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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추적]15세 소녀 영혼 파괴한 'SNS 저격글'이 낳은 비극

김준희 입력 2017.09.14. 14:50 수정 2017.09.14. 16:51
전북 전주 한 아파트 옥상서 투신한 중3 소녀
유족 "딸 죽음에 학교폭력 있었다"며 수사 의뢰
'부산 피투성이 사건' 같은 무차별 폭행은 아니지만
또래 9명 10개월간 지속적인 집단 폭언·폭행이
한창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소녀 파국으로 몰아
여중생, 학폭 후 우울증·트라우마 호소하며 자해
정신과 입원하고 심리상담치료 받았지만 역부족
유족 "진실 밝히고 가해 학생들 응분의 처벌해
다신 학교폭력 희생자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
학교폭력이미지. [중앙포토]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CCTV 화면 캡처. [중앙포토]
15세 소녀가 아파트 15층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지난달 27일 오후 3시59분쯤 전북 전주시 효자동에서 일어난 비극이다. 전주시내 한 남녀공학 중학교 3학년이던 A양에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A양의 부모는 딸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배경에는 같은 학교 친구들의 모진 학교폭력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부산 피투성이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처럼 온몸을 피범벅으로 만든 집단 구타는 아니지만 10개월에 걸친 또래들의 지속적인 폭언과 집단 따돌림·폭행은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소녀를 파국으로 내몰았다.
A양은 학급 임원과 방송부장 등을 하며 친구들과도 과목 비법노트를 공유할 정도로 사이 좋게 지내던 평범한 여중생이었다. 이렇게 밝고 긍정적이던 큰딸을 잃은 A양의 부모는 지난 1일 전주 완산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딸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다. A양의 아버지는 "엄정한 조사를 통해 가해 학생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고 다시는 우리 딸처럼 학교폭력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학생이 괴롭힘을 당하는 동안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예방도 보호도 하지 않은 현재의 학교 모습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양 모습. [사진 A양 유족]
A양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생전 A양과 가까웠던 친구들과 A양 부모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했다. A양이 지난해 10월 학교 축제 기간에 같은 학년인 B군과 얘기를 나눈 게 비극의 발단이 됐다. 이 남학생은 A양의 같은 학교 친구 C양의 남자친구였다. 이를 오해한 C양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A양을 비난하는 이른바 '저격글'을 올렸다. "남자 꼬실람(꼬시려면) 딴데 가라 그래. 아 짜증나. 지(자기) 얘기하는지는 알기나 할까. ㅇㅈ(인정) 답 없음. 아 진짜 너무 싫음"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글에는 D양 등 29명이 동의하는 댓글을 달았다.

A양의 아버지는 "C양의 페이스북 글을 본 학생들이 공격하면서 딸은 마음의 상처를 입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남학생 E군은 교실과 버스 등에서 친구들에게 A양을 '걸레'라고 표현하며 모욕을 주기도 했다. A양은 문제의 페이스북 글을 내리고 싶은 마음에 C양에게 "비록 의도하지 않았지만 B군과 얘기를 나눈 게 마음을 아프게 했다면 사과한다"고 전했지만 정작 본인은 아무한테도 사과를 받지 못했다.

외려 D양과 E군 등 또래 4명은 그 뒤로도 A양에게 '몸 대주고 다닌다' '여우 같다' 등 폭언을 일삼았다. 또 A양이 지나가면 주위를 빙빙 돌면서 고함을 지르거나 째려보는 등 계속 위협했다. D양 등의 괴롭힘은 올해 4월까지 반복됐다. 친구들로부터 일방적으로 언어폭력을 당한 A양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급기야 지난해 12월부터 손등과 팔목·허벅지 등을 볼펜으로 찍는 식으로 수차례 자해를 시도했다. A양의 부모는 이런 전후 사정을 지난 4월에야 딸의 친구들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A양의 아버지는 "지난해 말부터 딸이 가끔 얘기를 했지만 단순히 친구들 사이의 가벼운 다툼이라고 생각했던 게 너무 후회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 측에는 공식적인 학교폭력자치위원회 개최를 요청하지 않았다. 이 일로 사건을 모르던 학생들까지 알게 되면 더는 학교에 다니기 어렵다며 A양이 반대해서다. 대신 A양의 부모는 D양 등 가해 학생 4명, 이들 중 2명의 학부모, A양의 담임 교사, 학생주임 교사 등이 학교에 모여 사과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가해 학생들에 대한 처벌보다 딸의 치유가 더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A양의 아버지는 "가해 학생들이 사과는 했지만 1명을 제외하고는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며 "심지어 어떤 남학생은 '욕설한 적이 없다'고 부인해 이에 실망한 딸이 사과받은 그날 손목 자해를 했다"고 말했다. A양의 부모는 딸이 자살을 자주 언급하자 지난 4월 24일부터 5월 11일까지 전주시내 한 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 입원 시켰다. A양은 퇴원 이후에도 일주일에 두 번씩 전주의 한 심리상담센터에 다니며 심리 치료를 받았다.

이전보다는 상태가 호전됐지만 A양은 일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다. 학교에서는 보건실에 누워 있거나 집에 돌아오면 계속 잠만 잤다. A양의 아버지는 "딸은 1차 학교폭력이 있었던 지난해 10월 이미 영혼이 파괴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A양의 시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6월 20일 같은 학교 친구인 F양의 전 남자친구와 함께 있었던 게 또 오해를 샀다. F양이 전화를 했는데 A양은 이 남학생의 부탁으로 '혼자 있다'고 말했다가 F양과 마주친 것이다. A양은 난감해 하며 이날 집에 가서 F양에게 "의도치 않게 상처 준 것 같아서 미안해"라는 문자를 보냈고, F양으로부터 "뭔(무슨) 상처?"라는 답장을 받았다.

두 번째 악몽은 이튿날 벌어졌다. F양은 6월 21일 오후 10시30분쯤 집에 있던 A양에게 '잠깐 혼자 나오라'고 전화를 했다. A양은 화해하자는 줄 알고 약속 장소인 전주시 효자동 한 학원 뒤편으로 나갔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거기엔 F양 말고도 같은 학교 여학생 4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F양은 A양의 왼쪽 손목을 잡으며 "여기는 자해한 곳이니까 잡으면 안 되지?"라며 A양을 폐쇄회로TV(CCTV)가 없는 곳으로 끌고 갔다. 당시 A양은 자해한 상처를 가리기 위해 긴 팔목아대를 찬 상태였다.

학교폭력 때문에 지난달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A양이 생전 가족과 단란한 한때를 보내던 모습. [사진 A양 유족]
무리 중 한 여학생은 "난 연예인 돼야 하니까 학폭(학교폭력) 연루되면 안 돼"라고 말하기도 했다. F양은 "자해한 게 자랑이냐. 걸레짓 좀 하지 마. 이 악물어라"고 하면서 A양의 가슴을 세게 밀치고 뺨을 두 차례 때렸다. 당시 이 장면은 학원 수업을 마치고 나온 학생들도 목격했다. 하지만 당시 A양은 집에 가서도 부모에게 이 사실을 숨긴 채 그저 "속상하다. 많이 아프다"며 서럽게 울었다고 한다.

이날 이후에도 F양 등 5명은 A양과 마주칠 때마다 "걸레X 지나간다"고 욕했다. 이를 본 한 학생이 학교 교사에게 알렸지만 해당 교사는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 A양은 신고하고 싶었지만 F양 등에게 보복을 당할까봐 속으로만 끙끙 앓았다고 한다. 복도나 화장실에서 이들과 부딪치는 것이 무서워 교실 밖을 나가지도 못했다. 다행히 F양 등과 마주치지 않는 여름방학 동안 안정을 되찾는 듯했다. 자해 횟수도 줄고 A양 스스로 한국사 시험에 응시하는 등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려고 안간힘을 썼다. A양의 부모도 딸 옆을 온종일 지켰다.

하지만 개학을 하루 앞둔 지난 8월 16일 A양은 병으로 손목을 자해했다. A양의 아버지는 "자신을 괴롭힌 F양 등에 대한 공포감이 원인이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A양의 우울증과 불안 장애는 개학 후 더 심해졌다. 개학 날에는 학교에 가자마자 바로 조퇴했고, 트라우마 때문에 밤잠을 설쳐 낮 12시에 등교하는 날도 있었다. A양은 마지막까지 수업을 잘 들으려고 노력했지만 주말이 되자 우울증이 재발됐고 이번엔 약물 자해를 시도했다. 그리고 이튿날 8월 27일(일요일) A양은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우울증과 불안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던 A양이 다닌 청소년상담센터 상담소견서 사본. [사진 A양 유족]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A양에 대해 19차례 심리 상담을 진행한 아동청소년상담센터에 따르면 A양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호소하게 된 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겪은 1차 학교폭력 사건 때문이다. PTSD란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극심한 스트레스(정신적 외상)를 경험하고 나서 발생하는 심리적 반응이다. '정신적 외상'이란 충격적이거나 두려운 사건을 당하거나 목격하는 것을 말한다.

센터 측은 상담소견서에서 "A양은 타인과의 갈등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보다 혼자서 감당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보이며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정서적 어려움과 혼란이 가중됐을 때 극단적으로 자해를 함으로써 힘들다는 것을 주변에 표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A양의 자해 시도를 "사건보다는 관계를 중시했던 A양의 반복된 행동 패턴"으로 봤다. 센터 측은 "이는 사건의 충격이 작아서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해결할 경우 친구들 사이에서 고립되는 등 이후 관계가 차단될까 두려움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번주부터 A양과 가깝게 지냈던 친구 5~6명의 이야기를 들을 예정이다. 피해자가 숨진 상태에서 A양을 가장 잘 아는 친구들을 통해 A양에게 어떤 일이 있었고, 무엇 때문에 힘들어 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경찰은 이 학생들도 A양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심리 상태가 불안정한 것으로 보고 부모 동의를 얻는 등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경찰은 앞서 지난 6월 A양에 대한 폭행이 있었던 현장에 다녀왔다. 당시 사건 현장을 비추는 CCTV는 없었지만, 경찰은 사건 현장으로 가는 길목에서 CCTV를 확보했다. 영상이 지워진 상태여서 경찰은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하고 있다.

현재 경찰이 이번 사건의 가해자로 추정하는 학생은 9명이다. 1차 학교폭력 4명, 2차 학교폭력 5명 등이다. 경찰은 A양의 친구들에게서 최대한 유의미한 얘기를 들은 다음 가해 학생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들은 아직까지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이다.

경찰은 1차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모욕 및 협박죄, 2차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폭행 또는 공동 폭행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 전주 완산경찰서 관계자는 "A양이 학교폭력을 당하는 과정에서 학교 측이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A양이 다니던 중학교에서는 오는 15일 오후 3시30분 학교폭력자치위원회가 열린다. 학교 관계자는 "학폭법(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로부터 직접 진술을 듣고 실제 학교폭력을 행사했는지를 판단하고 징계 여부 및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A양 어머니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딸에 대한 애절한 마음을 담은 글. [사진 A양 유족]
A양 어머니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딸에 대한 애절한 마음을 담은 글. [사진 A양 유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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