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쓰리엠, 독성필터 논란 1년..소비자 사과 대신 정부 탓

김성은 기자 입력 2017. 9. 19. 18:58 수정 2017. 9. 2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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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정부 입장 빌어 제품 유해성 없다고 강조
논란에 사과 표명하는 대신 성과에 치중
19일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한국시장 진출 4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아밋 라로야 한국쓰리엠 대표이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News1

(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한국의 규제 환경은 독특하며 국제 기준에서 벗어난 경우가 많다."

19일 아밋 라로야 한국쓰리엠 대표이사 사장은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한국시장 진출 40주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지난해 불거진 항균필터 유해성 논란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6월 한국 지사에 취임한 라로야 대표는 이날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냈다. 유해성 논란 1년 2개월만이다.

그간 한국쓰리엠은 한국에서만 유독물질로 해당제품을 만들어 판매했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아왔지만, 이날 라로야 대표는 사과를 하기는 커녕 한국 정부의 안전규제를 탓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허술한 규제 피해독성 제품 한국에만 공급

한국쓰리엠이 제조하는 항균필터 안전성 논란이 불거진 것은 지난해 7월이다. 환경부가 공기청정기와 차량용 에어컨의 필터 성분 조사 결과 독성물질 옥틸이소티아졸린(OIT)이 검출된 88개 중 87개 제품의 항균필터 제조사가 한국쓰리엠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국쓰리엠이 2014년부터 2016년 5월까지 공급한 독성 항균필터 공급 수는 72만5000여개에 달한다.

당시 이 회사는 독성물질이 들어간 해당 항균필터를 한국에만 공급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더욱 확산됐다. 전세계 200여 국가에 제품을 공급하며 국가 간 수입과 수출을 해오면서도 독성 항균필터는 한국에서만 판매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시민단체들은 제품에서 검출된 옥틸이소티아졸린은 환경부가 유독물질로 지정한 물질이지만, 공기청정기를 산업자원부가 관리해 안전관리가 이원화됐다고 지적했다. 한국쓰리엠이 국내 허술한 법망을 피해 독성 제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일례로 유럽화학물질청(ECHA)은 제조와 수입, 유통의 전 과정에 걸쳐 옥틸이소티아졸린에 대해 유해성을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이날 라로야 대표는 당국의 설명을 빌어 유해성 논란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는 "환경부 발표와 회사의 자체적인 실험 결과 유해성 논란 제품에 대해 건강상의 어떠한 유해도 없다는 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韓 안전규제 해외와 달라…정부 규제 간접 비판

그러면서도 그는 한국 정부의 안전규제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높지 않다는 뜻을 내비쳤다.

라로야 대표는 "한국 제품을 수출하는데 유리하도록 한국 정부에 안전기준을 국제 기준에 맞춰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한국 당국의 안전규제에 맞춰 제품을 제조하더라도 해외의 높은 규제에 가로막혀 수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통상 안전규제가 까다로운 국가의 시판 절차를 거쳐 판매되는 제품이 규제수준이 낮은 국가로 수출이 용이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규제수준이 해외보다 높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만의 '독특한 규제'로 인해 한국쓰리엠을 포함해 다국적 기업이 한국을 제조기지로 삼기 어려워한다는 게 라로야 대표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환경법 전문가는 "규제 기준의 높고 낮음을 떠나 유독물질을 사람들이 흡입하는 제품에 넣는다는 발상 자체가 선진국에서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매출 감소에도 수천억 배당기부금은 '쥐꼬리'

제품 유해성 논란이 불거진 지난해 한국쓰리엠이 실적 부진을 겪었다는 점을 감안한 듯 라로야 대표는 회사의 지난 성과와 앞으로 성장 목표를 설명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소비자 관련제품과 헬스케어 제품이 가장 크게 성장하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 경제 성장률 대비 2배 높은 성장을 이루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앞서 이 회사 매출은 2014년 1조4914억원에서 2015년 1조5731억원으로 증가했다가 2016년 1조4053억원으로 떨어졌다.

고배당은 수년째 유지하고 있다. 한국쓰리엠은 배당을 통해 한국에서 벌어들인 이익 중 2015년 5765억원, 2016년 1499억원을 해외 모회사에 지급했다. 또 최상위 지배회사인 미국 쓰리엠과 기술도입계약을 체결한 대가로 2015년 278억원에 이어 2016년엔 364억을 냈다.

반면 최근 수년새 국내에 기부한 금액은 한해 1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국쓰리엠의 기부금은 2015년 5000만원, 2016년 7000만원에 불과하다.

라로야 대표는 "한국에서 사회공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앞으로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se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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