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이력이 하나도 없는 투수가 위기의 KIA를 구했다.

KIA 이민우(24)는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1군에서 선발 출장해 팀의 11-2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KIA는 전날 SK전에서의 뼈아픈 역전패의 아픔을 잊고 롯데전 5연패의 사슬을 끊는데 성공했다.

경성대를 졸업한 이민우는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으로 KIA의 선택을 받았던 유망주였다. 하지만 입단과 동시에 팔꿈치 수술을 했고 공익 근무까지 마쳐 올시즌에야 전력에 합류했다. 줄곧 2군에 있었던 이민우는 14경기에서 모두 선발로 등판해 5승 3패 평균자책점 5.97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날 팀의 5선발 자리가 비게 되자 기회를 얻었다.

경기 전까지만해도 양팀 사령탑들은 모두 확답을 내리지 못했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전력 분석을 할 수가 없다. 타자들이 공보고 쳐야 한다”고 했고 김기태 KIA 감독도 “계속 선발 수업을 받아왔다”고만 말했다.

그러나 이민우는 기대 이상의 피칭을 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91개의 투구수를 소화하며 6이닝 6안타 1홈런 3삼진 2실점으로 롯데 타선을 묶었다. 타선에서도 1회부터 7점을 뽑아내는 등 든든한 득점 지원을 했다. KIA는 박진태 1명만으로 경기를 마무리하며 불펜 소모를 줄였다.

투타의 조화로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거둔 이민우는 팀 역사에도 이름을 남겼다. 원년 해태 시절부터 통틀어봤을 때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기록한 건 팀 역사상 5번째다.

경기 후 이민우는 “전날까지는 많이 떨렸는데 1회 타선에서 점수를 많이 내줬고 포수 김민식 선배님이 가운데 보고 힘껏 던져서 맞춰 잡으라고 해서 편하게 던졌다”고 말했다.

“손아섭 선배와의 대결이 희망사항이었다”던 이민우는 “1회 땅볼로 잡고 긴장이 풀렸다”고 돌이켜봤다. 그러면서 “승리 투수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 안했는데 한 타자 한 타자 집중하고 내 역할만 하자고 생각한 것이 좋은 결과를 부른 것 같다”고 웃었다.

김기태 KIA 감독은 “이민우의 데뷔 첫 승을 축하한다. 특히 마운드를 운용하는 능력과 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침착하게 던져 준 점을 크게 칭찬하고 싶다. 또한 타자들이 점수를 뽑아줘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