 주장하는 투쟁위와 다수의 온건파 사이에 입장 조율은 물론 의사소통이 전혀 안 되고 있다는 내부 전언도 있었다.

중대 사안을 놓고 휴업 돌입과 철회, 강행, 또다시 철회 결정이 손바닥 뒤집는 듯 계속 번복하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불만을 넘어 '분노'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실제 한 학부모 카페에는 휴업을 강행하는 사립유치원 명단을 만들자는 글도 올라왔다.

휴업과 한유총에 대한 반감이 워낙 컸기 때문인지 정원감축과 모집정지, 유치원 폐쇄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예고한 교육당국에 대해서는 대체로 지지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번복 사태 막지 못해 혼란 키운 교육당국 책임론

오락가락하면서 무책임한 행보를 보인 한유총에 대한 교육부의 대응도 미숙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유총뿐만 아니라 차관까지 나서 휴업 철회를 공동 발표하고도 번복 사태를 막지 못해 혼란을 키우는 데 일조한 교육부 역시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도움까지 얻어 휴업 철회 사실을 부랴부랴 발표하면서, 정작 한유총과는 어설픈 내용으로 합의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소속 전국 지회장들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집단휴업 철회 기자회견에서 “학부모님들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면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정부가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데 '노력한다'는 수준의 합의만으로 불만을 잠재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지나치게 안일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엄정 대응을 선언했다가 휴업 철회 직후 한유총을 '정책파트너'로 대우하겠다고 한 뒤 다시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태도도 가벼운 처사라는 비판이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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