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신뢰를 먹고 크는 '꿈나무'다

박미정 IT칼럼니스트 입력 2017. 9. 19. 16:38 수정 2017. 9. 20.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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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정 칼럼] "존중과 신뢰없인 도전 힘들어"

(지디넷코리아=박미정 IT칼럼니스트)스타트업에 대한 다양한 글들을 읽을 수 있다. 대부분은 구성원, 투자금, 스톡옵션 그리고 시장성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난 ‘신뢰’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신뢰는 기대와 믿음이다. 한번 무너진 신뢰는 돌이키기 어렵다. 이것이 신뢰가 중요한 이유다.

스타트업에서 신뢰가 필요한 관계는 여러가지가 있다. 먼저 고객과의 관계다. 스타트업은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완성해 나가야 한다. 고객의 피드백은 그 자체로 시장의 상황이고 고객과의 신뢰가 깨지면 회사도 무너진다. 고객과의 신뢰는 가장 근본적인 것이다. 연장선상에서 제품에 대한 신뢰가 있다. 자원이 부족함에도 대기업에 뒤쳐지지 않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내 신뢰를 쌓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위 두가지 신뢰는 스타트업을 직접 시작해보지 않은 나보다 성공한 선배 창업가들의 조언이 훨씬 도움이 된다. 내가 지금 말하고 싶은 신뢰는 ‘구성원간의 신뢰’다. 얼마전 나는 작은 스타트업의 CTO를 그만두었다. 백수가 되면서 생각했던 내용을 말해보고자 한다. 그러니까 신뢰에 대한 생각을 말이다.

회사가 잘 되고 있을 때를 생각해보자. 제품 홍보도 잘 되고 10명 안팎의 작은 스타트업에서 매출도 일어나고 있다. 사무실의 분위기는 항상 활기 넘치고 열정으로 가득하다. 회사의 미래는 밝고 언제까지나 성장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회사의 분위기가 이렇게 좋은데 출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나는 개발팀의 일원으로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고 싶다. 어차피 지금까지 개발된 제품으로도 매출이 나고 있고, 당장 급하게 추가해야 하는 기능도 없다. 기술 스타트업으로서 코드의 품질을 높이는 일을 비 개발조직도 업무의 연장선으로 당연히 받아들일 것이다. 이번 달 개발팀 업무는 코드 리팩토링과 테스트 코드 보완이라고 공유했다. 모든 구성원들이 동의했다. 개발팀은 신나게 코드 품질을 높이는 일을 진행했다.

■ "하루 반 이상 함께 하는 동료 신뢰 없이 고객신뢰 얻을 수 있을까"

어느 날 마케터가 말한다. 우리 회사가 겨냥하는 시장에 맞는 고객 유입을 위해 몇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다고 한다. 회사는 구성원 개인의 열정과 도전을 존중하며 환경이 받쳐준다면 개인의 새로운 도전을 지원한다. 개발팀이 코드의 품질을 높이는 일을 원했던 것처럼 마케터의 새로운 도전 또한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마케터의 도전을 업무로 할당하는 일에 아무도 이견이 없다.

작은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대기업에 존재하는 역할들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한 명이 맡고 있는 역할이 다양할 뿐이다. 이런 환경에서 서로의 역할에 대해 존중과 신뢰가 없다면 개인의 새로운 도전과 시도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회사가 잘나가고 있을 때 모든 일이 다 잘 될 것만 같을 때 신뢰의 문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문제는 항상 힘든 시기에 드러난다. 스타트업에게 안정된 상황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성장하거나 무너지거나 둘 중 하나다.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초기 멤버들로 구성돼 있어 회사 자금 흐름 예측 실패로 인해 자본잠식이 일어날 수도 있다. 시장에 대한 예측 실패로 서서히 무너질 수도 있다. 사무실은 하루 하루가 고통이다.

크고 작은 의사결정에 경영진이 개입하기 시작한다. 아주 작은 의사결정도 주체적으로 의견을 내세울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개발팀이 코드 품질을 높이기 위해 했던 일들은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마케터의 새로운 시도는 고객 타겟팅 실패라는 결과만으로 고통스러운 분위기를 만든다.

다시 회사가 잘 된다고 해서 구성원들의 열정과 도전 의식이 살아날 수 있을까? 또 다시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견뎌야 할 비난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

스타트업을 검색하면 ‘사고를 쳐도 혼나지 않는 회사’, ‘실패를 용인할 수 있는 회사’와 같은 글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몸담고 있는 스타트업에서의 열정이 고민이라면 생각해보자.
회사가 힘들 때 나의 도전이 비난 받지 않을지 생각해보자.
회사가 어려울 때 나의 실패가 나‘만’의 실패로 비난 받지 않을지 생각해보자.

아니면 회사가 힘들 때 서로에 대한 끈끈한 신뢰로 기적을 만들 수 있을지도 생각해보자. 잃고 싶지 않은 좋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신뢰가 무의미해지기 전에 과감하게 떠날 준비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 하루의 반 이상을 같은 공간에서 같은 목표를 바라보는 동료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회사가 고객의 신뢰를 얻고 성공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박미정 IT칼럼니스트(mjpark0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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