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비혼과 미혼 사이, 우리는 비혼을 선택당했다

오유정 입력 2017.09.1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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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유정 기자 ]

 
 
‘결혼 적령기’라는 명목하에 비혼과 미혼, 미묘한 줄다리기 속 선택을 강요받는다. 사회가 규정한 시기에 ‘결혼 못 한’ 미혼 여성들에 대한 다양한 별칭은 ‘결혼 못 한 여자’에 대한 사회에 서려있는 부정적인 시각을 방증한다.
부담스러운 결혼이라는 명제 앞, 치열한 고민 대신 타인에 대한 평가에서 벗어나는 대안으로 ‘결혼은 안 할래!’ 라고 외치며 마침내 ‘비혼’을 선택하는 이들. 자의반 타의반에 의한 선택 이면에는 용솟음치는 불안이 도처에 만연하다.
 

화려한 싱글, ‘비혼’의 또 다른 단상을 그려낸 영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는 30대 세 친구의 삶 속, 보편적으로 기저에 자리한 ‘일과 사랑’, ‘사랑과 결혼’에 대한 공통된 짙은 고민은 보는 이로 하여금 공감대를 이룬다. 각기 다른 상황 속, 다른 삶의 선택한 그녀들의 이야기. 자발적 선택이 아닌 강요된 선택 ‘비혼’의 모순 이면에 자리한 불안. 비혼과 미혼 사이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파장을 일으킨다.
 
 
나는 ‘비혼’인 척하기로 했다
카페에서 근무하는 수짱(시바사키 코우)은 사장에게 인정받아 카페 점장으로 승진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성실해 해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쓸쓸한 순간이 듬성듬성 찾아온다. 매니저와 서로 호감을 느꼈지만 그녀의 동료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임신한 친구를 만나고 돌아서던 길. 때때마다 불안과 회의감을 마주한다.

'이 쓸쓸한 느낌, 몇 번이고 경험했다. 지금 나를 쓸쓸하게 만드는 건 뭐지? (중략) 내가 한 선택들은 모두 잘못된 걸까?' 그녀의 나지막한 독백. 자신의 선택을 끊임없이 가늠하고 저울질해보며 여전히 미혼과 비혼 사이 흔들리는 그녀의 마음을 드러낸다.
아직도 결혼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결혼을 안 할 것도 아니지만 당장 던져진 선택 앞에, 서둘러 ‘비혼’인 척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정말 괜찮은지.
 
치열한 흔들림 끝, 그녀는 마침내 결론 내린다.
‘불안감은 가시지 않지만 먼 미래의 일을 지금 결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결혼,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선언하다
피부관리를 하라는 상사의 핀잔과 어린 후배의 비아냥에 피부과를 찾은 마이짱(마키 요코). 피부과 상담 도중 예기치 않은 잠언을 듣는다. 반듯한 정장에 높은 힐을 고집하며 똑부러진 면모를 가감 없이 보여주던 커리어우먼 그녀에게 “하나쯤은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한 가지 정도는 포기하고 살아요”라고 말한다. 울컥하는 마이짱은 굳은 결심 끝, 일을 그만두고 결혼한다.
 
그녀의 친구, 수짱과 달리 결혼을 선택한 그녀는 행복하기만 할까? 교차된 장면에 비친 마이짱의 낯빛은 어둡다. 배불러 온 배를 부여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버스에서 그녀는 결혼 전 자신의 모습을 연상하게 하는 여성을 마주한다. 반듯한 정장 차림에 높은 힐, 손에 쥐고 있는 업무자료까지. 결혼 전 자신과 꼭 닮은 그녀를 보며 만감이 교차한 것.
 
이내 그녀는 ‘다음 달에 태어날 배 속의 아기. 평온하고 행복한 나날. 잘된 거야‘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이렇게 된 건가‘라며 지금의 ’나‘와 작별을 고한다. 결혼과 출산으로 또 다른 삶을 맞이하게 될 그녀의 두려움이 독백 안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결혼의 시기가 늦춰지고 ‘비혼’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은 사회가 암묵적으로 규정한 규범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있지만 깊숙이 오염되어 있는 고정관념과 사회적 편견은 개인을 옭아맨다. 인생의 큰 틀 안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결혼’이야말로 오롯한 스스로의 선택이어야겠지만 여전히 타인의 눈과 시선에 떠밀려 자의 반 타의 반, 비혼이든 결혼이든 결정하기에 이르는 사람들.
'결혼하면 행복할까', '결혼하지 않는 것이 더 행복할까' 끊임없이 가늠하고 재는 사이,' 행복을 위한 행복', 행복에 대한 의무감만 자리한다. <지상의 양식>의 저자 앙드레 지드는 “시인의 재능은 자두를 보고도 감동할 줄 아는 재능이다”라고 말했다. 시선을 옮겨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순간을 천천히 음미하기도 하고, 자신의 내면의 가치를 깊숙이 들여다 보기도할 때, 미혼이건 비혼이건 기혼이건 삶은 충분히 풍성하지 않을까. 

사진: 셔터스톡

오유정 키즈맘 기자 imou@kizm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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