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北 미사일 요격' 할 수 없었던 미국..문제점은

국기연 2017. 9. 1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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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군사적인 대응 방법의 하나로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안이 거론돼왔다. 북한은 지난 7월에 두 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를 발사한 데 이어 9월 15일과 8월 29일에 일본 상공을 넘어가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를 발사했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이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안보 전문 매체인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17일(현지시간)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MD)은 왜 북한에 작동하지 않나’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통해 미국과 일본이 북한의 IRBM을 요격할 수 있는 MD 시스템을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가 15일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돼 불을 뿜으며 하늘로 솟아오르는 연속 사진을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요격은 못 했다
미국은 이번에 북한의 IRBM 발사 계획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미 군축협회(ACA)의 킹스턴 리프(Kingston Reif) 국장 등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북한이 시험 발사하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은 극도로 어려운 일”이라고 전했다. 북한이 15일 발사한 IRBM은 일본 홋카이도를 지나 태평양 공해 상에 떨어졌다. 리프 국장은 “우리의 BMD(탄도미사일방어) 시스템은 공해를 방어하도록 설계되거나 배치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에는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도 없으며 패트리엇은 단거리 미사일이 종말 단계에 있을 때 요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사용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해군 대장·왼쪽 네 번째)이 지난 8월 22일 경기 평택시 오산기지의 패트리엇(PAC-3) 요격미사일 발사대 앞에서 열린 합동 기자회견에서 대북 경고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북한의 ICBM보다 사거리가 짧은 미사일 요격은 해상에 배치된 이지스함의 몫이다. 이지스함은 그러나 인구 밀집 지역이나 중요 군사 기지를 방어하도록 설계되고, 배치돼 있다.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바다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이지스 체계로 요격하는 것은 극도로 어려운 일이고, 인구 밀집 지역 방어 등을 포기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 전략에 따르면 ICBM보다 사거리가 짧은 미사일은 이지스 순양함과 구축함에 배치된 SM-3 요격기로 격추하게 돼 있다. 바다에 있는 이지스함에서 시험 발사한 북한의 미사일을 맞추려면 미사일이 날아오는 시간을 정확하게 알고,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지점에 요격기를 정확히 배치한 뒤 대기하고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이것은 엄청난 행운이 따르거나 북한이 ‘친절하게’ 사전에 알려주지 않으면 생각할 수 조차 없는 일이라고 미국 전문가들이 강조했다. 미국 미사일방어청(MDA) 자료에 따르면 이지스 시스템으로 IRBM급 미사일 격추 시험을 해서 성공한 적은 딱 한 번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오른쪽)이 15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 발사를 현지 지도한 현장에서 하늘로 솟아오르는 미사일을 보는 사진을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미사일 방어망은 미완성
현재 실전 배치된 SM-3 블록1A 요격기의 요격 고도는 최대 500㎞, 사거리 700㎞이다. 북한이 지난 15일에 발사한 IRBM은 3700㎞를 날아갔다. 미국과 일본이 현재 개발 중인 SM-3 블록2A는 요격 고도 1500㎞, 사거리 2500㎞이다.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SM-3 블록2A가 개발되면 IRBM에 대한 대응 능력이 대폭 강화될 수는 있겠지만, 이것은 아직 실전 배치가 안 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리프 국장은 “IRBM이나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이 공중으로 떠오를 때는 SM-3의 타격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에 이것으로 요격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미군 구축함 USS디케이터호가 중거리 탄도미사일 동시요격 시험을 위해 SM-3 블록 1A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일본 방위성이 지난해 실시했다고 밝힌 SM-3블록2A의 시험발사 모습. 연합
현재 동해에 배치된 일본의 이지스함은 북한의 SRBM이나 MRBM이 일본의 인구 밀집 지역과 군사 시설을 타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배치돼 있고, 북한의 IRBM이 일본 북부의 홋카이도 쪽으로 날아오면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이 매체가 강조했다. 미국이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많은 돈이 든다. 그렇지만 북한의 미사일 요격에 성공하기도 쉽지 않고, 혹시 성공해도 북한이 더 많은 미사일을 생산하거나 레이더 교란을 위한 방해용 물체(decoy) 등을 사용하면 얼마든지 미국의 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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