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인정받으려 발버둥 대한민국이 아픕니다"

송혜진 기자 입력 2017. 9. 1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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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진 기자의 느낌]
父子 정신분석 의사 이무석·이인수 "인정 중독에서 벗어나야"
"다섯살까지 경험이 삶을 결정.. 사랑 못 받으면 비뚤어져"
경쟁 밖에 모르는 한국
타인에 공감할 여유 없어 윗사람에 대한 분노 弱者·아랫사람에 분출
인정받으려 애쓰지 말라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몰라 남들 좋다는 것만 좇다가 서로 할퀴고 생채기 내
아버지와 아들 모두 정신과 의사라면 서로 마음속 파고(波高)를 예민하게 알아채지 않을까. 아들 인수(왼쪽)씨는 “사실 그렇다. 다만 그 분석 결과를 함부로 입에 올리진 않는다”고 했다. 아버지 이무석 (오른쪽)박사가 이런 아들의 대답을 듣고 빙그레 미소 지었다. 이들 등 뒤 그림은 이 박사의 둘째 아들 성수씨가 그린 것이다.

/이태경 기자">서른 살 해정(가명)씨는 미국으로 유학 떠나던 날 인천공항에서 갑자기 공황발작을 일으켰다.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했고 얼굴도 예뻐 부모님 사랑을 독차지해왔던 그다. 정신분석 결과 병명은 '분리불안'이었다. 부모님과 멀어지게 되자 발작이 생겼다고 했다. 부모님과 사이가 그토록 좋았던 걸까?

"해정씨에게는 오빠가 있었습니다. 말썽을 자주 부려 부모님에게 미움받는 오빠였죠. 해정씨는 오빠처럼 미움받지 않으려고 더 애쓰며 자랐죠. 부모님은 그런 해정씨를 애지중지했고요. 해정씨의 분리불안 심층엔 '나도 잘못하면 부모에게 버림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던 겁니다. 그동안 만난 숱한 환자들이 가슴속에 이런 상처와 두려움을 안고 있었어요. 우리나라 특유의 문화가 빚어낸 사회 병리 현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8일 서울 청담동에서 만난 이인수(45) 정신과 의사가 들려준 말이다. 곁에 선 이무석(72·전 전남대 의대 교수) 박사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부자(父子) 사이다. 아버지 이무석 박사는 지난 45년 동안 정신분석을 하며 논문 110여 편을 써온 국제정신분석학계 권위자고, 아들 이인수씨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정신과 수련의·임상 강사를 하고 미국 샌디에이고 정신분석연구소에서 수련했다.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정신분석 의사를 하는 건 외국에서도 매우 드문 경우다. 서울 청담동 같은 건물에서 각각 정신분석 연구소와 정신과의원을 운영하는 두 사람이 최근 '누구의 인정도 아닌'이란 제목의 책을 함께 펴냈다. 4년 전 '스펙보다 중요한 내 아이의 자존감'이라는 책을 펴낸 이후 두 번째로 함께 쓴 책이다. 두 사람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남들에게 인정받으려고 애쓰다가 상처투성이가 되는 사람들이 적지 않더라"고 했다.

지금 우리는 모두 아프다

―대한민국 사회가 지금 우리를 아프게 한다는 얘긴가요.

(이인수) "그렇죠. 압축성장을 하면서 다들 성공만을 향해 달려왔어요. '성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갇혀 뛰다 보니 옆 사람을 볼 수가 없죠. 타인에게 공감할 여유도 없고요. 모두가 경쟁자니까요.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가야만 하니까요. 이 과정에서 효율적 통제가 필요하니 철저한 위계질서가 형성됐고요. 윗사람을 향한 분노는 철저히 억압돼 왔고, 이들을 향한 주장이나 감정 표현도 금기시됐죠. 그 주장과 공격성이 그럼 어디로 가느냐. 자기 자신 혹은 자기보다 약한 사람이나 아랫사람을 향해요. 자살하거나 자해를 하고, 아니면 남을 학대하거나 때리면서 그 분노를 푸는 거죠. 위계사회, 경쟁사회가 병리를 일으키는 겁니다."

―이달 초 부산에서 14세 여중생들이 또래 여중생을 마구 때려 피투성이로 만든 사건이 있었죠.

(이무석) "그 뉴스를 듣고 이런 생각을 했어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그 가해자들 역시 어린 시절 누군가에게 심하게 맞았거나 학대당한 경험이 있을 거라고요. 아마도 그때 자존감이 무너지고 상처 입었겠죠. 더 약한 대상을 찾아 괴롭히면서 자존감을 회복하고 싶었겠죠. 또래 학생을 때리면서 잠시나마 자신이 강해지는 듯한 착각도 했을 거고요. 하지만 자존감은 그렇게 회복되는 게 아니에요. 가해자는 반드시 처벌해야겠지만 이들의 병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비슷한 사건이 또 생길 겁니다."

―요즘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요. 다들 경쟁에 피로를 느끼고 있고 위계질서도 많이 무너졌다고들 하는데요.

(이인수) "자살, 자해, 알코올 중독, 따돌림, 폭행 같은 사건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죠. 실상 우리나라 현실이 그다지 많이 바뀐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증상은 더 심해지고 있는데 '예전보다 낫다'고만 하면 제대로 치료될 수 없잖아요. 어린이, 여성 같은 약자가 여전히 짓눌려 지내고 있고 곳곳에 상처가 만연한데 '괜찮아졌다'고만 해선 안 되는 거죠."

두 사람은 최근 낸 책에서 '인정 중독'이라는 주제를 다뤘다. 그간 만나 온 환자들의 증상은 제각각이었지만, 그 아픔의 뿌리를 캐보면 결국 남에게 인정받지 못할까 봐 몸서리치는 두려움이 있었다는 얘기다. 두 사람은 "인정받는 사람은 인정받는 사람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은 또 그들대로 속으로 피 흘리고 있다"고 했다.

청소년이었던 둘째 아들이 찰흙을 빚어 조소 작품으로 만들어낸 것을 지켜보는 이무석 박사. 이 박사는 이날 아들의 찰흙 작품을 보며 ‘화가를 하라고 권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이인수 제공

―왜들 그렇게 인정에 목마른 겁니까.

(이무석)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모르고 살아서 그래요. 남들 바라는 대로 남들 좋다는 것을 좇아, '이게 바로 성공이다'라고 쓰인 깃발만 보며 그 길로 냅다 뛰기만 해서 정작 자기가 무엇을 정확히 원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성공해도 마음은 답답하거든요. 돈도 많고 유명한데도 뭔가 충족이 안 되고, 가슴속에 여전히 화가 있어요. 자기 진짜 욕구를 채우지 못해서 그런 거죠. 그런데 대부분은 남들에게 더 인정받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잘못 생각해요. 그래서 더 잘되려고, 더 높아지려고, 칭찬받고 박수받으려고 발버둥쳐요. 그 과정에서 서로 할퀴고 생채기 내고 넘어지죠."

(이인수) “지금도 인터넷 게시판, 댓글 곳곳에 욕설과 험담, 남을 향한 비난이 넘쳐나잖아요. 다들 그런 말을 써야만 잠깐이나마 스스로가 강한 존재가 됐다고 느껴서 그런 겁니다. 어딘가에서 경쟁하고 인정받으려 애쓰다가 피가 났어요. 억울하고 화나죠. 다른 누군가도 피가 났으면 좋겠다고, 그럼 내 상처가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공격하고 악플을 쏟아내는 겁니다. 사회 곳곳이 멍들고 깨졌다는 걸 댓글만 봐도 알 수 있는 거죠.”

상처는 대물림된다

다들 대체 어디에서들 이렇게 자존감을 다쳤을까. 이인수씨는 “정신분석학계에서는 다섯 살까지의 관계와 경험이 삶을 결정한다고들 얘기한다. 이 시기에 부모로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하고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못한 경험이 그 사람의 성격을 왜곡한다. 그 상처를 제때 치료해주지 않으면 그 분노와 상처는 안타깝게도 대물림된다”고 했다.

―부모의 잘못이 쌓여 결국 아픈 사회가 된다는 얘기인가요.

(이인수) “그럼요. 아이에겐 크게 세 가지 욕구가 있어요. 자기 이야기를 누군가가 진지하게 들어주길 바라는 욕구, 무대에 오르고 싶은 욕구, 내 욕망과 감정이 침범되지 않기를 바라는 욕구. 이 세 가지를 제대로 만족시켜주지 못하면 아이는 상처받아요. 그런데 우리는 오랫동안 아이들의 말을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해왔거든요. 아이는 뛰어놀고 싶다는데 ‘수학 문제 풀어’라고 말해요. 진지하게 듣지 않는 거죠. 어린 아이와 게임을 하면서도 끝내 져주지 않는 부모도 종종 봐요. 아이가 주인공이 될 기회를 안 주는 거죠. 아이 외모를 계속 지적하는 경우도 있어요. ‘너 옷이 그게 뭐야.’ ‘너 지금 이상해 보여.’ 이 역시 아이 자존감을 꺾습니다. 음대에 가고 싶은데 법대에 가라고도 해요. 결국 법대를 간다 해도 그 아이 마음엔 어마어마한 좌절과 분노가 자라죠. 자기 인생을 자기가 통제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이무석) “가령 누군가와 툭 부딪쳤어요. 그럼 ‘죄송합니다’ 하고 지나가면 그만이잖아요. 그런데 만약 큰 수술하고 막 병원에서 나왔는데 바로 그 부분을 누군가와 부딪쳤다고 해봅시다. 그럼 화들짝 놀라겠죠. 화도 나겠죠. 남의 말에 상처 잘 받는 사람, 화를 잘 내는 사람, 순간순간 자기감정을 통제할 수 없는 사람…, 이들이 다 이렇게 수술하고 나온 환자 같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죽 아팠던 겁니다.”

―두 분 병원이 서울 청담동 한복판에 있죠. 이곳에 찾아오는 환자들은 어떻습니까.

(이인수) “이곳에서 상담하면서 외적 조건과 자존감은 완벽하게 별개의 문제라는 사실을 새삼 느껴요. 평생 돈에 구애받지 않고 살아온 분도 있고, 정말 이름 높은 사람도 있죠. 이들은 그런데 정작 매 순간 행복하지 않고 ‘나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껴요. 자기가 왜 아픈지, 어릴 때 무엇 때문에 상처받았는지 정확하게 몰라서 그렇겠죠.”

(이무석) “요즘 ‘갑질 논란’이 자주 불거지죠. 번듯한 조건을 갖춘 사람들이 알고 보면 그렇게 속으로 곪고 아프니 때론 그런 일이 생길 수밖에요. 마음이 이미 흡족하고 튼튼한데, 굳이 남을 괴롭혀가면서 갑(甲) 대접을 받고 싶은 욕구가 생길 리 없지 않습니까.”

남이 아닌 나를 봐준 부모님

이무석 박사는 패션 디자이너인 아내와 함께 2남 1녀를 키웠다. 아내는 천성이 느긋하고 넉넉한 사람이었다. 아이들이 흙장난하느라 집을 온통 더럽혀도 혼 한 번 내지 않았다. “그게 그렇게 재밌디?”라고 물을 뿐이었다. 화가인 둘째 아들 이성수(42)씨는 어릴 때부터 장난기가 넘쳤다. 바지 위에 팬티를 입고 다녔다. 남들은 ‘쟤 좀 봐라’ 했다. 아내는 그러나 “기발하다”고 했다.

아내가 온화한 표정과 말로 세 남매에게 자유를 줬다면, 아버지 이무석은 행동으로 본보기를 보이는 편이었다. 이인수씨는 “늘 책 읽고 연구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자연스럽게 ‘나도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또 동료 의사 모임이나 교회에서 맡은 역할을 책임지고 열심히 해내는 아버지 모습을 보면서 좋은 리더가 무엇인지를 저절로 배웠다”면서 “부모님은 늘 우리 자존감이 행여 다칠까 살폈고, 우리 감정과 기분을 최대한 존중해줬다”고 했다.

이무석 박사와 첫째 아들 인수씨가 서울 청담동 클리닉 상담실에 함께 앉았다. 두 사람은 “사람 마음을 읽는 작업이 때론 고되도 참 보람있다”고 했다.

/이태경 기자">―어떻게 말입니까.

(이무석) “저녁에 아내랑 종종 산책을 나갔어요. 아이 셋만 집에 두기 미안하니 ‘올 때 통닭 한 마리 사 올게’ 하죠. 아내와 얘기하면서 걷다 보면 통닭 약속을 새까맣게 잊고 말죠. 집 현관까지 돌아와서야 생각나요. 다시 나가기 귀찮죠. ‘그냥 내일 두 마리 사다 주겠다고 할까’ 싶고요(웃음). 그래도 다시 나갔어요. 별것 아니지만 ‘우리 부모님은 나와의 약속을 잊지 않는다’는 믿음을 심어주지 못하면 그 아이는 ‘세상 누구도 내 말을 진지하게 듣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거든요.”

(이인수) “아버님은 둘째 동생이 저를 따라 의대 진학을 준비하겠다고 할 때 오히려 ‘그러지 말고 너는 그림을 좋아하니 미대를 가라’고 하셨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사실 동생도 미술을 하고 싶어 했어요. ‘의대 자신 없어서 미대 입시 한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 의대를 가겠다고 했었다는 거죠. 부모님은 아이의 진짜 욕구를 제대로 보고, 남의 인정보다 그 욕구를 따라 살라고 해주셨던 겁니다.”

이무석 박사 자녀들은 모두 결혼해 각자 가정을 꾸렸다. 이들은 모두 이른바 ‘스몰 웨딩’이 유행하기 한참 전에 결혼했지만 하나같이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다. 가족과 몇몇 친지, 정말 가까운 친구만 초대했다. 아버지 이무석은 피로연장에 근엄하게 앉아 있는 대신 하객 앞에 나와 마이크를 잡는 것을 좋아했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런 식이었다. “우리 아이는 참 용감합니다. 고등학교 때 불량학생들과 13대1로 붙은 적도 있습니다. 많이 얻어맞았지만 굴하지 않고 자기도 몇 대 때렸습니다.” “중학교 때인가 아내가 그랬어요. ‘둘째 도시락에서 싸주지도 않은 신김치 냄새가 난다’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같은 반에 형편이 어려워 신김치만 싸온 친구에게 자기 반찬을 나눠주고 싶은데 그냥 주면 자존심이 상할 테니, 그 아이 신김치를 다 뺏어 먹고 자기 반찬을 대신 내주고 왔다는 거죠. 신김치 맛처럼 깊은 아이 아닙니까.”

―자녀를 가르치지 말고 관찰하라는 얘기인가요.

(이무석) “관찰하고 감탄해야죠. ‘내게 이런 멋진 아이가 왔다니’ 하고 맘껏 기뻐하면 되는 겁니다. 흔히들 부모 역할을 잘못 생각해요. 통제하고 가르치는 게 부모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아요. 그저 이해해주고 품어주면 되는 겁니다. 부모는 결코 자녀를 특정한 모양과 빛깔에 맞게 키워낼 수가 없어요. 아내가 늘 이런 말을 했어요. ‘제 속에서 나온 것만 제 것’이라고요.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을 공부한 것도 아닌데, 이 사람 참 대단하죠. 자율성(Autonomy)을 이보다 더 제대로 이해한 말이 어딨습니까. 정말 맞아요. 애써 가르쳐서 만든 건 사실 다 어거지예요. 자기가 스스로 하는 것만 자기 것이죠. 애 키우기가 어렵다고 다들 아우성이지만, 그럴 것 없어요. 그저 내 아이가 자기 것을 해내는 걸 보고 있으면 되는 겁니다.”

회피하지 말고, 왜곡하지 말고

두 사람은 책에서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고통을 견디라’고 가르쳤다. ‘힘들어도 참고 계속 가라’고도 했다. 이젠 그 강박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했다.

―‘아프다’ ‘힘들다’고 맘껏 징징대라는 얘기냐고도 물을 수도 있겠네요.

(이인수) “내가 약하고 내 아이가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는 건 사실 쉽지 않은 얘기니까요. 흔히들 그래서 진짜 병(病)을 덮어놓고 일단 술 한잔 마시고 털자고 하죠. 약물을 찾기도 합니다. 병을 회피하거나 병증을 왜곡해서 이해하는 거죠. 그래 봤자 낫지 않는다는 걸 이젠 인정해야 해요. 저는 그래서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당신은 지금 아프다. 당신의 진짜 감정에 귀 기울여라’고요.”

―나만 나으면 되나요. 나를 아프게 하는 세상이 그대로인데요.

(이무석) “세상을 바꾸긴 물론 어렵죠. 정신 분석가의 입장에서는 ‘주장하라’고 말해줍니다. 인정에 목매지 말고, 칭찬받고 싶다는 생각을 버리고 자기주장을 해보라는 거죠. 그래도 안 바뀐다면? 그럼 그 관계에서 떠나라고 말해줍니다. 보통은 그걸 떠날 용기가 없어서 계속 그대로 가죠. 내게 상처 입힌 사람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용기를 갖는 것만으로도 삶이 바뀝니다. 상처의 대물림도 바로 그 순간 끊어지죠.”

―결국 내가 나아야 사회가 낫는다는 건가요.

이인수씨는 쉼표 없이 대답했다. “그럼요. 우리 모두 그래서 이젠 치열하고 치밀하게 자기만족을 찾아야 해요. 성공 말고 만족, 진짜 자기의 욕구 만족 말이죠.”

아버지 이무석이 옆에서 조용히 한 마디 했다. “그렇고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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