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시고 아픈 만성통증, 놔두면 신경계 망가져 고질병 된다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2017. 9. 1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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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CAL 통증클리닉

나이가 들면 특별한 병이 없어도 여기저기 온몸이 아픈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통증은 자연스런 노화 현상이 아닌 질병이다. 통증은 처음에는 몸의 이상을 나타내는 신호로 나타나지만, 3개월이 넘어가면 통증의 신호체계인 신경계가 고장나 그 자체로 만성질환이 된다. 또 다른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만성통증에 대해 알아봤다.

1. 10명 중 1명이 ‘만성통증’

대한통증학회는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1명이 만성통증을 앓고 있다고 추산한다. 중장년층으로 넘어가면 더 많아진다. 40~50대는 만성통증으로 치료받는 비율이 20~30대보다 1.6배 정도 많다(통계청 자료). 나이와 상관없이 통증은 초기에 원인을 확실히 치료하면 거의 100% 완치된다. 하지만 통증의 신호전달 체계인 신경계가 망가지면 원인질환을 치료해도 통증 자체의 완치율은 50% 미만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모든 통증은 심각한 원인 질환이 없다고 해도 반드시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2. 급성통증이 만성통증으로 변하는 과정

다른 원인에서 출발한 통증이 자체적인 질병이 되는 과정은 무엇일까? 우리 몸 전체에는 혈관과 나란히 통증, 온도 등을 느끼는 신경의 센서(감각수용체)가 뻗어 있다. 신체 내·외부에서 자극이 주어지면 이 센서가 자극을 전기신호로 바꾸고, 전기신호는 말초·척수·뇌신경을 거쳐 뇌에 통증 정보를 전달한다. 이렇게 생긴 급성통증은 인체가 자극에서 스스로를 방어하거나 자극을 일으키는 문제를 치료하게 해주는 정상적인 반응이다.

1 - 통증전달물질 증가

급성통증이 반복되면서 3~6개월을 넘어서면 통증 자체가 통증을 전달하는 체계를 망가뜨린다. 신경세포에 통증을 전달해주는 전기신호(통증전달물질)가 많아져서 통증이 심해지고 지속시간도 길어진다. 이는 전기 에너지가 많이 들어오면 전구 빛이 더 환해지거나 오랫동안 불이 켜지는 원리와 같다.

2 - 통증수용단백질 증가

통증이 계속되면 신경세포 내에서 통증 자극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칼슘이 통증을 받아들이는 단백질을 더 많이 만들어내게 된다. 그 결과, 통증에 더욱 예민해지거나 자극이 전혀 없는 데도 통증을 느끼게 된다.

3 - 마약수용기 감소

통증이 계속되면 신경세포의 마약수용기 수도 줄어든다. 마약수용기란 통증을 억제하는 물질과 결합하는 조직으로, 마약수용기가 줄면 체내의 엔도르핀 같은 통증억제물질도 제 역할을 못 할 뿐 아니라, 진통제를 써도 신경세포에 제대로 결합하지 못하므로 약효를 내기 힘들다.

4 - 신경전달물질 감소

통증이 계속되면 스트레스가 심해져 세로토닌·도파민 등 뇌의 신경전달물질이 줄어들어 약을 써도 통증 억제가 잘 되지 않는데, 이것도 만성통증으로 진행하는 이유다.

3. 만성통증이 유발하는 문제

성인병·치매 위험

만성통증은 그 자체가 스트레스 자극이기 때문에,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몸을 흥분시키는 교감신경도 자극돼 혈압과 맥박 수치도 상승한다. 또 체내 스트레스호르몬 수치가 올라가 혈압과 혈당 등이 증가되므로 신체 전체적인 악영향이 쌓여 고혈압, 당뇨병, 치매 등의 위험이 커진다. 통증이 있는 부위는 잘 쓰지 않게 되고 아프지 않은 부위를 과도하게 써서 근골격계도 더 빠르게 약화된다. 심하면 뇌까지 쪼그라든다. 실제로. 통증이 조절되지 않은 사람은 제대로 조절되는 사람보다 고혈압 위험이 4배, 빈맥 위험이 2.3배, 스트레스호르몬 수치 상승 위험이 14배, 체내 염증수치(ESR) 증가 위험이 3.3배로 높다는 미국 연구가 있다. 만성통증 환자 그룹은 정상 그룹에 비해 뇌의 크기가 5~11% 작다는 연구도 있다.

정신 건강 악화

만성통증은 정신적 문제도 일으킨다. 대한통증학회가 통증클리닉 환자 1060명을 조사한 결과, 60%가 불면증 등 수면장애를 경험했다. 44%는 우울감, 40%는 집중력·기억력 감소, 37%는 불안감, 35%는 자살 충동을 호소했다. 만성통증을 겪으면 우울·분노·좌절·외로움·슬픔 등의 감정이 만성화돼 심하면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4. 만성통증 대처법

‘온 몸이 아프다’는 말을 달고 살면서 종합병원에 가기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혹은 어느 병원에 가야 할지 모른다는 이유로 통증을 방치하는 경우가 있다.

통증이 있을 때 증상별로 찾아야 하는 병원과 그곳에서 받을 수 있는 치료에

대해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치료해도 만성통증 안 나으면?

의원급 마취통증의학과에서 석 달 이상 치료받아도 나아지지 않으면 종합병원 마취통증의학과에 가보는 게 좋다. 마취통증의학과 외래진료를 보지 않으면, 가정의학과를 거쳐 통증 부위에 따라 진료과를 결정하면 된다. CT나 MRI 촬영을 통해 통증을 유발한 다른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 다른 진료과와 협진해 치료한다.

팔·다리… 충격받았다면 종합병원

팔·다리에 충격을 받았거나 손·발목을 삔 뒤 욱신거리고 붓는 증상이 지속되면 종합병원 마취통증의학과에 바로 가는 편이 낫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외상 후 특정 부위에 만성적으로 생기는 신경병성 통증)인 경우가 많다. 이는 진통제·항우울제·스테로이드제 등의 약물치료나 교감신경차단·관절강내주사요법·심리치료 등 복합적인 치료가 필요해, 동네의원급 마취통증의학과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다. 단, 종합병원 마취통증의학과는 수술환자 마취만 하고 외래 환자를 보지 않는 곳도 있으므로, 통증 진료가 가능한지 미리 알아봐야 한다. 외상이 없는데 생긴 통증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 동네에 있는 마취통증의학과에서 통증유발점 주사를 맞아볼 수 있다. 근육이 뭉친 부분(압통점)을 풀어주는 주사로, 거의 대부분 한 번 맞으면 통증이 없어진다.

근육·뼈·관절… 가까운 마취통증의학과

원인 질병이나 부상 없이 생긴 근육통은 가까운 마취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등에 가보자. 대부분 피로가 누적돼 주변 신경을 압박하면서 생긴 통증이다. 찜질·저주파요법 등을 한 달쯤 받으면 증상이 70~80% 정도 개선된다. 척추나 어깨·무릎관절 등이 아파서 걷기 힘든 정도라면 정형외과나 신경외과에서 원인 질환부터 체크해봐야 한다.

안면… 신경외과

얼굴에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반복해서 생기면 3차신경통일 수 있다. 3차신경은 얼굴과 머리에 생기는 감각을 뇌에 전달하는 뇌신경으로, 뇌혈관 등이 3차신경을 압박하면 통증이 생긴다. 3차신경에 종양이 생겼거나 다른 뇌신경이 손상을 입는 경우도 있으므로, 일단 신경외과에 가보는 편이 좋다. 종양이 없을 때 기본적인 치료법은 항경련제를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이지만, 마취통증의학과에서 신경을 아예 없애는 시술을 받기도 한다.

수술 부위… 수술받은 병원

수술 부위가 아문 뒤 흉터에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이때는 수술해준 주치의를 찾아야 한다. 병원이 멀어서 단순한 통증 때문에 찾아가기 부담되면 거주 지역의 종합병원 마취통증의학과에 가면 된다. 수술실에서 직접 통증을 조절한 경험이 많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국소마취약·마취진통제 등으로 통증을 없앤다.

불면증 동반한 통증… 정신건강의학과

우울감이나 불면증이 동반되면 마취통증의학과 또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도록 하자. 통증과 우울감의 관계를 파악한 후 약물 치료 등을 진행한다. 이 정도의 통증을 방치하면 심리적인 원인으로 통증이 심해진다.

흉통·두통… 내과

흉통은 심장내과·소화기내과 등에서 진료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흉통의 원인은 심혈관질환·근막통증증후군·역류성식도염 등으로 다양하고, 원인에 따라 치료법도 다르기 때문에 가까운 내과나 가정의학과에서 우선 상담받는 게 좋은 방법이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생기는 일과성두통은 진통제를 복용하면 된다. 그러나 통증의 빈도가 잦아지거나 만성화하면, 안전을 위해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정신이 건강해야 신체도 건강

몸에 아무 이상이 없는데도 만성통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스트레스나 우울증 등 정신적 요소가 원인인데, 만성통증 환자 7명 중 1명은 이 같은 정신적 요인 때문이라고 의료계는 본다. 통증을 유발하는 정신적 요인은 다양하다.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코르티솔 등 스트레스호르몬이 만성적으로 분비되는데, 그러면 우리 몸을 방어하는 체계가 붕괴돼 통증에 취약해진다. 이 때문에 평소에는 느끼지 못할 미세한 통증까지도 느끼게 된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 뇌의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줄이는 질환도 만성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세로토닌·도파민 등의 신경전달물질은 몸의 통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들이 줄어들면 만성통증 위험이 높아진다. 또 신체화장애·전환장애 등은 내시경이나 CT, MRI 등 각종 검사를 해도 몸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심한 복통·흉통·두통 등을 유발한다.

우울증이 있으면 작은 통증에도 민감해져 원인 모르게 온몸 여기저기가 아프거나 가벼운 통증도 훨씬 심하게 느낀다. 우울증 환자의 80% 정도가 통증을 동반해 여러 진료과목의 병·의원을 돌아다니면서 엉뚱한 치료를 받아 병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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