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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한령 6개월]"피눈물 납니다"..자취 감춘 中관광객 '썰렁 명동'

이재은 입력 2017.09.14. 18:09 수정 2017.09.14. 18:17

식당·화장품·면세점·숙박 등 매출 절반 넘게 급감
북한 잇단 무력 도발로 일본·동남아 관광객도 줄어
"장기화 비상사태···국민들도 가능한 국내관광 필요"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금한령'이 시행된지 6개월여 지난 14일 서울 중구 명동쇼핑거리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7.09.14.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은 한주홍 홍지은 기자 = "중국인 관광객은 한명도 없어요. 매출이 작년에 비해 절반 이상으로 떨어져 피눈물이 나는 상황입니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에서 만난 기념품 판매점 사장 윤모(49·여)씨는 텅 빈 가게를 지키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 중국 관광객이 즐겨 찾던 김봉지 위엔 먼지가 쌓여있었다. 윤씨는 "하루에 중국인 손님이 많이 와야 2~3명이다. 정말 먹고 살기가 힘들다"면서 "주변에 폐업하고 문 닫는 곳이 늘고 있는데 우리 가게도 이대로 가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중국이 지난 3월 자국 여행객의 한국행을 금지한 '금한령(限韓令)'을 내린 지 6개월을 맞았다. 명동에는 관광객의 자취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한산했다. 과거 거리 곳곳에서 소리가 넘쳐났던 중국어는 들리지 않았다. 중국어로 도배됐던 매대와 현수막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가게 앞에서 중국 관광객을 호객하던 상인들은 입을 굳게 닫고 있었다.

명동 거리에 위치한 고깃집은 점심시간임에도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종업원 문모(60·여)씨는 "이전엔 가게 1층과 2층이 꽉 찰 정도로 중국 손님이 많았다. 지금은 확연히 줄어 2층은 아예 빈 공간으로 두고 있다"면서 "메뉴 중 중국인들이 자주 찾던 불고기, 양념 소갈비 메뉴는 장사가 안 되니 없애버렸다"고 토로했다.

명동에서 6년째 마트를 운영한 한모(45)씨도 "한창 중국 관광객이 올 때는 매대 전체를 비울 정도로 구매량이 상당했고 매출도 높았다. 구매를 많이 하는 중국 관광객은 오지 않고 동남아나 일본 관광객만 오다 보니 객단가가 확실히 줄었다"며 씁쓸해했다. 그는 "전과 대비해 30%이상 매출이 급감했다. 요즘 정말 많이 힘들다"고 말했다.

노점에서 계란빵을 판매하는 박모(56·여)씨는 "전에는 100개를 팔았다면 지금은 50개도 못 파는 실정이다. 진짜 죽겠다. 앞으로 정말 큰일이다. 차마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며 울상을 지었다.

중국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던 화장품 및 의류 매장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중국인이 선호하는 한 화장품 브랜드 매장은 지난해보다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판매원 김모(여·35)씨는 "단체주문이나 대량주문이 확 떨어져 매출에 타격이 크다. 중국인 관광객은 과거의 3분의 1수준"이라며 "중국어 안내방송으로 호객행위 안한 지도 오래됐다. 매장이 필요 없을 수준으로 손님이 없는데 중국어 안내를 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금한령'이 시행된지 6개월여 지난 14일 서울 중구 명동쇼핑거리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7.09.14. bluesoda@newsis.com

김씨는 "해외에서 아예 한국비자를 안 내준다는데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아마 문 닫는 가게가 더 많아질 것이다. 앞에 있는 화장품 가게 4곳도 다 문을 닫았는데 이 정도면 얼마나 심각한지 말 다하지 않았나"라고 하소연했다.

옷가게 점장 신모씨도 "우리 매장 자체가 중국인을 겨냥해서 8이라는 숫자를 쓰고 로고도 빨간색을 쓴 건데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드니 타격이 엄청나다"며 "고객 수가 절반 이상 줄었다. 이 중에서 중국인은 70% 정도 줄었다. 예전에는 점원으로 중국인 유학생을 고용했는데 지금은 굳이 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명동 인근의 면세점과 숙박업체도 상황이 녹록치 않았다. 관광 성수기인 중국 최대 연휴인 국경절 연휴(10월1~8일)를 앞두고 있으나 매출 회복이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명동에 위치한 A호텔 직원은 "10월은 중국, 일본 다 연휴가 있어 성수기다. 2주 남았지만 예약률이 50~60% 정도다. 예년에는 이맘때 전부 예약이 됐거나 만실이었는데 올해는 확실히 적은 편"이라며 "특히 예전에 비해 중국인 관광객은 확실히 줄었다"고 전했다.

면세점 내 위치한 가방 매장 직원도 "우리 매장은 중국인이 주 고객이었다. 과거 하루에 입점 고객이 1200~1300명이었는데 지금은 500명으로 줄었다"면서 "단체 관광객은 아예 없다. 주차장에 가면 가득 차 있던 관광객 버스가 지금은 하나도 없다. 타격이 엄청나다"고 탄식했다.

화장품 가게 직원 유모(32·여)씨는 "곧 10월부터 중국 국경절이라 한창 손님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대목인데 이번에는 안 올 것 같으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설상가상 북한의 잇단 무력 도발로 일본·동남아 관광객 수까지 크게 줄어 명동 상인들의 곡소리는 더욱 커졌다. 한식집을 운영하는 이모(59)씨는 "매출이랄 것도 없다. 중국 손님을 대상으로 해서 메뉴판과 인테리어도 다 중국어로 돼 있는데 손님이 오지 않으니 매출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씨는 "게다가 북한 때문에 일본 관광객도 안 오니 정말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기념품 판매업자 윤씨는 "앞으로도 외국인 관광객이 올 거라고 생각하진 않고 이 상황이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대책이 서지 않는다"고 울먹거렸다.

【서울=뉴시스】홍지은 기자 = 1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상가가 금한령의 여파로 폐점됐다. 2017.9.14. rediu@newsis.com

이날 명동 거리에는 폐점된 가게들도 눈에 띄었다. 파란색 천으로 씌워져 있거나 빈 상점 창가에 '문 닫음', '임대문의', '장사 접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어있었다.

부동산을 운영하는 조모(58) 사장은 "명동은 금한령 이후에 중국 관광객 급감으로 힘들어하는 게 현실"이라며 "점포는 많이 나와 있는데 매매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조 사장은 "중국인으로 먹고 사는 상권인데 그들이 안 오니 이곳에 들어오려고 하길 원치 않는다"면서 "특히 화장품, 숙박업소 등에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기화되고 있는 금한령 타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기종 경희대 관광학과 교수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때보다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한 비상사태다. 무엇보다 현 사태가 장기화되면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서 "정부와 국민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크게 못 느끼는 같다. 정부는 관광 침체에 대한 현황파악과 대책을 모색해야 하고 국민들도 가능한 국내관광을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뿐만 아니라 북핵 문제까지 겹쳐서 외국인 관광객 자체가 더 줄었다. 이런 정치적 상황이 지속되는 한 개선되긴 힘들 것 같다"며 "한국 문화를 잘 아는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국이 안전하다'라는 상황을 알려주면서 저변을 넓혀가는 것이 하나의 방책이라고 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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