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베이션 너 혼자 해"..MBC '리얼스토리 눈' 담당자 폭언 논란

노진호 2017. 9. 1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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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제작자 "MBC '리얼스토리 눈' 문제의 종합세트"
19일 기자회견 통해 담당자 녹취 파일도 공개
"월급 받아 처먹고 사니 좋냐" 폭언부터
"그럼 그게 사정이 되냐" 성희롱성 발언도
담당자 "문제 있다면 4년 가까이 방송 됐겠나"
과잉취재 논란이 일었던 리얼스토리 눈 '송선미 남편 살인사건' 편 [사진 MBC]
독립제작자(독립제작사+독립PD) 협회가 "MBC 프로그램 '리얼스토리 눈'을 제작하는 외주 제작사들이 본사 담당자로부터 그동안 폭언과 성희롱 등 갑질을 당해왔다"고 주장했다.

한국독립PD협회와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는 19일 오전 11시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리얼스토리 눈'은 외주제작업계에서는 가장 악명 높은 프로그램"이라며 "'리얼스토리 눈' 한 프로그램에 온갖 종류의 불공정 행위가 집중돼 있다"고 주장했다. 화제의 사건을 다루는 '리얼스토리 눈'은 주요 내용은 외주 제작사가 제작하고, MBC는 스튜디오에서 MC들이 진행하는 부분만 따로 녹화해 방송하고 있다.

한국독립PD협회와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는 지난 8월 각각 '방송사 불공정 행위 청산과 특별대책위원회(방불특위)'와 '방송 불공정 관행을 위한 특별대책위원회(제작사특대위)'를 구성해 방송사와 외주 독립제작자들 사이의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독립제작자협회 측은 MBC '리얼스토리 눈'에 대해 "방송 불공정 사례 종합선물세트"라고 지칭했다. 이들은 '리얼스토리 눈'의 문제로 크게 ▶부당거래를 넘어선 부당 요구 ▶선정성 강요 ▶외주 제작사의 모든 책임 전가 ▶출혈경쟁 유도 ▶인신 모독을 꼽았다.
19일 한국독립PD협회,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가 MBC '리얼스토리 눈'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노진호 기자
독립제작자협회 측은 "취재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리얼스토리 눈'에서는 끝까지 취재하라고 강요한다"며 "프로그램 시청률을 위해서 출연자 개인의 사생활을 폭로하라는 주문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선정성을 보여주는 자료로 그간 방송된 '리얼스토리 눈' 716건 중 75건이 다시보기에서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다시 삭제된 걸 보면 치정, 사건사고, 재산분쟁, 소송과 관련된 내용이 많았다"고 말했다. 독립제작자 측은 MBC 방송사 측과 독립제작사 간의 계약서 문구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독립제작자들이 공개한 문구는 아래와 같다.

'프로그램'의 제작부터 완성까지 제작의 전 과정에서 을의 귀책사유로 발생하는 모든 민형사상의 책임은 을에게 있다'

'을이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에 관한 규정 등에서 정하는 간접광고 관련 규정을 준수하지 않아 갑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재조치 등을 부과받을 경우 을은 다음과 같이 위약금을 지급해야 한다. 단, 위약금은 갑이 을에게 지급할 외주제작비에서 공제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독립제작자협회 측은 "프로그램이 문제가 됐을 때 책임은 외주제작사에게 전가하는 반면 프로그램에 대한 모든 권리는 방송사가 가져간다"고 말했다.

━ MBC 측 담당자 녹취 파일 공개 특히 독립제작자협회 측은 '리얼스토리 눈'의 담당자 발언이 담긴 파일이라며 3분 정도 분량의 녹취 파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녹취 파일에는 "그냥 해도 제작비 쫙쫙 잘 꼽히지? 해오는 대로 적당히 내버려두고 월급받아 처먹고 사니까 좋느냐", "아 X새끼 저거 정말, 이런 촌놈들을 데려다놓고 말이야 이 XX놈들", "네 대가리 나쁘다고 내가 고민해야 되는 이유가 어딨어", "강남 아줌마들은 내 관점에 환장을 해, XX 지들도 모르는 걸 넣어가지고", "사람을 홀리긴커녕 시사하는데 뭐야 저게? 침이 질질 흐르면서 이 XX 같은 것들이", "네가 값어치를 설명해 XX, 빼라는데 XX놈"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뿐 아니라 "섹스하다가 여자가 막 헐레벌떡 침 흘리면서 흥분해, 근데 깨는 소리 하는거야 저게, 그럼 그게 사정이 되냐? 왜 느낌을 못 살려 느낌을"이나 "무식한 새끼들의 자위행위라 하지 마스터베이션 들고 흔드는 거 너 혼자 해" 등과 같은 성희롱성 발언도 담겨있다.

이날 공개된 폭언 등은 외주 제작사가 촬영해 편집한 내용을 시사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고 독립제작자 측은 말했다. 시사란 본 방송을 앞두고 방송사의 책임 담당자가 방송될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독립제작자협회 측은 리얼스토리 눈의 근본적인 원인이 방송사의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한 불공정 관행에 있다고 주장한다. 한경수 독립PD는 "수천 명이 일하고 있는 대한민국 최고 방송사의 본사 안에서 이런 일이 반복돼 왔다"며 "내부적으로 제어 장치가 없었고, 한없이 나약한 제작진은 항의조차 할 수 없었다. 불공정한 갑을 관계를 바꾸지 않는 한 제2, 제3의 리얼스토리가 계속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옥영 방송영상제작사협회 특위 상임고문은 "콘텐트산업 자체가 굉장히 부조리한 상황에 놓여있다"며 "외주사와 방송사 간 관계는 동반자적 관계가 아니라 권력의 상하 관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시점이야 말로 외주 생태계의 대혁신이 필요한 때이다. 바로 잡지 못 하면 우리 콘텐트업계는 몰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얼스토리 눈'은 지난달 24일 배우 송선미 씨 남편 살인사건을 소재로 다루며 빈소를 찾아 몰래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한국독립PD협회는 지난달 28일 성명서를 통해 "MBC '리얼스토리 눈'은 이미 수년 전부터 외주제작사, 독립PD, 작가들에게 악명이 높다"며 "제작진들은 방송윤리보다는 외주사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흔드는 CP의 왜곡된 잣대에 길들여져 있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고 비판하며 담당 CP에 대한 징계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MBC 측에서는 지난 1일 "지난 3년 6개월 간 외주 제작사와 MBC의 협업 시스템을 통해 시청자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언론의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시사보도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왔다"며 "MBC가 파업을 앞둔 현시점에서 제기되고 있는 '리얼스토리 눈' 갑질 횡포 논란은 파업의 불씨를 키우기 위한 건 아닌지 순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담당 CP를 향한 인격 모독적인 비난과 명예훼손성 발언도 즉시 중단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독립제작자협회 측의 문제제기에 대해 MBC '리얼스토리 눈'의 담당 CP인 A국장은 "'리얼스토리 눈'이 문제의 종합선물 세트라고 한다면 4년 가까이 진행이 되겠느냐"며 "직접 일해본 이들은 가만히 있는데 바깥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공개된 폭언 등 녹취 내용에 대해서는 "(나에게)해명을 촉구하지 말고 본질적으로 그들이 문제제기 하는 의도를 파악해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리얼스토리 눈'은 외주사들과 함께 협업하는 것이다. 불공정하다고 하는데 내부적으로도 관리 체계가 다 있다"며 "지금 시점에서 문제를 계속해서 삼는 건 의도 자체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또 "'리얼스토리 눈'은 신속성과 속보성이 중요해서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아무리 힘든 일도 노크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얘기해왔고, 열심히 하는데 이런 식으로 매도하면 용기를 잃는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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