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엑스몰 상점 절반은 자영업자, 일요일 쉬면 이들이 피해

전영선.최현주 2017. 9. 20. 02: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허점 많은 소상공인 보호법
휴업 땐 옷가게 매출 18% 감소 예상
"나도 소상공인인데 왜 피해 보나 "
업종만으로 규제 대상 설정 어려워
복합몰 한정하면 이케아 등은 빠져

서울 강남구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점에서 옷 가게(전용면적 26.4㎡, 약 8평)를 운영하는 차영남(60)씨가 지난달 올린 매출은 1000만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 2월의 절반이다. 1000만원에서 주말 벌이가 700만원이다. 당정이 추진하는 대로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코엑스몰이 일요일에 월 2회 문을 닫아 자신도 가게를 열 수 없게 되면 월 매출이 175만원(17.5%)이나 줄어든다.

차씨는 “현재 일요일에만 아르바이트를 쓰는데도 내 수입이 월 50만원도 안 된다”며 “나도 소상공인인데 왜 소상공인 살리기 위한 정책에 피해를 봐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달 일요일 두 번 휴무’로 요약되는 의무휴업은 쇠퇴하는 골목상권과 영세 소상공인 살리기를 목표로 도입됐다. 유통 공룡 지배적 상권에서 영세 상인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취지와 달리 이곳에서 줄어드는 매출 중 상당 부분은 차씨와 같은 대규모 점포 내 입주 상인에게 돌아가야 할 몫이다. 업계에서는 일요일 이틀을 쉴 경우 연간 복합쇼핑몰·아웃렛 4조5000억원, 백화점에서 3조원 등 약 10조원이 증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복합쇼핑몰에서만 일자리 7000개가 줄어들 전망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스타필드 코엑스몰 전체 점포 중에서 신세계그룹이 직접 운영하는 매장은 2%에 불과하다. 68%는 브랜드 매장(프랜차이즈 포함), 30%는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가게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를 포함하면 소상공인 비중은 50%가 넘는다.

스타필드 하남점, 고양점도 사정은 비슷하다. 직영점은 각각 10%, 11% 정도다. 복합쇼핑몰로 등록돼 있는 롯데몰 은평점은 해외 브랜드와 대기업 직영점을 제외한 자영업자 비중이 70%에 달한다. 이곳에서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하는 마모(48)씨는 “장사하는 장소가 전통시장이냐, 쇼핑몰이냐의 차이일 뿐인데 우리만 손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규제 대상의 정확한 표적 설정이 어렵다는 점이다. 당초 복합쇼핑몰을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에서 시작된 의무휴업 확대 논의가 백화점과 아웃렛 등 일정 규모 이상의 대규모 점포 전체로 확대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전국 32개의 복합쇼핑몰 중 롯데·신세계·현대 등 ‘유통 빅3’가 운영하는 곳은 14개다. 나머지 18곳은 관악구 신림동 포도몰과 같은 중소사업자 운영 시설이다.

가구와 생활용품 판매점, 푸드코드 등이 있어 사실상 쇼핑몰 기능을 하는 이케아도 가구 전문점이라 규제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 역시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롯데하이마트도 가전제품 전문점으로 의무휴업을 피할 수 있다.

당초 의무휴업 확대 타깃이었던 대기업 계열 복합쇼핑몰 중 절반 이상을 규제할 수 없게 되자 대상을 모든 대규모 점포(1000평·3000㎡)로 확대하자는 법 개정안도 나왔다. 이럴 경우 빠져나갈 수 있는 점포가 거의 없다.

복합쇼핑몰만 규제한다고 해도 문제는 많다. 관광·문화시설로서의 복합쇼핑몰 본연의 기능 때문이다. 스타필드 고양의 경우 옷가게나 음식점 같은 판매시설의 비중이 70%다. 나머지 30%는 아쿠아필드나 스포츠시설 같은 오락시설이다. 주말에 이용하는 소비자가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설도원 한국체인스토어협회 부회장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복합쇼핑몰은 관광명소인데 의무휴업을 적용하면 혼란을 주게 되고 관광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선·최현주 기자 azul@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