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인공지능 왓슨의 암 진단 성적, 실망적"-STAT

조성은 기자 2017. 9. 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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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리지'(Watson for Oncology)를 이용해 진료 중인 의사/사진제공=IBM 사이트 캡쳐

지난 3년간 전 세계 수십 개 병원에서 암 진단 부분에서 사용돼 온 IBM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이 당초 예상했던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의학전문매체 STAT는 지난 5일 IBM의 의료용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가 병원에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IBM은 3년 전 왓슨이 인류 최대의 난제인 암을 치료함으로써 의학계의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리고 "올 연말까지 전체 암환자의 80%를 차지하는 12개의 중증 암 치료 지침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12월 가천대길병원을 시작으로 부산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대구계명대 동산병원, 대전 건양대병원 등에서 왓슨을 도입해 암 진단에 시범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IBM측의 주장과는 반대로 STAT는 왓슨의 역량이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조사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STAT는 한국, 슬로바키아, 인도, 동남아 등 전 세계 왓슨이 도입된 수십 개 병원들을 대상으로 왓슨의 실적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과정에서 수십 명의 의사, IBM 임원, 인공지능 전문가, 왓슨 시스템의 기술과 출시과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을 인터뷰했다.

왓슨의 성능에 불만을 제기한 이들은 왓슨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소화해 낸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그 데이터를 통해 자체 통찰력을 기반으로 한 치료법 및 권장사항을 내놓지는 못하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지난 2월 텍사스 휴스턴 소재의 MD 앤더슨 암센터는 왓슨과의 파트너십을 취소했다. IBM과 함께 왓슨 공동연구를 진행했던 린다 친(Lynda Chin) 박사는 STAT와의 인터뷰에서 "왓슨이 의료분야에서 제 기능을 수행하게 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STAT의 인터뷰에 참가한 한 관계자는 "IBM이 왓슨을 외부의 비판적인 평가에 노출시키지 않았고, 최첨단 암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제 3자 연구도 수행하지 않은 채 전 세계에 배포했다"고 밝혔다.

왓슨을 사용해 본 한국의 부산대학교 병원 유방암 전문의 강태우 교수도 "왓슨은 암이 림프절로 전이된 경우만을 가정해 이에 대한 치료법을 추천하고 있으며, 환자에게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약을 권하면서도 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도 않는다"며 왓슨의 성능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최근 플로리다의 주피터 메디컬 센터(Jupiter Medical Center)에서는 왓슨이 73세의 폐암환자의 치료법으로 암 전문의들 사이에서 이미 흔히 사용되고 있는 화학요법을 제시해 의료진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사례도 나왔다.

왓슨의 비평가들은 왓슨이 획기적인 치료법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가 왓슨의 작동 시스템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왓슨은 인간 감독자인 의사가 제공하는 교육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상태다. 한마디로 왓슨이 질병을 예측하거나 근절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치료법을 내놓지 못한다는 말이다. 되레 의사가 특정한 특성을 가진 환자를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를 왓슨에게 훈련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왓슨을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왓슨의 데이터 학습과정에서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왓슨은 미국 뉴욕의 저명한 연구기관인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의 2명의 의사와 데이터엔지니어로부터 근 6년간 7가지 유형의 암에 대한 훈련을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제한적인 데이터만을 학습하게 됐고 이로 인해 편향된 결과를 도출하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왓슨은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이 편집한 출판물을 검색해 관련 연구 및 권장사항, 이 병원 의사들의 치료 선호도를 반영해 이를 토대로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는 암 치료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기관이지만, 이곳에서의 임상결과가 전 세계 사람들의 다양성을 반영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의 의사와 유사한 훈련을 받은 곳에서는 왓슨이 효과적일 수 있지만, 다른 치료법을 이용하는 타 국가 의사들에게는 왓슨의 처방이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덴마크의 암 전문의들과 왓슨이 제시한 치료법의 일치율은 겨우 3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정작 미국에서 왓슨을 도입한 병원은 지금까지 2곳에 불과하다.

물론 일부 암의 경우 전문의와 왓슨의 처방 일치도율이 96%까지 높아지기도 하지만, 이 역시 왓슨이 기존의 치료방법을 적용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뿐 획기적인 치료법을 제시하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STAT은 왓슨이 전 세계 의료기관에 배치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의료현장에서 성과를 내기에 아직 개선돼야 할 점이 많다고 결론을 내렸다.

조성은 기자 luxuryshine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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