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도 "北대사 추방".. 핵실험 후 보름새 4명 쫓겨나

뉴욕/김덕한 특파원 2017. 9. 20.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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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의 국제외교 고립 가속]
北, 47개국에 상주 대사관 뒀지만 그 중 10%에 대사가 없는 셈
美 부통령과 국무가 해외 돌며 北 외교고립 촉구한 게 효과
EU는 대북 송금상한 대폭 낮춰
북한의 6차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도발 이후 멕시코 정부로부터 추방 명령을 받은 김형길(왼쪽) 주(駐)멕시코 북한 대사가 지난 14일(현지 시각)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멕시코, 페루, 쿠웨이트 등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항의해 자국 주재 북한 대사를 추방한 데 이어 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스페인이 북한 대사 추방에 동참했다. 북한의 전통 우방 중에서도 대북 무역을 줄이거나 단절하겠다고 선언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4월 2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장관급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북한과 외교 관계 단절과 격하를 요구하는 등 대북 외교 압박 드라이브를 건 것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유엔 소식통은 "공개되지 않는 것까지 합하면 북한에 대한 각국의 외교적 제재 조치는 더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알폰소 다스티스 스페인 외무부 장관은 지난 17일(현지 시각) 자국 주재 김혁철 북한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상 기피 인물)로 지정한다는 방침을 통보했다고 스페인 EFE통신이 18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김 대사는 오는 30일 전에 스페인을 떠나야 한다. 스페인 외무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국제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어서 이번 조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스페인은 자국 내 북한 외교관 숫자도 3명에서 2명으로 줄이라고 통보했다.

앞서 지난 7일 멕시코, 11일 페루가 각각 자국 주재 북한 대사 추방 명령을 내렸고, 17일엔 쿠웨이트가 중동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북한 대사에 대한 추방 명령과 함께 북한 외교관 숫자를 줄여 외교 관계를 격하했다. 지난 3월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해 북한 대사를 추방한 후 아직 공석이 채워지지 않은 말레이시아까지 합치면 모두 5국의 북한 대사가 쫓겨난 셈이다. 지난 7월을 기준으로 북한이 상주 대사관을 두고 있는 나라가 47국인 점을 감안하면, 이 중 10%가 넘는 곳에 대사가 없는 셈이다.

우리 외교부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작년 11월 요청받은 북한 대사 아그레망(주재국 동의)을 8개월 동안 처리해주지 않다가 지난 7월에야 승인했다. 독일도 작년 4월부터 11월까지 북한 대사 아그레망을 두 차례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얀마와 이집트에서는 지난해 북한 대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대상에 오르는 바람에 교체된 일도 있었다.

북한의 전통적 우방국인 동남아 국가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 중국, 인도에 이어 대북 교역액 3위인 필리핀 정부는 지난 8일 북한과의 교역 중단을 선언했고, 캄보디아는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베트남은 현지 북한인 중 최고위급 인사인 북한 단천은행 대표를 추방했다. 미국을 방문한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 13일 북한과의 외교 관계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5일자 사설에서 미국 정부가 앞으로 쓸 수 있는 대북 제재 카드 중 아직 사용하지 않은 7가지 중 하나로 '북한과 관계를 단절시키는 외교정책'을 꼽았다. 미국 정부는 그 카드를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달 남미 국가들을 순방하면서 북한과 관계 단절을 요구했고, 이후 멕시코와 페루가 북한 대사를 추방했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달 초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를 순방했다. 쿠웨이트는 셰이크 사바 알아마드 알사바 국왕이 지난 7일 미국을 방문한 지 열흘 만에 북한 대사 추방 명령을 내렸다.

미 의회도 적극적이다. 코리 가드너(공화·콜로라도)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은 이날 중국 등 21국에 서한을 보내 북한과 외교 관계를 단절하고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을 박탈하는 방안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가드너 의원은 서한에서 "지금은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위해 외교적·경제적으로 이 정권(북한)을 고립시킬 때"라며 "국제법을 무시하고 다른 국가들을 위협하는 이들과 외교 관계를 유지하면 사악한 행동만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유럽연합(EU)은 북한에 대한 독자적 제재 조치 일환으로 대북 송금 한도를 크게 낮출 방침이라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1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EU 소식통을 인용해 "EU 집행위원회가 당국의 승인 없이 북한에 송금할 수 있는 금액 한도를 현행 1인 1회 1만5000유로(약 2036만원)에서 5000유로(약 679만원)로 낮추는 방안을 회원국들에 제안했다"고 전했다. EU 역내에 나와 있는 북한 출신 근로자들의 수입이 핵·미사일 개발과 북한 체제 유지에 쓰이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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