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사투 소방관, 정신건강도 벼랑끝

신재희 기자 2017. 9. 2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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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한 소방서에 근무 중인 소방관 A씨(36)는 강릉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 소식에 그곳 동료들부터 걱정했다.

동료 소방관의 사고에 따르는 충격, 위험한 현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부담감과 열악한 근무 환경이 소방관을 짓누르고 있다.

김지은 이화여대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소방관들이 경험한 외상 사건을 연구했더니 동료의 피해를 자신의 피해와 같은 수준의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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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7.8회 참혹한 현장 목격.. 5년간 47명 '극단 선택'

경기도의 한 소방서에 근무 중인 소방관 A씨(36)는 강릉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 소식에 그곳 동료들부터 걱정했다. A씨는 19일 “평소 살을 부대끼고 일하던 선후배의 죽음을 눈앞에서 지켜본 이들이 받는 정신적 충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5년간 47명의 소방관이 자살했고 정신과 진료상담은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동료 소방관의 사고에 따르는 충격, 위험한 현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부담감과 열악한 근무 환경이 소방관을 짓누르고 있다.

지난해 소방청이 발표한 소방관 심리 평가에 따르면 소방관은 연평균 7.8회 참혹한 현장에 노출된다. 동료의 죽음이나 부상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김지은 이화여대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소방관들이 경험한 외상 사건을 연구했더니 동료의 피해를 자신의 피해와 같은 수준의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소방관의 정신 건강 문제는 오랫동안 지적돼 왔지만 정부 대책은 제자리다. 전문의·심리상담사가 소방서를 방문해 예방교육과 상담을 실시하는 ‘찾아가는 심리상담실’ 사업은 213곳의 소방서 중 14%인 30곳에서만 실시됐다. 2002년부터 논의된 소방전문병원 건립 논의도 아직까지 지지부진하다.

전문가들은 소방관 맞춤형 상담실 운영과 소통 기구 신설 등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과 일본은 일찍부터 소방관의 정신건강을 체계적으로 돌보고 있다. 일본은 소방관이 처참한 현장에 다녀오면 의무적으로 검사를 실시해 정신과 의사와 심리치료사의 상담을 받도록 한다. 미국도 사망 사고를 목격한 소방관은 3일 이내 정신과 상담을 받게 돼 있다.

익명성 보장은 심리 지원의 제일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직군 특성상 사명감과 강인함이 강조돼 정신적 아픔을 약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소방관으로 근무 중인 신모(30)씨는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으레 직업병이겠거니 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익명성 보장 여부에 따라 심리 진단 결과가 5배까지 차이난다”며 “심리 지원을 할 때 익명성 보장을 가장 중요하게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담을 치료 대신 지원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유정 서경대 인성교양대학 교수는 구조대원의 고통을 외상후장애(PTSD)가 아니라 외상후성장(Post Traumatic Growth·PTG)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업무로 충격을 받았다고 무조건 예비환자로 취급하면 반발심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 일하다가 한 단계 성장한다는 의미로 대해야 구조대원들도 비로소 마음을 열고 상담에 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수직적인 조직 분위기부터 바뀌기를 바라고 있다. 심리적인 어려움뿐 아니라 업무적 요구 사항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박해근 소방발전협의회장은 “경찰은 일선 경찰들의 여론을 수렴하는 기획조정과라는 기구가 있는데 소방 조직은 현장 하위직 소방대원의 울부짖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려는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열악한 근무 환경은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현재 3조2교대인 근무체제를 3조1교대로 전환하는 문제는 전 소방대원의 75%가 찬성하고 있지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 회장은 “3조1교대 전환은 인력이나 예산 등 추가 비용이 안 들지만 소방청은 비번 시 일탈 가능성을 핑계 대며 근무체제 변경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글=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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