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 불편할 수도..세계의 폭력성에 대한 메시지"

박경은 기자 2017. 9. 19.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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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현대미술의 거장 폴 매카시, 5년 만의 개인전

서울 국제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는 폴 매카시의 ‘피카비아 아이돌’ 시리즈. 국제갤러리 제공

2012년 국내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던 미국 현대미술 작가 폴 매카시(사진)의 작품을 봤을 때 떠올랐던 단어는 ‘동심파괴자’였다. 부시 전 대통령과 섹스하는 돼지, 피범벅이 된 산타클로스 등 워낙 엽기적인 오브제를 선보였던 작가인지라 백설공주, 난쟁이라는 이번 작품들의 타이틀에 반사적으로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동심 속 난쟁이들은 그의 손을 통해 기괴하고 성적 은유가 가득한 존재로 나타났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두번째 개인전에서 만난 그는 ‘문제적 작가’라는 호칭과는 사뭇 상반되는 푸근한 인상의 할아버지였다. 그와 함께 전시장에 들어서자 우주인 혹은, 고대 유적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석상을 연상시키는 실리콘 조각들이 놓여 있다. 전작에 비해 훨씬 부드러워진 느낌의 작품이지만 시선을 아래로 내리깐 채 의뭉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조각상들에선 다소 긴장감이 묻어났다. 그는 “‘코어’는 이번 작업에서 내게 큰 의미를 준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코어는 실리콘 조각을 하기 전 주조 과정에 사용되는 뼈대로, 완성된 조각품과 비교하면 좀 더 단순한 형태의 조형물이다.

“조각을 하기 위해 만들었던 코어가 스튜디오에 놓여 있는데 그게 눈에 확 들어왔어요. 완성된 작품보다는 오히려 그 코어가 진정한 내면이고 진짜 의미를 품고 있다는 깨달음이 들더군요. 덕분에 작업 과정은 나 자신의 내면과 근본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됐습니다.”

온건해졌다는 생각은 ‘컷 업’ 시리즈 앞에서 여지없이 깨졌다. 신체를 갈기갈기 절단해 이리저리 뒤섞어 붙여 놓은 작품들은 마치 고깃덩이가 곳곳에 매달린 도축장, 아니 영화 속에서 본 듯한 사이코패스의 고문실을 떠올리게 했다. 우레탄 레진을 사용해 실제 피부조직이라는 착각이 들 만큼 표현했기에 소름이 오싹 돋았다. 그는 “이 작품은 좀 불편할 수 있다”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만연한 폭력성, 그에 대한 자각을 투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 신체를 사용하는 것이 폭력의 현실성을 더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면서 “전시 작품에 내 몸을 본뜬 모형들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10월29일까지.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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