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축산대기업-농가 사이 '갑을관계' 없앤다

세종=신준섭 기자 입력 2017.09.19. 19:12

하림·마니커 등 축산계열화사업자와 계약농가의 관계는 대표적인 '갑'과 '을'이다.

계열화사업자는 사료 등을 지급하고, 농가는 가축을 키워 공급한 뒤 위탁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또 AI 살처분 보상금을 사업자가 아닌 계약농가에 지급하도록 축산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계약농가에서 가축을 살처분할 때 들어가는 인력과 장비, 매몰 비용을 계열화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규정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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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불공정 관행 개선 대책..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하림·마니커 등 축산계열화사업자와 계약농가의 관계는 대표적인 ‘갑’과 ‘을’이다. 계열화사업자는 사료 등을 지급하고, 농가는 가축을 키워 공급한 뒤 위탁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하지만 조류인플루엔자(AI)와 같은 동물 전염병이 발생해 살처분하거나 판매 가격이 떨어져 발생하는 피해가 고스란히 농가에 전가되는 일이 허다하다. 제도 허점과 정부의 허술한 감독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19일 발표한 ‘축산계열화사업 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 대책’은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농식품부는 농가 권익 보호를 위해 계열화사업자의 지위남용행위 처벌을 강화키로 했다. 축산계열화법을 위반했을 때 부과하는 과태료를 현행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높였다. 위반 사항이 엄중할 경우 ‘1년 이하 영업정지나 5억원 이하 과징금을 부과’하는 조항도 신설키로 했다. 계열화사업자가 지켜야 할 사항을 5년 이내에 3회 이상 어기면 아예 사업자 등록을 취소하는 강경책도 마련했다.

또 AI 살처분 보상금을 사업자가 아닌 계약농가에 지급하도록 축산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현재 축산법에선 ‘가축 소유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한다. 이 때문에 가축에 대한 권리를 보유한 계열화사업자에게 보상금이 지급된다. 이를 계열화사업자가 계약농가와 나누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계약농가에 불리해진다는 게 농식품부의 판단이다. 농식품부는 계약농가에서 가축을 살처분할 때 들어가는 인력과 장비, 매몰 비용을 계열화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규정도 마련했다.

‘을’인 계약농가가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수단도 마련한다. 계열화사업자가 법에서 정한 규정을 위반해 농가에 피해를 입혔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해진다. 손해액의 3배 범위 내에서 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감시 강화 차원에서 농식품부가 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경영 상황이나 관련 서류 등을 요청하면 반드시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을 법에 담기로 했다. 아울러 계열화사업자를 대상으로 종합평가를 실시해 그 결과를 공표할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올해 안에 관련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정비하고, 하반기부터 개선책을 현장에 적용할 예정이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