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과 이산 그리고 남북 경계인으로 살아가는 탈북민을 그리다

정원식 기자 2017. 9. 1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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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DMZ국제다큐영화제 21일부터 28일까지…42개국 114편 선봬

임흥순 감독 <려행>

제9회 DMZ국제다큐영화제가 21일부터 28일까지 경기 고양시 메가박스 백석점, 파주시 메가박스 파주출판도시점, 김포시 김포아트홀, 연천군 수레울 아트홀 등에서 열린다.

이번 영화제는 ‘시민 속으로 간 다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42개국 114편의 다큐를 선보인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 위치한 비무장지대(DMZ)와 다큐 장르의 만남’이라는 콘셉트로 출발한 영화제답게 분단과 이산을 성찰하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우선 파주시 민통선 내 캠프그리브스 체육관에서 열릴 개막식에서는 개막작으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연출한 진모영 감독의 <올드마린보이>가 상영된다. 이 작품은 2006년 가족과 함께 탈북해 강원도 고성에서 머구리(잠수부)로 일하는 박명호씨와 그의 가족 이야기를 담았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남한과 북한의 경계이자 북한에서 가장 가까운 저도어장에서 매일 새벽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박씨의 삶을 담담하게 그렸다.

진모영 감독 <올드마린보이>

임흥순 감독의 <려행>은 남한에 정착한 북한 여성들의 삶을 조명한다. 이 작품은 북한 출신 여성 10명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북한에서의 삶, 국경을 넘어 중국과 제3국을 거쳐 남한으로 이동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이들이 느낀 두려움과 조바심, 한국에서의 일상을 담았다. 카메라는 산행을 나선 여성들을 따라가며 남북한 어느 쪽에도 뿌리내릴 수 없는 이들의 불안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등을 담아낸다.

지난여름 독일에서 개봉해 호평을 받은 조성형 감독의 <북녘의 내 형제 자매들>은 백두산, 김정일 생가와 미곡 협동농장, 원산시 의복공장, 만수대 물놀이장 등에서 북한 주민들의 일상을 촬영한 작품이다. 위압적인 군사 퍼레이드나 김일성 일가에 대한 맹목적 숭배 같은 고정된 이미지 너머에 있는 북한의 모습을 담았다.

이외에 슬로베니아 록밴드의 평양공연기를 담은 <리베라시옹 데이>, 재일조선인 2세들의 삶을 조명한 <이산자>, 종북 논란을 일으켰던 신은미씨와 신씨를 다루는 언론의 보도에 주목한 <앨리스 죽이기> 등도 상영될 예정이다.

조성형 감독 <북녘의 내 형제 자매들>

지난해 연말부터 광장을 달구었던 촛불집회를 계기로 마련된 특별기획 ‘광장이여, 노래하다’도 주목할 만하다. 광장 민주주의를 소재로 한 한국, 스페인, 이탈리아, 인도, 미국, 덴마크 등의 다큐들을 만날 수 있다.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제작팀에서 활동했던 감독 10명이 만든 옴니버스 다큐 <광장>, 1987년 6월항쟁의 기폭제가 된 명동성당 농성투쟁을 기록한 <명성, 그 6일의 기록>, 2014년 창당한 스페인 좌파 정당 포데모스 출신으로 바르셀로나 첫 여성 시장 콜라우의 선거 과정을 담은 <아다 콜라우의 시장선거>,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을 다룬 <기성정치인은 가라-민중에게 권력을?> 등 8편이 소개된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지난 7월 해외 촬영 중 사망한 박환성·김광일 PD, 같은 달 간암으로 투병 중 사망한 박종필 감독을 추모하는 특별전과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국내 독립 다큐 제작자들의 열악한 제작 여건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세한 내용은 영화제 홈페이지(www.dmzdoc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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