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말똥 치우며 매년 계약..말 관리사 절반 이상 '우울증'

이현미 2017. 9. 19.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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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훈련뿐만 아니라 마분(말똥)도 직접 치워야 하고 경주 때는 말이 경기장에서 출발하기 전까지 고삐를 잡고 있어야 합니다. 일·가정 양립도 어렵고 신체적으로 힘든 데다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불안정한 직업이죠."

수개월 전 2명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마사회 말 관리사 10명 중 6명 이상이 직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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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보건 개선 시급/1년 단위 계약 갱신 직무 불안정/말 훈련에 말똥까지 직접 치워야/최근 5년간 산업재해 62건 은폐/비정규직 임금미지급 등 51건도/고용안정·임금 투명성 확보 숙제

“말 훈련뿐만 아니라 마분(말똥)도 직접 치워야 하고 경주 때는 말이 경기장에서 출발하기 전까지 고삐를 잡고 있어야 합니다. 일·가정 양립도 어렵고 신체적으로 힘든 데다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불안정한 직업이죠.”

최근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한국마사회 산하 말 관리사의 직무 스트레스 조사에서 말 관리사들은 이 같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수개월 전 2명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마사회 말 관리사 10명 중 6명 이상이 직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고용부에 따르면 마사회의 부산·경남 말 관리사의 61.2%, 서울 56.9%, 제주 70.8%가 우울증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말 관리사의 절반은 심각한 상태였다. 부산·경남 말 관리사의 34.0%, 서울 32.3%, 제주 43.0%가 고위험군에 속했다.

말 관리사들은 직무불안정성과 비위생적인 작업 환경을 주요 스트레스 원인으로 꼽았다.

부산·경남 말 관리사의 경우 대부분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했고 이마저도 계약기간 중 언제든 쫓겨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있었다.

말 관리사의 계약서에는 계약기간 중 해고가 가능한 규정이 있었다. 이들이 보유한 자격증은 마사회 관련 업종에서만 활용 가능해 이직조차 쉽지 않았다.

말 관리사들은 마분을 직접 치우며 비위생적 환경에 노출됐고 말의 훈련 과정에서 언제든 다칠 수 있는 위험 가능성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또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가 아닌 사업주(조교사)와 마사회의 관리에 의해 직원 승진이 결정되는 등 비합리적인 조직체계와 말 관리사 인원 부족, 경기 때의 심리적 압박감 등도 우울증 원인으로 꼽혔다.

고용부는 “지난해 매출액이 7조7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큰 사업장답지 않게 산업안전보건 수준도 낮게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고용부는 최근 마사회 부산·경남본부와 14개 협력업체, 훈련 담당 조교사 32명을 대상으로 특별감독을 실시하고 관련 산업안전법 위반 255건에 대해 사법처리를 했다. 마사회의 전·현직 본부장 4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법 위반 270건에 대해 4억6000만원의 과태료를 물렸다.

마사회가 최근 5년간 은폐한 산업재해는 무려 62건으로 파악됐다.

또 시설관리를 외주화하며 보일러·크레인 등 위험기계 78대의 화재·폭발 방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명탑·방송중계탑·폐수처리장·소각장 등 47곳은 추락방지시설이 아예 없었다. 비정규직 임금 미지급, 최저임금 위반 등 근로기준법 위반도 51건이나 적발됐다.

고용부 김부희 산재예방정책과장은 “마사회가 주체가 돼서 말 관리사들의 고용불안전성을 해소하고 임금 안정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에 이어 8월 또 한 명의 말 관리사가 목숨을 끊은 뒤 말 관리사들은 “숨진 동료들이 노예처럼 일했다”며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인한 죽음의 질주를 이제는 멈추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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