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은 소방관을 사랑했습니다. 소방관 꿈을 이룬 뒤 얼마나 좋아했는데…”

17일 강원 강릉 석란정에서 화재 진화 중 무너진 건물 잔해 등에 깔려 순직한 이호현(27) 소방사의 외사촌 형(37)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호현 소방사는 소방관이 되기 위해 원래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강원도립대학 소방환경방재학과로 편입학했다. 이어 지난해 강원도립대 장학생 경력채용으로 합격했다.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강원도 소방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그는 올해 1월 9일 소방관으로서 첫 발걸음을 뗐다.

이호현 소방사는 자기관리에 철저했다. 외사촌 형은 “소방관이 되고 나서도 ‘사고 없이 일하려면 체력관리가 중요하다’며 쉬는 날에도 축구와 등산 등 꾸준히 운동을 했다”고 전했다.

외사촌 형은 “꿈을 이루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일이 일어나 안타깝다”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다 희생했으니 좋은 곳에 가서 편안하게 쉬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호현 소방사는 가정 형편이 넉넉하진 않았으나 착하게 자라 기특한 아들이었다. 집에서는 힘든 일이 있어도 내색하지 않고 말도 없이 과묵했지만, 직장에서는 적극적으로 근무에 임했다.

후배들을 챙기는 일도 잊지 않았다. 이호현 소방사는 지난 13일 오전 일찍 양양에서 근무하는 입사 동기와 함께 모교인 강원도립대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이호현 소방사는 “강릉 출신이니까 강릉 전체를 책임지는 소방대원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황재호 강원도립대 소방환경방재학과 교수는 “수업 중 화재 피난시뮬레이션으로 강릉의 대형 영화관에서 불이 난 상황을 가정해 발표하는 과제가 있었는데 호현이는 지하 5층, 지상 8층에 달하는 건물에 직접 가서 어떻게 시민들을 대피시킬지 연구했다” 회상했다.

황재호 교수가 “이제 결혼도 준비해야 하지 않겠느냐”묻자 이호현 소방사는 “결혼을 생각하는 여자친구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재호 교수는 “아끼는 제자 중 한 명이 갑자기 이런 일을 당해 너무 안타깝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이영욱(59) 소방위는 든든한 가장이었다. 91세 노모를 모셨으며, 아내(57)와 아들(36)을 둔 집안의 기둥이었다.

1988년 2월 1일 임용돼 투철한 사명감으로 햇수로 30년 동안 각종 재난현장을 누빈 베테랑이었다.

책임감과 뛰어난 리더십은 물론 현장에서 항상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선후배들에게 신망이 두터웠고 표창장도 여섯 차례나 받았다.

센터 내에서 가장 맏형인 그는 새내기 소방관인 이호현 소방사와 늘 한 조를 이뤄 근무했다.

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순직 대원들은 우리의 아버지였고 아들이었다”며 “두 사람의 희생정신을 잊지 않고 영원히 소방인으로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순직한 두 대원의 빈소는 강릉의료원 장례식장 1관 1호실과 2호실에 마련됐다. 3호실에는 합동분향소를 마련했다.

두 사람의 사고 소식을 접한 동료와 지인들은 장례식장을 찾아 넋을 위로하고 있다. 조종묵 소방청장과 이흥교 강원도 소방본부장도 이날 사고 현장과 장례식장을 찾았다.

두 사람의 영결식은 19일 오전 10시 강릉시청 대강당에서 강원도청 장(葬)으로 열린다.

고인은 영결식 후 국립대전현충원 소방관 묘역에 안장된다. 소방청은 순직한 두 대원에게 1계급 특진과 옥조근정훈장 추서를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