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사태 한 달]문 닫는 농가·믿지 못하는 소비자·대책없는 정부(종합)

이선애 입력 2017. 9. 14. 10:25 수정 2017. 9. 14.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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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파동이 발생한 지 15일이면 한 달이 되지만 농가의 악몽은 계속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올해 연말까지 살충제 검출 원인 규명 등 관련 조사를 지속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문을 닫는 농가들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협회 측은 "농가들은 하루빨리 검사를 진행해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제품이라는 걸 증명해달라는 입장"이라며 "현재 정부 검사는 농장뿐만 아니라 지역적으로 시중 유통 계란에 대해서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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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양계협회 "상황 장기화되면 농가 초토화"…미흡한 '정부 검사'만 학수고대
계속 나오는 살충제 계란에 '신뢰' 바닥…소비자 불안 가중
허술한 정부 관리시스템 '여전'…사육환경 및 친환경 인증 개선 시급

쏟아지는 살충제 검출 계란.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의 한 산란계 농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부적합 판정을 받은 계란을 폐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지연진 기자, 조호윤 기자] "부적합 판정 받은 농가도, 아직 검사 받지 않은 농가도 모두 진퇴양난입니다. 폐업 농가 수는 늘어나고 있는데, 정부는 뭐하는지 모르겠어요. 검사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농가들이 살 수 있습니다." (경북의 A농가)

" 시간이 지날수록 사료는 사료대로 들어가고 생산되는 계란은 족족 폐기 처분되고, 초토화됐습니다. 바로 옆 농가는 이미 폐업했어요. 아무리 안전하다 해도 믿지 못할텐데 앞길이 막막합니다. "(강원의 B농가)

살충제 계란 파동이 발생한 지 15일이면 한 달이 되지만 농가의 악몽은 계속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올해 연말까지 살충제 검출 원인 규명 등 관련 조사를 지속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문을 닫는 농가들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수의 계란 농가들과 관련협회 등은 정부 조사만 학수고대하고 있지만 답보 상태다. 이런 가운데 13일에는 경기도 여주에서 살충제 계란이 또 다시 검출됐다. 정부의 미흡한 대처가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과 함께 허술한 관리 시스템으로 소비자들의 불안감만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연말까지 비프로닐 등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장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한다. 전체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불시 점검도 강화한다. 불시 점검에는 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도 포함이다.

계란 농가들은 정부 검사만을 기다리고 있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들은 정부의 추가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생산되는 계란은 모두 폐기 처분하고 있다. 적합 판정을 받기 전까지 일손을 놓은 셈이나 마찬가지다. 검사를 받지 않은 농가도 두려움에 유통을 중단하고 정부 조사만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협회 측은 "농가들은 하루빨리 검사를 진행해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제품이라는 걸 증명해달라는 입장"이라며 "현재 정부 검사는 농장뿐만 아니라 지역적으로 시중 유통 계란에 대해서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일 롯데마트 서울역점 계란 매대. 찾는 소비자가 많지 않아 계란이 수북히 쌓여있다.


문제는 정부 조사가 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워낙 빠르게 진행이 됐고 그 과정에서 문제점들이 많이 나와 믿을 수 없다는 지적들이 잇따르고 있는 것. 실제 최근 적합 판정을 받은 계란에서 또 다시 살충제가 검출됐다. 정부의 미흡한 대처로 신뢰성 논란만 낳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계란의 생산단계와 유통단계에서 모두 잔류물질 검사체계가 구멍났다는 점이다. 사고발생 후 농식품부와 식약처의 대응 부재, 결과 번복, 부실검사, 친환경 부실 인증 등 국가 식품안전관리체계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지만 정부가 마련한 대책들은 구체적인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안전한 계란을 공급하기 위해 정부는 사육환경의 특징을 반영한 잔류물질 관리체계를 정비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기준들은 산란계의 치료와 질병예방을 목적으로 한 항생제와 주사제 등 동물용의약품 중심인 만큼 살충용 동물용 의약외품의 유효성분들이 잔류물질 검사항목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정비하고, 허가된 동물용의약외품의 종류를 확립해야한다는 것.

전문가들은 항생제와 살충제, 농약, 중금속 등을 분석해 축종별 사육특성과 환경변화를 반영한 매뉴얼 마련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과도한 살충제 사용이 불가피한 사육환경의 변화를 위한 구조적인 개선책과 함께 허술한 정부의 친환경 인증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살충제가 검출된 농장 52곳 중 무려 31곳이 친환경 농가였다. 정부로부터 친환경 농산물 인증기관으로 지정된 민간업체 64곳 중 6곳에서 농관원 출신 퇴직자가 대표를 맡고 있었다. 또 이들 민간업체의 전체 인증직원 610명 가운데 80명도 농관원 출신인 것으로 집계됐다. 민간 인증기관은 농가에 친환경 인증서를 발급하고, 농식품부 산하 기관인 농관원은 인증 업무가 제대로 처리됐는지를 사후 감독하지만 농관원 출신들이 민간 인증기관으로 이동하면서 감독의 칼날이 무뎌진 것.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인증 마크는 정부의 자체적인 시스템에 의해 진행돼야 한다"며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를 이윤에 휘둘릴 여지가 있는 민간업체에 맡긴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으로 앞으로는 더 철저한 친환경 인증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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