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윤이상 고향 통영시에 압력 넣었다"

경남CBS 손성경 프로듀서 2017. 9. 1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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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윤이상 이름 되찾기 통영시의회 배윤주 의원

-'윤이상 기념관', '윤이상 음악당'에 윤이상 못 써
-국정원에서 압력 증언..."이름 쓰면 예산 안준다"
-최근 조례개정으로 '윤이상 기념관'은 이름 되찾아
-'윤이상 음악당'은 아직...자유한국당 시의원들 반대
-김정숙 여사의 독일방문 때 묘소 찾은 것 보고 많은 시민들 용기
-올해 윤이상 탄생 100주년...다양한 행사 준비

■ 방송 : 경남CBS<시사포커스 경남> (창원 FM 106.9MHz, 진주 94.1MHz)
■ 제작 : 손성경 PD, 주소원 작가실습생
■ 진행 : 김효영 기자 (경남CBS 보도국장)
■ 대담 : 배윤주 의원 (통영시의회 의원)

◇ 김효영 :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선생. 경남 통영 출신인데요.
통영에는 윤이상를 기리는 기념관도 있고 음악당도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윤이상이라는 이름을 지금까지 쓰지 못했습니다.
늦었지만 지금에야 이를 바로잡는 작업이 진행이 되고있는데요.

‘윤이상의 이름을 되돌리자’는 운동을 열심히 하고 계신 분입니다.
통영시의회 배윤주 의원 만나보겠습니다. 배 의원님, 안녕하십니까?

◆ 배윤주 : 네,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 김효영 : 윤이상을 윤이상이라고 부르지 못했죠, 그동안?

◆ 배윤주 : 네, 그랬죠.
얘기하자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저는 윤이상 선생님이 작곡하신 충렬초등학교 교가를 부르면서 자랐거든요.

윤이상 선생님이 거의 대부분의, 지역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교가를 작곡하셨습니다.

◇ 김효영 : 통영에 있는 웬만한 학교 교가는 윤 선생님의 작품이다?

◆ 배윤주 : 네. 그렇죠. 근데 저희가 그걸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컸어야 하는데 사실 작곡가가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컸거든요.

◇ 김효영 : 아니, 교가 악보를 보면 작사, 작곡 누구누구 이렇게 적혀 있잖아요. 근데 윤이상이라는 이름이 없었습니까?

◆ 배윤주 : 작곡가 이름이 안 적혀있었죠.

◇ 김효영 : 그렇군요. 이제는 바로잡아졌나요?

◆ 배윤주 : 네. 지금은 윤이상 선생님의 작곡을 정확하게 기재를 하고요.
또 최근에 기념음악회가 있었는데, 우리 지역의 제자들이 작곡하셨던 교가들, 메들리로 다 불러서, 앉아서 듣는 저희들이 각자 자기 교가 나올 때는 따라 부르고 그랬습니다. 하하 (웃음)

◇ 김효영 : 왜 그동안 통영에서, 통영이 낳은 천재적인 작곡가 윤이상의 이름을 공공 건물이나 기념관에 쓰지 못했나요?

◆ 배윤주 : 윤이상 선생님은 방금 소개해드린 것처럼 세계적인 작곡가입니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명성을 받았죠.

하지만 윤이상 선생님이 활동하셨던 50년대부터 70년대 사이는 저희가 분단국가로써 남북한이 이념대립을 크게 하고 있었던 시기입니다. 선생님은 평화주의자시고 또 선생님이 생각하는 조국은 분단 전의 조국이지 않습니까? 북한의 폐쇄적인 것, 남한의 독재상황. 이런 것들에 너무 가슴 아프셨습니다.

본인이 만들어내신 음악도 서양음악에 우리 동양음악, 대한민국의 악기의 소리를 담고 철학을 담으신 분이 아닙니까?

자유롭고 창의적인 선생님 입장에서는 그게 감당이 어려우셨던 거죠. 그런 것들을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북한의 폐쇄적인 생각들을 끌어내고 남한의 협의를 이루어서 평화음악을 매개로 한 평화, 화합, 분단을 뛰어넘어서 통일을 염원하셨던 분이시거든요.

그런 자유로운 음악세계를 가지고 계신 예술인으로서의 윤이상 선생님이 그 당시 우리나라 남한정부를 이끌고 있던 박정희 독재정권에서는 눈엣가시였겠죠.
1967년으로 알고 있는데 ‘동백림 간첩조작 사건’이 일어나지 않습니까?
그래서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의 기억 속에 윤이상 선생님은 그런 예술가가 아니라 간첩, 국가에 반하는 행동을 한 사람으로 실형까지 받으셨기 때문에요. 세계적인 주창과 여론을 통해서 선생님이 결국은 타의로 추방을 당하시고 독일에서 결국은 대한민국 땅을 밟지 못하시고 돌아가셨습니다.

◇ 김효영 : 대한민국 땅을 밟으려고 했지만 우리 정부가 한국 땅을 밟기 위해 요구했던 게 있죠?

◆ 배윤주 : 우리로 친다면 전향문 비슷한 거 사과문 이런 건데..

◇ 김효영 : 반성문 쓰고 앞으로 안 그러겠다고 쓰라는 거죠.

◆ 배윤주 : 그렇죠. 그 얘기인데 예술가 윤이상은 받아들이기 힘든 거죠.

◇ 김효영 : 받아들이기 힘들죠.

◆ 배윤주 : 본인이 꿈꿨던 위대한 예술로서의 꿈, 예술로서의 조국통일 염원했던 그 꿈이 거짓이고 잘못됐다는 것을 하라는 것을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 김효영 : 삶 전체를 부정하라는 거니까.

◆ 배윤주 : 그렇죠. 너무도 오고 싶어서 결국은 현해탄에 배 띄워놓고 통영바닷가를 보시면서 통영, 그 당시 '충무시민 여러분, 나는 한 번도 충무시민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고 말씀하셨거든요. 그렇게 간절하게 잊은 적이 없는 고향, 잊은 적이 없는 조국에 반하는 행동을 결코 저는 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덧씌워진 오명은 신원이 복원이 됐지만 보수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끊임없이 이념논쟁으로 선생님을 가두셨거든요.

◇ 김효영 : 그후, 이명박, 박근혜 등 한국의 보수정권에서 윤이상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죠?

◆ 배윤주 : 네네.

◇ 김효영 : 그 대표적인 사례가 통영의 '윤이상 기념관'과 '윤이상 음악당'.
이 두 개를 건립을 했는데 막상 이름은 쓰지 못하게 됐던 거죠?

◆ 배윤주 : 네. 그렇습니다.
둘 다 MB 정권 때 거의 지어졌거든요.

◇ 김효영 : 이명박 정권 때 지어졌는데?

◆ 배윤주 : 지어지면서 쓸 수가 없게 됐습니다.

◇ 김효영 : 그 이름을 쓰지 말라고 정부에서 통영시에다가 직접적인 압력이 있었다고 합니까?

◆ 배윤주 : 네. 어마 무시한 압력이 있었습니다.

◇ 김효영 : 어마 무시한.

◆ 배윤주 : 그 당시 시장님을 비롯한 관계 공무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어마 무시한 압력이 있었다고 하네요.

실제로 국정원에서도 압력이 있었는데, 서류상 확인을 해보면 통영시가 자발적으로 이름을 변경한 것으로 되어있더라고요.

◇ 김효영 : 서류상으로는 자발적으로.
그러면 국정원에서 통영시장이나 관계 공무원들을 통해서 '윤이상 이름을 쓰면 불이익을 주겠다' 이런 게 있었단 말입니까?

◆ 배윤주 : 그렇죠. 윤이상 이름을 쓰면 일단 지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예산을, 국비를 하나도 주지 않으면 지자체에서 할 수 없거든요.

◇ 김효영 : 아예 돈을 안 주겠다?

◆ 배윤주 : 네.

◇ 김효영 : 그런 일이 있었군요. 이건 통영시장이나 관계 공무원들로부터 확인을 하신 겁니까?

◆ 배윤주 : 네. 증언을 다 들은 겁니다.

◇ 김효영 : 증언을 다 들으셨고. 거기에는 국정원도 있었단 말씀이시고.

◆ 배윤주 : 블랙리스트잖아요. 우리 윤이상 선생님이.

◇ 김효영 : 지금 문화예술인들 블랙리스트가 한창 시끄럽습니다만.
윤이상 선생도 블랙리스트로.
그래서 이 두가지 건물에 이상한 이름이 붙었습니다.
'윤이상 기념관'은 어떤 이름이 붙었죠?

◆ 배윤주 : 윤이상 선생님이 어린 시절 자랐던 집터가 있는 곳이 도천동이거든요.

◇ 김효영 : 도천동.

◆ 배윤주 : 그래서 도천동을 따서 ‘도천테마기념관’으로 바뀌었죠.

◇ 김효영 : 이걸 누가 윤이상 선생님과 관련됐다고 생각을 하겠습니까?

◆ 배윤주 : 테마기념관 내부가 전부 윤이상 선생님의 유품을 전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걸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얘기가 맞죠.

◇ 김효영 : 그래서 윤이상 기념관은 도천테마기념관이 됐고, 윤이상음악당은 뭘로 바뀌었습니까?

◆ 배윤주 : 그 당시 통영국제음악당으로 이름을 변경했습니다.

◇ 김효영 : 둘다 지명을 따서 붙였군요.

그래서 우리 배윤주 의원님 같은 분이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셔가지고 이번에 일단 도천테마기념관의 이름을 제대로 '윤이상 기념관'이 되게 된거죠? 조례가 개정이 된 겁니까?

◆ 배윤주 : 네. 조례가 개정이 됐습니다.

◇ 김효영 : 그러면 이제 ‘윤이상기념관’ 이렇게 된거죠?

◆ 배윤주 : 네. 그렇습니다.

◇ 김효영 : '윤이상 음악당'은 언제 제대로 된 간판을 달게 됩니까?

◆ 배윤주 : 이 부분은 좀 더 많은 시민들의 힘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름을 다시 세우는 것에 대해서는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고 쉽게 생각하시지만 실제로는 이 도천테마기념관의 이름을 바꾸는 조례안을 하나 개정하는데도 너무너무 힘들었습니다.

어차피 의원님들이 합의를 통해서 다수결로 통과되는 거다 보니까 저희 지역에는 자유한국당 의원님들이 다수입니다. 그러니까 자유롭지 못 하신 거죠.

의원님들도 이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보수적인 반대여론들이 있거든요. 흔히 극우라고 하나요? 그런 여론들도 있고 또 끊임없이 선생님이 간첩이다, 선생님의 조작된 사실, 밝혀진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옛날 있었던 일들만 반복하시는 분들도 분명히 지역에 계십니다. 그런 부분에서 저는 자유롭지만 우리 의원님들은 자유롭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스럽게 어렵게 진행된 사항이었습니다.

음악당 같은 경우에는 더 어렵습니다.
기다려야 된다, 여론이 더 필요하다. 이런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제가 일괄로 상정을 했는데 결국은 도천테마기념관도 힘들어진다 이런 표현들이 나오시더라고요. 분리해서 일단 리모델링되는 도천테마기념관을 우선 조례개정해서 이름을 찾아드린 것이거든요. 국제음악당을 윤이상음악당으로 변경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역여론이 좀 더 모아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효영 : 몇 대 몇입니까, 시의원 정당비율이?

◆ 배윤주 : 13명의 의원 중에서 8명의 의원이 자유한국당 의원이십니다.

◇ 김효영 : 그러면 8대 5가 되는군요. 다섯 분은 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십니까?

◆ 배윤주 : 아닙니다. 네 분은 무소속 의원님이시고 더불어민주당은 저 혼자네요.

◇ 김효영 : 하지만 어떻게 보면 '도천'도 '윤이상'으로 바꿨으니까, 이제 통영국제음악당도 원래 이름인 윤이상음악당으로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 배윤주 : 그럼요. 정말 그렇습니다. 사실 저를 비롯한 많은 통영시민들이 윤이상 선생님에 대한 마음의 부채를 많이 안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이게 통과되고 난 다음에 여러 분의 격려전화를 제가 받았거든요? 그나마 조금 마음이 빚이 덜어진 것 같다.

최근에 9월 9일 날 기념 야외음악회를 했습니다. 시민들도 '조금은 덜 미안하다. 이 부분이 좀 더 진행될 수 있도록 돕겠다' 하시는 시민들의 격려가 있었습니다. 너무 기쁜 일이죠.

◇ 김효영 : 그렇군요. 아마 김정숙 여사께서 독일을 방문했을 때 통영에서 동백나무 하나 가지고 가서 윤이상 선생님 묘소에 옮겨 심는 걸 보신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더 많은 관심과 참여가 이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 배윤주 : 네. 정확한 지적이신 것 같습니다. 저희가 사실은 통영 분들이 그 장면을 보고 감격하신 것도 있으시고요. 그리고 우리가 많이 비겁했던 부분에 대해서 '이제는 우리가 얘기할 수 있겠구나 우리가 움직일 수 있겠구나' 하는 어떤 용기를 얻었다고나 할까요.

‘황금파도’라고 하는 국제음악당 시민 서포터즈단체가 있거든요. 이분들이 한 3백명 정도 되십니다. 윤이상이름 되찾기 운동을 펼치시고 저희 시의회에다가도 건의서를 내주셔서 의회에서 다룰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셨습니다.

또 개정안이 반대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의원님들한테도 관심을 요청하는 그런 행동들, 실제로 본회의 참석도 하시고 이렇게 하셔서 본회의에서 무사히 통과될 수 있도록 끝까지 힘을 실어주셨습니다.

◇ 김효영 : 결국은 이것도 시민들의 힘으로 이뤘다고 봐야 되겠군요. 올해가 윤이상 선생 탄생 100주년이라고요?

◆ 배윤주 : 네, 맞습니다.

◇ 김효영 : 어떤 행사들 준비되고 있는지 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 배윤주 : 윤이상 100주년 기념 야외음악회가 진행됐고요. 통영프린지를 통해서 윤이상 선생님 일대기를 담은 사진전, 다큐멘터리 또 북콘서트 같은 것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23일부터는 우리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선생님이 활동하셨던 독일, 유럽을 직접 찾아가서 선생님의 곡을 연주하는 그런 시간도 갖는다고 하네요.

◇ 김효영 : 알겠습니다. 힘들다고 하셨는데 지치지는 마시고요. 끝까지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 배윤주 : 네. 끝까지 관심 가져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 김효영 : 통영시의회 배윤주 의원 만나봤습니다.

[경남CBS 손성경 프로듀서] sskann08@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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