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임은정 검사 “올초 과거사 사건 ‘무죄 구형’ 건의 후 조력자 색출당해”

구교형 기자

4년여 전 과거사 사건 공판에서 ‘무죄 구형’을 했다가 중징계를 당한 임은정 검사(43·사진)가 올해 초 병가 중 내부게시판에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가 재심을 권고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먼저 재심을 청구하자고 건의하는 글을 올렸다가 조력자 색출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임 검사는 지난 17일 검찰 내부게시판에 올린 ‘과거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검사 직권 재심 청구 보도를 접하며’라는 글에서 “2017년 1월20일 게시판에 올린 ‘고언(검찰 개혁 논의를 바라보며) 2’을 통해 저는 대검찰청에 과거사 재심사건에 있어 과거사위에서 진실 규명을 결정한 사건이라도 우리가 먼저 재심 개시 청구를 하고 ‘무죄 구형’을 하자고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병가 중인 제게 누가 컴퓨터를 빌려줘서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릴 수 있도록 도와줬는지, 그 조력자 색출로 화답했다”면서 “세상이 바뀌고 있으니 검찰도 좀 바뀌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에 설레다가 많이 서글펐다”고 털어놨다. 당시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이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가 한창이었고, 헌법재판소에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진행 중이었다.

임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 소속이던 2012년 12월2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고 윤길중 진보당 간사 재심 사건을 맡았다. 윤씨는 1961년 5·16 쿠데타 직후 혁신계 인사들에 대한 탄압 수단인 반공임시특별법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5년의 판결을 받았고, 이후 윤씨 유족들은 재심을 청구했다. 당시 임 검사 직속상관은 검사가 구체적인 형량을 구형하지 않고 재판부 판단에 맡기는 ‘백지 구형’을 지시했지만 임 검사는 무죄를 구형했다. 이후 법무부는 직무상 의무 위반과 품위 손상을 이유로 임 검사에게 2013년 2월 중징계인 정직 4개월의 처분을 내렸고, 임 검사는 징계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단독]임은정 검사 “올초 과거사 사건 ‘무죄 구형’ 건의 후 조력자 색출당해”

임 검사는 대법원에 계류 중인 자신의 징계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법무부가 특정 검사 혹은 특정 부서에 대한 개인적 감정으로 과거사 사건에서 무죄 구형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그는 “무죄 구형의 당위가 이리 매도당하고, 제 사명감이 조롱당하는 건 참을 수 없었다”면서 “그 무렵 쓴 싸이월드 일기를 출력해 대법원에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임 검사는 1·2심에서 모두 승소했지만 대법원은 2년10개월째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새 정부 들어 대검 공안부는 박정희·전두환 정부 시절 검찰이 적법절차 준수와 인권보장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받아온 시국사건 6건(피고인 18명)의 재심을 법원에 청구했다. 검찰이 권위주의 정부 시절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가 자행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자진해서 재심을 청구한 것은 처음이다. 과거 검찰은 재심사건에서 피고인이 부당한 기소를 당한 것으로 추정되더라도 법원에 유무죄 판단을 전적으로 위임하는 ‘백지 구형’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법정에서 ‘무죄 구형’을 할 방침이다.

임 검사는 검찰이 과거의 과오뿐 아니라 현재의 과오까지 모두 인정하고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사 사건은 그때 수사와 공소유지에서만 검찰이 잘못한 게 아니라, 아직도 정의를 바로세우지 못한 검찰의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이라는 현재의 잘못도 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끝으로 임 검사는 “새로운 지휘부에서 어려운 결단을 한 것이 너무 기쁘고 감사해 울컥했다”면서 “오늘 접한 이 놀라운 대검의 결단이 검찰 개혁의 시발점으로 진정성 있게 실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조직의 잘못된 관행을 거침없이 비판해 온 인물로 지난 8월10일 이뤄진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서 서울북부지검 부부장으로 승진했다. 임 검사는 2015년 2월과 2016년 1월 연달아 승진 대상에서 제외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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