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미니 완판이 마냥 좋아보이지 않는 이유

CBS노컷뉴스 김민수 기자 2017. 9. 1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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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구매자들 "멜론 혜택과 피규어 때문에 샀다"
카카오의 인공지능(AI) 스마트 스피커 '카카오미니' 예판이 시작된 18일 38분 만에 사전판매 물량 3천대가 모두 완판됐다. 이날 온라인 예판처인 메이커스위드카카오에 접속자가 몰리며 서버까지 마비되자 이용자들의 원성이 쏟아졌다.

네이버의 웨이브와 SK텔레콤의 누구, KT의 기가지니도 앞서 스마트 스피커를 출시했지만 이처럼 뜨거운 열기는 크게 비교됐다. 정상가 11만9천원의 절반에 가까운 5만9000원이라는 매력적인 가격도 가격이지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 1년 무료 이용권과 카카오프렌즈 피규어 등 인기 상품을 경품으로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 카카오미니의 성공인가, 카카오프렌즈의 성공인가

일단 흥행에선 카카오미니가 성공했다. 아직 국내 AI 플랫폼 시장이 걸음마 단계인데도 38분 만에 선주문형 스마트 스피커 3천대 완판은 쉽게 깨지기 어려운 기록이다. 앞서 네이버의 웨이브도 1차 한정판매에서 4000대가 35분 만에 완판됐고, 2차 한정판매에서도 하루만에 4000대 모두 동이났다. 네이버도 네이버 뮤직 1년 이용권과 제품 할인을 내세웠다. 이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AI 스마트 스피커 플랫폼 경쟁이 결국 기술과 콘텐츠 싸움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성능보다 '카카오 브랜드' 이슈에 쏠린 관심은 한마디로 '기대 반 걱정 반'이다.

한 카카오미니 선주문 구매자 이모(34·회사원)씨는 "카카오프렌즈 피규어나 멜론 상품권도 매력적이서 여자친구 생일선물로 어렵게 구입했는데 인기가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스마트 스피커 기능이 어떨지는 몰라도 5만9000원짜리 제품 패키지로는 충분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미니 선주문을 위해 친구들과 동시에 주문신청을 했다는 정모(22·대학생)양은 "스마트 스피커라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방에 두거나 여행갈때 쓸만한 스피커가 있었으면 했는데 카카오(프렌즈) 피규어도 주고, 멜론 음악도 (1년간) 공짜로 사용 할 수 있어서 친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며 "주변에서 인기가 높아 함께 경쟁이 치열할 것 같아 친구 4명이서 동시에 접속했지만 한 명만 되고 다 떨어졌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추진하는 프로젝에서 성공을 견인하는 요소 중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카카오프렌즈다. 앞서 국내 2호 인터넷전문은행 한국카카오은행(주) '카카오뱅크'의 인기에 간편한 기능과 금리 외에도 카카오프렌즈가 있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활용한 체크카드는 기존 카드 디자인 개념을 완전히 뒤바꾸며 잔고가 없어도 계좌만 개설해 캐릭터별로 소장하는 이들까지 나타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6 캐릭터 산업백서'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 1200명을 대상으로 캐릭터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뽀로로'를 꺾고 카카오프렌즈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때문에 AI 스마트 스피커의 쓰임새보다 브랜드 상품성만 부각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예판 종료 후 '중고나라'에는 카카오미니 구매요청과 피규어 교환, 멜론 이용권 판매, 정상가보다 높은 가격에 스피커 패키지 판매 글이 쏟아지고 있다.


◇ '카카오미니' 선주문 3천대 완판…웨이브·누구·기가지니는?

한편, 업계에서는 국내 스마트 스피커 시장이 아직 작지만 카카오미니의 흥행이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마트 스피커의 기본 기능은 스트리밍 음악 감상과 음성 검색, 조명이다. 카카오미니는 4방향 마이크 탑재로 어느 방향에서든 사용자의 목소리를 정확히 파악한다. 스피커 성능은 일반적인 음악을 감상하기 무난한 정도다. 대신 더 나은 음질의 스피커와 연결할 수 있는 유선 연결 및 블루투스 무선 연결을 지원한다. 풀 컬러 LED를 적용해 인터렉션에 따라 다양한 빛과 밝기를 조절한다. 사용자 만족도에 따라 다르지만 카카오미니는 4개의 아날로그 물리버튼을 채용했다.

앞서 출시한 웨이브나 누구, 기가지니와 성능 스펙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그나마 안정적인 큐브형 설계, 패브릭 소재로 미니멀 인테리어 타입에서 좀 더 호감을 주는 정도가 다른 점이다. 웨이브와 기가지니는 원뿔형 디자인을 채택했고, 기가지니에 하만/카돈 스피커를 탑재하며 사운드바 역할이 포함된 세톱박스에 가깝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누구는 SKT가 인수한 아이리버의 아스텔앤컨이 음향설계에 참여해 눈길을 끈다.

카카오미니는 카카오의 통합 AI 플랫폼 '카카오아이'가 설치돼 있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한다. 반면, 웨이브는 라인(Line)의 인공지능 에이전트 클로바(Clova) 앱을 iOS와 안드로이드에서 설치해 사용할 수 있다. 누구와 기가지니도 iOS와 안드로이드 모두 지원하는 전용 앱을 설치해 사용한다.

각 사의 스마트 스피커 기능을 보면 카카오미니는 누구와 닮았다. 자사의 강점인 O2O 생활 플랫폼을 연결하는 것이 장점이다. 두 곳다 멜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카카오택시, 티맵 기반의 내비게이션을 지원한다. 다만, 누구는 한국위키피디아 검색인 반면, 카카오는 다음 검색이 강점이고 삼성 빅스비와도 협력관계를 맺어 안드로이드 플랫폼에서 사용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웨이브는 네이버 검색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지만 서비스 확대에는 아직 보수적인 입장이다. 기가지니는 세톱박스에 특화되어 있어 대면 비교에서는 아쉬움이 따른다.

이들 모두 검색과 주문배달, 스마트홈 연결이 가능해 서로 비슷하면서도 지향하는 방향은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초보 AI' 수준이라는 점은 여전히 한결같다.

(이미지=스마트이미지/카카오)

◇ '스마트 스피커' 열풍?…기대 반 걱정 반

국내 출시되는 웨이브, 카카오미니, 누구, 기가지니 모두 아마존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MS 코타나, 애플 시리와 하드웨어 성능과 운영체제, 디자인에서 조금씩 차이를 보일 뿐 언어를 제외하고 스마트 스피커 성능에서는 디테일의 차이일 뿐 아직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수준은 아니다.

기본적인 시뮬레이션 기계학습을 거친 AI가 적용되어 있지만, 플랫폼 서비스 지원 범위와 사용자의 이용환경에 따른 추가 학습에 따라 성능이 좌우되는만큼 아직은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업체들이 판매 확대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현재까지 출시된 AI 스마트 스피커 중에서는 아마존 알렉사가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약 800만대가 팔린 것으로 추정되는 에코(알렉사)의 음성인식 AI의 성장속도가 그만큼 빠르기 때문이다. 구글 홈은 40~50만대, 국내에서 가장 먼저 내놓은 SKT의 누구가 이제 10만대를 돌파했다.

날씨와 시간, 스케줄, 뉴스를 검색하고 음식배달 주문을 하거나 택시 또는 우버와 같은 공유차량을 호출에 사용되지만 적극적인 사용자 층이 아닌이상 주로 음악을 감상하는데 사용된다. 실내 조명이나 가전을 제어하는 스마트 홈 시스템 구축이 아직 더디기 때문이다. AI도 지시형 또는 단답형 대화에 그쳐 더 복잡한 대화는 거의 불가능하다.

더 많이 팔리고 더 많이 이용할수록 해당 플랫폼의 AI 성능도 향상되지만 대부분의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휴대성이 좋은 이어폰을 갖고 있고 가정에도 기존 스피커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스마트 스피커의 효용성을 충분히 어필하는데는 아직 어려움이 있다.

특히 카카오나 네이버와 같은 IT 기술 기업이 소비자의 심리적 가격 저항선과 일반 고성능 스피커와의 차별화를 음악 스트리밍 무료 이용권이나 캐릭터 상품 끼워팔기, 제품할인 프로모션으로 돌파하려는 모습은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스마트 하드웨어 제품은 1~2년을 주기로 성능에 큰 변화를 줘야 새로운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는데 현재의 AI 스마트 스피커가 스마트폰이나 전문 오디오 브랜드처럼 프리미엄 이미지를 내세우기도 어렵다.

지난 2012년 다음(DAUM)이 애플TV와 닮은 일반 TV에서 스마트TV를 구현 할 수 있는 셋톱박스인 '다음TV 플러스'를 내놓자 한 달만에 5천대가 팔려나가는 등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러나 콘텐츠와 기술 부족, 네트워크 문제, 제품 성능 문제에다 통신사 IPTV와의 경쟁에 밀려 조용히 사라진 범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국내 처음 선을 보였던 스마트 스피커를 구입해 6개월 정도 사용하고 있는 김모(39·회사원)씨는 이렇게 말했다.

"스마트 스피커를 사용해봤는데 음악도 빵빵하게 나오고 음식배달도 한 번 시켜봤다. 신기하더라. 그런데 가끔 인식이 잘 안될 때가 있어서 호출을 반복해야 할 때도 있다. 물어보면 답하는 내용이 뻔해서 길게 대화해본 적은 없다. 요즘엔 음악을 듣는 것 말고 웬만한 것은 그냥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누가 놀러왔다가 스마트 스피커냐고 물어보면 한 두번 작동해보는 정도다."

스마트 스피커를 내놓는 기술 기업들이 기술 혁신에 더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CBS노컷뉴스 김민수 기자] maxpres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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