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녀의 벽 기획 2편] "기관사 일, 여성의 섬세함에 더 잘 맞아요"

이윤녕 기자 입력 2017. 9. 19. 21:45 수정 2017. 9. 2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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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집중취재] 

직업에 대한 편견을 깨고 금녀의 벽을 넘은 여성들의 이야기, 오늘은 지하철 철도기관사로 근무하고 있는 정송근 씨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기관사로 근무한 지 24년째, 초창기 여성 기관사로 편견 어린 시선도 많이 받았지만, 내가 잘 해야 후배들의 길이 열린다는 생각으로 매순간 최선을 다했다고 하는데요. 이윤녕 기자입니다. 

[리포트]

하루에도 10만 명이 넘는 승객들이 오가는 서울의 한 지하철. 

어두운 기관실에 앉아 능숙한 모습으로 지하철을 운행하는 그녀는 24년 경력의 기관사 정송근 씨입니다. 

기계설계를 전공한 뒤 처음 철도 공사에 입사할 당시, 신입 기관사 400명 가운데 여성은 10명 남짓. 

남자가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많은 데다 여성 기관사가 드물다 보니 신기하고 낯설게 보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인터뷰: 정송근 / 24년차 지하철 기관사

"종착역 도착해서 안내방송을 하는데, 중년 50대 정도 되시는 부부 두 분이 운전실 쪽으로 오시더니 어쩜 여자가 이런 일을 하냐, 문까지 똑똑 노크를 하셔서…"

초 단위로 열차가 운행되다 보니 시간에 대한 강박을 늘 안고 산다는 송근 씨.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사이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승객들로부터 부당한 일을 겪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정송근 / 24년차 지하철 기관사

"남자분인데 일행이 떨어진 거예요. 못 탄 거예요. 그분이 이렇게 운전실을 봐요. 여자거든요. 그럼 와서 항의해요. 좀 우습게 보인다고 그럴까…"

하지만 '기관사는 남자'라는 편견을 깨고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는 엄마의 모습은 자녀들에게 있어 자랑입니다. 

인터뷰: 정송근 / 24년차 지하철 기관사

"엄마 직업을 되게 자랑스러워했어요. 제가 아들만 둘이거든요. 남자애만 둘인데 자랑을 그렇게 친구들한테 해요, 나가면. 엄마의 직업을 아이가 자랑스러워서…"

그녀는 여성들이 특유의 섬세함과 꼼꼼함으로 승객들의 안전을 챙기기 때문에 기관사 일이 잘 맞는다고 말합니다.

여성 기관사로서 24년간 묵묵히 자기 몫을 해내고 있는 모습에, 동료들도 '기관사는 남자'라는 편견을 깰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영신 부장 / 서울교통공사

"성의 벽을 넘어서 굉장히 다양한 직업과로 편입이 됐구나. 사회의 발전적인 모습을 느꼈다고나 할까요."

승객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드리는 일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송근 씨.

초창기 여성 기관사로서 힘든 일도 많았기에 자신과 같은 길을 걸어올 후배들은 그때보다는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송근 / 24년차 지하철 기관사

"남자들이 들어오는 건 당연한데 여자들이 들어오는 건 뭐라 그럴까 '어, 어떻게 들어왔지' 이렇게 생각을 많이 하시잖아요. 그런 게 없어졌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에 내가 먼저 솔선수범해서 열심히 잘 해야 후배들 길이 열릴 것이다…"

직업에 대한 편견의 벽을 넘어선 그녀의 도전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EBS뉴스 이윤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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