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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값 내년부터 하락 전망..'포스트 반도체'가 없다

송성훈,문일호 입력 2017.09.14. 17:56 수정 2017.09.14. 19:38
반도체 이을 주력산업 부재..AI·드론 등 미래업종에선 오히려 중국에 밀리는 형국
반도체-자동차-원자력발전 '골든 트라이앵글'에 균열

◆ 반도체 착시현상 ◆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라인인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사진 제공 = 삼성전자]
사상 유례없는 반도체 호황을 누리고 있는 한국 산업계에 되레 '반도체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장은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에 제대로 올라탄 반도체 기업에 힘입어 각종 산업지표가 좋아 보이지만 '반도체를 빼면' 얘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를 주도하던 삼두마차가 삐걱거리면서 반도체가 상대적으로 지나치게 부각된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반도체-자동차-원자력발전(원전)'으로 이어지는 한국 경제의 골든 트라이앵글(황금 삼각축)이 올 들어 급격하게 무너져 내렸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현대차의 중국 내 차 판매가 반 토막이 난 데다 새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한국전력의 이익마저 1년 새 40%가량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상황이다. 사실 이들 3곳은 2014년 이후 작년까지 3년 연속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톱3'를 기록한 캐시카우 같은 기업이다. 현대차와 한국전력이 무너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반도체에 대한 한국 경제의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전문가들은 내년 3분기에 삼성전자의 이익증가율마저 꺾이게 되면 한국 경제 성장동력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며 걱정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반도체 호황 국면이 좀 더 이어지겠지만 올해와 같은 호황은 아닐 것이라고 분석한다. 여전히 공급이 부족하긴 하지만, 반도체 값 상승폭을 더 이상 흡수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인 IHS에 따르면 반도체 D램 가격은 올해 0.67달러(D램 1기가비트(Gb)당)에서 최고점을 찍은 이후 2020년까지 줄곧 하락세를 탈 전망이다. 내년에 0.53달러로 떨어지는 것을 시작으로 2021년이면 0.28달러까지 내려앉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불과 4년 내에 현재 가격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셈이다.

공장 증설과 공정 미세화로 공급은 늘어나는데 수요가 그보다 빨리 늘지 않으면 가격 하락은 피할 수 없다.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IT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증설작업이 마무리되고 중국 업체들이 메모리 반도체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하면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넘어설 것"이라며 "반도체 가격은 자연스레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이 올해 대규모 투자를 사실상 마무리한 상황이라 설비투자에 따른 자금부담은 올해보다 덜할 전망이다.

문제는 포스트 반도체에 대한 산업계의 우려다. 반도체 호실적에 가려진 한국 제조업의 문제점이 만만치 않다.

14일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상장사(유가증권시장·코스닥)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반도체(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 합산)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0.9%, 28.3%였다. 반도체 이익 비중은 반도체 의존도가 심화됐던 2014년을 뛰어넘었다.

반도체가 잘해서 의존도가 높아진 측면도 있지만 다른 제조업 분야의 부진이 심각했다는 점이 이런 현상을 부추겼다. 현대차의 경우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2조5952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16.4% 줄었다. 상반기 중국 차 판매량이 28.8% 감소한 탓이다.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 작년 5.5%에 불과했던 현대차 영업이익률은 올해 또다시 낮아져 5.4%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와 함께 수년간 영업이익률 3강을 유지했던 한국전력도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새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원전 가동률이 뚝 떨어지며 이익이 급감하고 있다. 올해 추정 영업이익은 7조1337억원으로 작년보다 40.6%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현준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지에 따라 비용 부담이 크게 늘었고 원전 가동률도 크게 떨어져 실적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당장 현대차와 한전만 흔들려도 제조업 전체가 불안하다는 얘기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호황이 올해처럼 이어지진 않을 것이다. 가격상승 자체가 포화상태, 즉 반도체를 부품으로 완성품을 만드는 제조업체가 수용할 수 있는 가격한계에 접근했기 때문"이라며 "대규모 설비투자도 올해 마무리 단계로 추가 투자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내년 제조업 설비투자 통계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10여 년 동안 조선과 철강과 같은 중공업 분야가 중국에 경쟁력을 잃고 무너지듯, 이제는 IT 첨단부문도 정점에 다가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지원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크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산업지원정책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규제완화를 비롯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나 시늉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나누는 데만 급급할 뿐 산업을 전체적으로 키워보려는 시도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우수한 기술인력을 지키려면 국내 공장이 중요하다. 공장을 지어야 하는데 비효율적인 규제에 발목 잡히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한국 반도체 산업이 반도체 1위를 계속할 수 있을까? 전망은 쉽지 않다. 하지만 무조건 1등을 목표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중국이 다 따라온 다음에 후회하면 이미 늦다"고 경고했다.

[송성훈 기자 /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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