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 흔드는 사람들 / 고준길

2017. 9. 1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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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6월23일, 신고리 5, 6호기 건설 승인 안건이 올라온 원자력안전위원회 3차 회의가 열렸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를 제안한 직후에 원자력계 교수 250명의 찬핵 성명과 그 이후 교수 417명의 찬핵 성명서를 읽어 보니 원안위의 찬핵 위원들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찬핵 쪽이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에도 비슷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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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고준길
밀양송전탑 반대 대책위원, 단장면 용회마을 주민

지난 2016년 6월23일, 신고리 5, 6호기 건설 승인 안건이 올라온 원자력안전위원회 3차 회의가 열렸습니다. 저희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농사일을 하루 쉬고 새벽 6시에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기자회견을 하고, 저는 운 좋게 그날 회의를 직접 방청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찬핵 입장이 분명한 위원들과 한국수력원자력과 거의 한 식구 같은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회의였습니다. 반핵 쪽 입장을 가진 위원 한 분이 고리 지역에 10기가 밀집하게 되는 상황에서 다수호기 안전성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습니다. 찬핵 쪽 전문가의 답변은 ‘원전 한 개 한 개를 안전하게 지었기 때문에 10개가 몰려 있어도 아무런 위험이 과중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10기 중 1기가 사고가 나면 나머지 9곳의 작업원들이 협력해서 사고를 진압하는 이점이 있다’고도 했습니다. 저는 귀가 의심스러웠습니다.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가 있는지요.

문재인 대통령이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를 제안한 직후에 원자력계 교수 250명의 찬핵 성명과 그 이후 교수 417명의 찬핵 성명서를 읽어 보니 원안위의 찬핵 위원들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었습니다. 그분들도 원전의 문제점을 모르지 않을 텐데, ‘돈’(연구비)에 자기 영혼마저 닫아버린 것은 아닌가 싶어서 화가 치밀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을 이런 찬핵 전문가들에게 맡겨 원전 밀집도 세계 1위가 되었고,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로 만들었습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양심적이고 정확한 정보만 국민들한테 제공하면 되고, 이해당사자들은 정직하게 자기주장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최근 보수언론을 수놓는 찬핵 전문가들의 주장은 말 그대로 거짓이고 궤변입니다. 대만에서 발전소를 한곳에 모아놓은 바람에 정전이 됐는데, 탈핵을 하는 바람에 그리됐다고 하질 않나, 대통령도 전기요금은 별로 오르지 않을 거라고 했는데, 전기요금 폭탄이라고 하질 않나, 재생에너지보다 경제성이 떨어져서 전세계가 원전을 짓다가 중단하고 원자력이 서서히 사양산업이 되어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신고리 5, 6호기 못 지으면 원전 수출길이 막힌다고 난리입니다.

저희 밀양 주민들은 4년 전에 밀양송전탑 전문가협의체를 겪어서 저들이 어떻게 기만적으로 그 과정을 비트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찬핵 쪽이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에도 비슷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500명의 시민참여배심원단이 결정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찬반 양쪽의 자료집을 만드는데, 원래 약속을 뒤집고 반대쪽 내용의 삭제를 요구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찬핵 쪽의 일방적인 주장을 도입부에 실었는데, 아직 정정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길거리에서 기념품을 공짜로 마구 나눠주는 등 온갖 물량공세를 벌이는데,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겨울, 밀양 주민들도 촛불을 들었습니다. 우린 밀양 할매 할배들은 3개월 공론화 시간을 천금같이 여기며 지금 전국을 돌고 있습니다. 밀양 주민들은 정말 간절하게 신고리 5, 6호기의 백지화를 원합니다. 비록 초고압 송전탑 아래에서 여생을 보낼지언정, 설계수명이 60년이나 되는 시한폭탄 같은 신고리 5, 6호기를, 고리 지역에 무려 9기나 되는 원전을 우리 자식들, 손자들에게 남겨주는 일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를 왜곡하고 거짓된 정보를 흘리는 찬핵 전문가들, 한국수력원자력은 민의를 왜곡하는 행태를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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