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 남긴 '오렌지 껍질'이 황무지를 되살렸다

박세원 기자 입력 2017. 9. 1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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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부부 생태학자가 1998년 남미 코스타리카 열대우림을 되살리기 위해 메마른 땅에 오렌지 껍질 1만3228t을 쏟아부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연구원 부부 다니엘 잔젠과 위니 헐워치스는 오렌지 껍질을 황무지에 버리면 토양이 되살아날 것이라고 봤다.

불모지가 오렌지 껍질로 뒤덮이며 땅 전체가 주황빛을 띄는 풍경이 펼쳐졌다.

다른 연구를 위해 코스타리카를 찾은 이들은 오렌지 껍질로 뒤덮였던 곳을 찾아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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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프린스턴 대학

우리가 먹다 남긴 과일 껍질이 황무지를 되살릴 수 있다면?

한 부부 생태학자가 1998년 남미 코스타리카 열대우림을 되살리기 위해 메마른 땅에 오렌지 껍질 1만3228t을 쏟아부었다.

코스타리카의 이 목초지는 원래 풀과 나무가 무성한 열대우림이었다. 산업화로 공장 시설이 들어서며 황폐화됐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연구원 부부 다니엘 잔젠과 위니 헐워치스는 오렌지 껍질을 황무지에 버리면 토양이 되살아날 것이라고 봤다.

사진=프린스턴 대학

이 부부는 1997년 이 생각을 현실에 옮기기로 마음먹었다. 둘은 오렌지주스 생산업체 ‘델 오로’에 회사가 갖고 있는 숲 일부를 코스타리카의 과나카스테 보호구역(ACG)에 기증해 달라고 제안했다. 숲을 제공해주면 회사가 처리해야 할 오렌지 껍질 쓰레기를 이 불모지에 비용 없이 버리게 해주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1998년 델 오로는 1만3228t의 오렌지 껍질을 그 황무지에 버렸다. 무려 트럭 1000대 분량이었다. 불모지가 오렌지 껍질로 뒤덮이며 땅 전체가 주황빛을 띄는 풍경이 펼쳐졌다.

하지만 델 오로의 라이벌 회사 티코후르츠는 “땅을 오염시키고 있다”며 델 오로를 고소했다. 코스타리카 대법원은 티코후르츠의 주장에 동의했고 이들의 프로젝트는 2년 만에 중단됐다.

(사진=프린스턴 대학) 방치됐던 황무지(왼)와 오렌지 껍질로 덮였던 황무지

프로젝트가 중단되며 오렌지 껍질의 효능은 영영 검증되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호기심 많은 생태학자 티모시 트루어의 방문으로 오렌지 껍질의 근황이 공개됐다.

트루어를 비롯한 프린스턴 대학교의 생태학자팀은 2013년 남미 코스타리카로 여행을 떠났다. 다른 연구를 위해 코스타리카를 찾은 이들은 오렌지 껍질로 뒤덮였던 곳을 찾아가 봤다. 이들이 방문했을 때 땅의 위치를 명시하는 표지판은 덩굴로 뒤덮여 있었고 황폐했던 땅에는 촘촘하게 나무가 자라 숲을 이루고 있었다.

트루어의 팀은 오렌지 껍질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인지 확인하게 위해 오렌지 껍질이 버려지기 전인 2000년의 토양 샘플과 이후인 2014년 토양 샘플을 비교했다. 연구팀은 오렌지 껍질로 덮었던 지역의 토양이 영양, 유기물, 생물의 종류 등 여러 측면에서 훨씬 풍부하고 건강하다고 확인했다.

생물량이 급격하게 늘어난 이유는 여전히 연구 중에 있으나, 연구진은 “영양분이 풍부한 유기성 폐기물이 토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오렌지 껍질이 분해되면서 땅이 되살아날 수 있는 자양분이 된 것이다. 오렌지 껍질이 잡초가 자라나는 것을 막아 숲이 무성해지도록 도왔다고도 했다.

과학자들은 “이 프로젝트는 불모지 살리기와 농산폐기물 처리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지구 전체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많은 기업이 친환경적 폐기물 처리를 고민하고 있는 만큼, 농산폐기물로 숲을 재생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이는 일석이조의 방법을 찾아낸 셈이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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