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팩트체크]정부 800만달러 대북인도지원 공여는 '퍼주기'인가

박소연 기자 2017. 9. 1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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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원칙은 '국제기구 통한 北 아동·임산부 대상 현물지원'..전용 가능성 차단이 관건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 /사진=뉴스1

국제기구를 통한 정부의 800만달러 대북 인도적 지원 검토 방침이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기조에 반한다는 지적부터 북한의 6차 핵실험 11일 만이라는 발표 시점을 문제삼는 의견까지 비판이 쏟아진다.

◇정부 주도 아닌 국제기구 대북지원 공여=먼저 이번 대북 지원은 ‘정부 주도’가 아닌 '국제 기구' 주도다. 오는 21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논의하는 것은 우리 정부가 세계식량기구(WFP)의 아동·임산부 대상 영양강화 사업에 450만 달러, 유니세프의 아동·임산부 대상 백신과 필수의약품, 영양실조 치료제 사업에 350만달러 등 총 800만달러(90억원)를 공여하는 건이다. 현재 우리 정부의 독자적 대북지원은 전무하다. 이번 논의는 WEP와 유니세프가 정부에 공여를 요청함에 따라 시작됐다.

◇현금 아닌 현물 지원=지원이 결정되면 정부는 두 국제기구에 800만달러를 기금 형태로 지급한다. 이후 각 국제기구가 북한의 아동 및 임산부에 필요한 물품을 지급하한다. 구체적으로 WFP는 북한의 탁아시설과 소아병동의 아동, 임산부, 수유부를 대상으로 단백질·미네랄·비타민 등을 혼합한 슈퍼시리얼과 슈퍼비스킷을 제공한다. 유니세프는 1세 미만 아동에게 결핵·B형 간염·홍역·소아마비 등 백신을 접종하고, 설사, 호흡기감염병 등 아동 필수 의약품을 제공한다. 중중급성영양장애 아동과 임산부·수유부의 영양실조를 치료하게 된다. 따라서 북한에 도달하게 되는 '현금'은 없다. 100% 현물 지원이다.

◇지원 대상은 북한의 아동·임산부=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물품이 지원될까. 앞서 밝힌 북한의 탁아시설과 소아병동에 있는 아동과 임산부 수유부, 1세 미만 아동, 중중급성영양장애 아동 등이 대상이다. WFP와 유니세프가 '접근성 없이 배급 없다(No Access, No Assistance)' 원칙하에 일정 기준에 따라 물품을 배분하고 감시한다. 이들은 평양 상주사무소를 운영하며 지원시설을 무작위로 방문하고 지원 물품 재고량을 확인하는 등 모니터링을 하고 이를 우리 정부에 보고한다.

◇국제기구 통한 대북지원 우리만?=유엔 통계자료에 따르면 9월 기준 올해만 미국(유니세프, 100만달러), 러시아(WEP, 300만달러), 스위스(WEP·ICRC 등 700만달러), 스웨덴(유니세프·OCHA 등 150만달러), 캐나다(유니세프·WEP 148만달러), 프랑스(WEP 등 49만달러) 등이 국제기구를 통해 대북지원을 했다. 우리 정부도 1996년부터 WEP와 유니세프, 세계보건기구(WHO) 등을 통한 대북지원 사업을 지속해왔다. 지난해 1월 북한 4차 핵실험 이후 이례적으로 중단했을 뿐 10년 넘게 지속돼온 사업이다.

◇김정은의 핵개발에 전용될 가능성은 =원론적으로는 북한 취약계층에 물품이 직접 제공되는 구조이므로 북한 정권에 전용되지 않는다. 특히 의약품과 아동 영양식 등은 전용이 어렵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전용 가능성을 의심한다. WFP 등 국제기구의 북한내 감시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충분한 감시가 어렵고 북한 당국의 통제 등으로 모니터링이 제한된다는 이유다.

지난 1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WFP가 북한에서 생산하는 어린이 영양과자가 인민군의 비상식량으로 둔갑하고 국경 경비대에 건빵 대용으로 공급되고 있다"며 "인도주의 지원 물자가 일부 특권층과 외화벌이 사업에 이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엇이 옳은 결정인가 =빈민국 및 개발도상국에 대한 국제기구의 인도지원은 특히나 수원국의 정치적 불안정성 때문에 필연적으로 배급의 투명성 논란을 수반한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이 투명한 모니터링을 전제로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100%의 투명성을 보장하긴 어렵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지원을 아예 하지 않는 게 맞을까.

유엔에 따르면 북한 주민 2490만명 중 1800만명이 식량부족 등을 겪는 취약인구이고 1300만명이 긴급지원 대상이다. 북한 5세 미만 아동 중 만성영양부족이 27.9%에 이른다. 대북 지원은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서 대해야 한다는 인도주의적 관점이 전제된다. 우리 국민 중 일부는 이 시각에 동의하지 않으며, 일각에서는 북한 주민들을 우리 세금으로 돌봐주면 김정은이 더 핵개발에 몰두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 주민에 대한 지원과 교류, 협력의 모멘텀을 이어나가는 것이 남북관계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나아가 통일을 대비하는 길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는 대북 인도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한다는 원칙에 따라 21일 교추협에서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주도해 대북지원 하는 건 모양새가 안 맞지만 국제기구 주도 사업에 비용 일부를 내라는 걸 거부할 수는 없다"며 "적국이어도 영유아와 임산부 지원은 하는데 언젠가 통일해야 하는 대상인 북한의 취약계층 고통에 눈감는 것은 추후 우리 책임이 될 수도 있다. 투명한 모니터링을 전제로 인도지원하는 것은 이견이 있을 수 없는 문제며, 정쟁화가 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전용이 안 되도록 방지장치를 만드는 게 중요하지 그걸 핑계로 하지 말자고 하면 아프리카는 다 굶어죽었고 우리도 50~60년대 원조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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