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박성진 파장']'박성진 수렁'에 빠진 여권..문 대통령 "담담하게 하라"
[경향신문]
여권이 ‘박성진 수렁’에 빠졌다. 당·청은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49)의 거취를 둘러싸고 삐걱거리고 있고,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 문제가 박 후보자의 거취와 연계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여당은 물론 청와대의 운신 폭도 좁아진 상황이다. 여당은 14일 박 후보자의 자진사퇴 또는 지명 철회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담담하게 하라”고 주문하는 등 청와대는 정치권 사퇴 요구에 즉각 반응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후보자 거취와 관련해 “국민의 정서, 여론에 따라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며 “정 그것이 안된다고 한다면 결국 청와대가 최종적으로 판단을 내려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박 후보자가 자진사퇴하지 않을 경우 문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공식 제기한 것이다.
여당 주요 당직자가 박 후보자에 대한 임명 불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전날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 3당의 ‘부적격’ 청문보고서 채택을 묵인하는 식으로 ‘임명 불가’ 입장을 우회적으로 공식화한 데 이어 이날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것이다. 청와대가 자진사퇴를 끌어내거나, 지명 철회를 결단하지 못하자 백 대변인이 ‘임명 불가, 지명 철회’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기에 이른 것이다.
당·청 갈등이 표면화됐음에도 여당이 반기를 든 이유는 간명하다. 청와대가 박 후보자 문제를 빨리 정리해 여당의 협상 여지를 넓혀달라는 것이다. 당장 박 후보자 거취 문제가 지연될 경우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임명해선 안되는 사람은 날려야, 야당을 설득할 명분이 생긴다”고 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문 대통령이 박 후보자 문제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인사시스템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결심 지연’이 여당을 무시하는 것으로 비칠 경우 개혁입법 국면에서 여당의 대야 협상력 약화가 초래될 수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사태를 관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참모들과의 티타임에서 국회가 박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의견이 담긴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청와대에 송부한 것을 두고 “담담하게 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 ‘국회 구조가 그런 것을 어떻게 하겠느냐, 국민께 그대로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보였다”며 “너무 정무적 판단이나 계산을 하지 말고 담담하게 하라는 뜻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 인준과 박 후보자 거취 문제를 연계하지 말고 사안별로 대처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어제 당분간 상황과 추이를 보겠다고 했다”며 “통상 당분간은 하루 이틀 이상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번 주말까지 박 후보자 거취를 정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청와대 인사라인의 책임론을 두고는 “인사 문제가 생긴 데 대해선 사과해야 할 부분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문책으로 가야 할 부분인가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런 행태를 두고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야권은 물론 여당에서도 박 후보자에 대해 부적절한 인사라고 평가한 마당에 자진사퇴든 지명 철회든 서둘러 사태를 정리해야 할 청와대가 상황을 관망하면서 국정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제혁·김지환 기자 jhju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커지는 '박성진 파장']이낙연 총리 "박성진, 특별히 검증 부실 인정"
- [커지는 '박성진 파장']'승격'이 되레 걸림돌 된 중기벤처부
- 윤 대통령, 이재명 대표에 총리 후보 추천 부탁하나…첫 영수회담 의제 뭘까
- 조국혁신당 “윤 대통령, 4·19 도둑 참배” 비판···이재명·조국은 기념식 참석
- 이미주-송범근 ‘열애’ 팬들은 알고 있었다···이상엽도 응원
- 디올백 건넨 목사 ‘김건희 스토킹’ 혐의 입건
- 이준석, 이재명 만난다는 윤석열에 “조국이나 이준석은 부담스러우실 것”
- 국정원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필로폰 총책, 캄보디아서 검거”
- 이스라엘의 군시설 노린 재보복, “두배 반격” 공언 이란 대응 촉각 …시계제로 중동 정세
- [단독]해병대 사령관·사단장, 비화폰으로 수차례 통화…추가 검증은 미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