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무분별한 편의점 개점 막아달라".. 40대 새터민 점주 눈물 호소

박태우 기자 2017. 9. 14.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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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제발 인근에 편의점 개점을 막아주세요. (제겐) 생존권이 걸린 문제입니다.”

대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40대 새터민이 14일 인근에 또 다른 편의점 개점 중단을 막아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대구 북구 금호지구에서 CU편의점을 운영하는 홍영화씨(46)는 지난 8일 동네 주민으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자기 점포에서 60m 떨어진 곳에 GS25 편의점이 입점한다는 것이었다.

홍영화싸는 14일 자신의 CU편의점 앞에 현수막을 내걸고 인근 GS25편의점 개점 중단을 호소했다.홍영화씨 제공

실제로 홍씨 가게와 60m 떨어진 곳의 드림마트는 이달 중 GS25로 상호를 변경해 문을 열기 위해 막바지 공사가 진행중이다. 지금도 근근이 버틴다는 그는 “드림마트는 취급품목과 가격이 다르지만 GS25는 품목이 겹치기 때문에 매출에 직격탄을 맞을게 뻔하다”고 말했다.

홍씨는 GS25 홈페이지에 편의점 개점 철회를 호소하고 인근 GS25 편의점 업주를 찾아가 개점 중단을 요구하는 등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그러나 되돌아오는 답변은 “어쩔수 없다”는 말 뿐이었다.

그는 지난 11일 GS25 홈페이지에‘가슴이 무너져 내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아파트 정문을 사이에 두고 60m도 채 안되는 곳에 또 다른 편의점이 생기면 마지막 희망까지 짓밟히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홍영화씨가 운영하는 CU편의점(빨간색 원)과 아파트 정문을 사이에 두고 60m 떨어진 곳에 GS25(현 드림마트)가 이달 중 개점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를 하고 있다. 홍영화씨 제공

자신을 새터민으로 소개한 그는 “죽을 고비를 무릅쓰고 대한민국으로 넘어와 어렵게 편의점을 시작했다”면서 “영업한지 1년도 채 안됐는데 옆에 편의점이 들어서면 생존권을 뒤흔드는 게 아니냐”고 했다. 2010년 대한민국 품에 안긴 그는 “너무 막막한 나머지 통일부라도 찾아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적었다.그는 지난 12일 GS25 대구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개점 중단을 눈물로 호소했다. 그러나 대구사무실 개발팀 책임자로부터 “죄송하다. 지금으로서는 어쩔수 없다”는 답변만 듣고 돌아서야 했다. 이어 개점 준비중인 인근 GS25 측에 주인을 만나보고 싶다고 요청했다. 그는 자신의 점포로 찾아온 GS25 점주 동생에게 사정을 털어놓고 개점 중단을 간곡히 당부했다. 하지만 점주 동생은 “여기는 경쟁사회다. 어쩔수 없다”는 말만 했다.

홍영화싸는 14일 자신의 CU편의점 인근에도 현수막을 내걸고 “GS25는 공사를 중단하고 기존 점주의 생존권을 흔들지 말라”고 촉구했다. 홍영화씨 제공

그는 “지금 장사가 잘 돼 함께 할수 있는 곳이라면 이런 말씀을 드리지 않는다”면서 “살아보려고 몸부림 치는 사람을 벼량으로 모는 것은 경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GS25는 지난 8월 모든 편의점 근접 출점을 자제하겠다고 국민을 상대로 발표해 놓고도 왜 이렇게 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인근 GS25에 개점 중단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공사는 진행중이라며 늦어도 18일에는 오픈 할 것 같다”면서 “정말 답답하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tae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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