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군피아 업체 밀어주려? 민간용역직 재계약 거부한 軍

정반석 입력 2017. 9. 17. 16:06 수정 2017. 9. 18.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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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1사단 시설관리직 이모(53)씨는 1년 계약이 만료되는 2월 22일 "용역업체로 소속을 바꿔라, 월급은 50만원 줄어든다"는 통보를 받았다.

17일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국방부 '2017년 부대 관리 민간용역 운영방안' 등에 따르면, 군은 지난해 12월 '부대장 임의 무기계약근로자 채용금지' 지침을 내려 추후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으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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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부대 시설 관리 51명에

월급까지 깎으며 “소속 바꿔라”

수의계약 특정 업체 특혜 의혹

육군 1사단 시설관리직 이모(53)씨는 1년 계약이 만료되는 2월 22일 “용역업체로 소속을 바꿔라, 월급은 50만원 줄어든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씨는 “1사단에 입사할 때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재계약이 가능하다고 들었다”고 항의하다, “줄어든 월급은 부모와 세 자녀 부양하기에 턱없다”며 용역 계약을 거부했다. 1사단 시설관리직 절반(12명)이 이씨처럼 일을 그만뒀다. 퇴직자들은 “큰 폭으로 월급에서 삭감된 돈은 고스란히 ‘예비역 낙하산’ 용역업체에 간다”고 주장했다.

군이 1, 7사단에 고용됐던 시설관리 민간 노동자 51명에게 올해 초 월급 삭감과 함께 용역업체와의 계약을 강요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17일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국방부 ‘2017년 부대 관리 민간용역 운영방안’ 등에 따르면, 군은 지난해 12월 ‘부대장 임의 무기계약근로자 채용금지’ 지침을 내려 추후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으라고 지시했다. ‘부대 관리 민간용역’은 장병들이 전투 임무에 전념하도록 취사장 작업, 잡초 제거 등 전방부대 시설 관리를 외부에 맡기는 사업으로, 2015년 시작돼 현재 33개 군부대가 민간인 3,000여명을 직간접적으로 고용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런 군의 행보가 비정규직들을 용역업체로 내보내 기간제법상 정규직 전환 의무를 회피하고, 공공 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역행한다고 지적한다.

군이 유독 특정 업체만 선호한 대목도 눈에 띈다. 김 의원이 공개한, 지난해 12월 육군 소속 군수참모처 보고자료에 “공우ENC와 (20)17년 1월 중 수의계약 진행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올 초 간접고용으로 전환한 육군 1, 7사단과의 수의계약을 모두 따낸 공우ENC는 군인공제회 산하 외주업체로 관리자 대부분이 군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우ENC는 최근 5년간 임금체불 등 노동관계법 위반 신고 20차례, 고용노동부 감독 및 시정조치 3건 등 국가계약법상 입찰 절차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는 게 김 의원 측 주장이다.

군은 ‘보안상 필요’ 등 경쟁입찰 예외 조건에 해당돼 수의계약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제대 군인 특혜 주려고 비정규직 양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실제 지난해 ‘부대 관리 민간용역’ 사업 중 해병대는 4건 모두 경쟁입찰이었고, 육군 역시 23건 중 16건을 민간인 직접 채용 방식으로 계약한 바 있다. 현재 국가계약법은 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용역업체 선정 과정에서 군이 군인공제회, 재향군인회 등 군 관련 단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관행은 고질이다. 국방부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군 시설 관리 용역계약 156건 중 군 관련 단체와 맺은 계약은 105건(67%)으로 모두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김 의원은 “예비역 낙하산 부대와 군의 연결고리가 노동 여건 악화의 주범”이라고 꼬집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올해 관련 예산을 위탁사업비로 편성해 용역업체 계약이 불가피했다”며 “각종 민원이 많아 내년부터 바꾸려고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군부대 시설관리 업무를 특정 용역업체와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라고 명시한 육군 소속 군수참모처 보고자료. 김종대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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