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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 유치원의 새 모델, 공영형 사립 유치원

변진경 기자 입력 2017.09.19. 18:14
지난 2월 서울시교육청은 공영형 사립 유치원을 선정했다. 공영형 사립 유치원은 교육청으로부터 공립 수준의 인적·물적 지원을 받고, 투명성과 공공성의 의무를 진다.

지난 2월 서울시교육청은 공영형 사립 유치원 두 곳을 선정했다. 공영형 사립 유치원은 교육청으로부터 공립 수준의 인적·물적 지원을 받고, 대신 그만큼 투명성과 공공성의 의무를 지는 새로운 사립 유치원의 모델이다. 공모에 신청한 5개 유치원 가운데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양제일유치원과 강서구 화곡동의 대유유치원이 제1호 공영형 사립 유치원 간판을 받았다. 지난 8월25일 한양제일유치원을 찾아 이인옥 원장을 만났다. 이 원장은 “공영형 사립 유치원은 충분히 확산 가능성이 있는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시사IN 조남진 제1호 공영형 사립 유치원 한양제일유치원의 이인옥 원장(왼쪽 사진 오른쪽)과 최경호 행정실장.

공영형으로 바뀐 뒤 어떤 점이 가장 달라졌나?

교직원이 늘고 예산이 풍족해졌다. 행정직원을 포함해 6명이 새로 들어왔다. 이들의 인건비를 포함해 대다수 운영비가 교육청의 지원으로 해결된다(서울시교육청은 올해 공영형 사립 유치원 사업 예산으로 총 15억원을 배정했다).

왜 공영형 사립 유치원 사업에 신청했나?

젊은 시절 대학원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할 때 교수님이 그랬다.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모두 공영 형태로 유치원이 운영될 거라고. 머릿속에 늘 그려왔고 또 기회가 있으면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마침 이런 사업이 시작돼 망설이지 않고 신청했다.

공영형으로 바뀐 뒤 실제 운영해보니 어떤가?

개인으로 경영할 때는 하루도 쉬지 못할 정도로 일에 매달려야 했다. 인력을 지원받으니 일단 내 몸과 마음이 편안해졌다. 학부모들도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어 좋아한다. 아이들에게 체험활동 등 프로그램 폭도 넓힐 수 있게 됐다. 출입문과 조리실 등 시설도 안전하고 깨끗하게 개선하고 낡은 교재 교구도 많이 바꿨다.

공영형 사립 유치원의 전제조건이 ‘법인화’다.

지난 4월26일 법인 등록을 마쳤다. 개인 재산을 법인으로 전환하고 수익용 기본 재산을 추가 출연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원아 수가 자꾸 줄고 경영상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유아교육의 길을 계속 걷고 싶은 나로서는 이 방법이 최선이었다.

ⓒ시사IN 조남진 한양제일유치원 수업 모습.

다른 사립 유치원 운영자들은 이 제도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지난해 9월 육아정책연구소 조사에서 사립 유치원 운영자의 72.4%가 이 제도 도입에 반대했다).

학부모 부담금이 없어지니 아무래도 다른 사립 유치원들에 영향을 주는 게 사실이다. 윈윈하려면 거의 공립처럼 예산을 지원하는 지금의 방식보다는 보태줄 수 있는 만큼만 보태주고 나머지는 사립의 자율성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충격이 덜하지 않을까 싶다.

공영형 사립 유치원 모델이 확산될 수 있을까?

내가 알기로는 많은 사립 유치원들이 임대로 운영되거나 소유구조가 복잡해서 일단 이 부분에 대한 파악이 필요할 것 같다. 또 법인화가 되면 사실상 개인이 투자한 재산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운영자들이 기피할 수밖에 없다. 설립자에게 최소한의 업무추진비라도 주는 방안 등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델이 확산돼야만 지금의 사립 유치원을 둘러싼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 충분히 확산 가능성 있는 제도다.

맨 처음 왜 유치원을 운영하게 됐나?

중·고등학교 영어 교사이던 젊은 시절, 인지 발달에 관한 논문을 쓰기 위해 작은 유아원에서 1년 동안 3~4세들을 가르친 게 시작이었다. 흰 백지에 그림을 그리듯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인생에서 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10만원, 20만원씩 모아 1993년 평생의 꿈이던 유치원을 인수했다. 아이들의 맑고 빛나는 개개인의 특성을 살려주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경영 수치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런 쪽으로는 목표를 달성했고 기쁨을 느꼈다. 그 기쁨을 이어가기 위해 이번 공영형에도 신청하게 되었다. 유아교육 공공성을 높이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면 더욱 보람될 것이다.

변진경 기자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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