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한담] UBS와 결별한 하나금융그룹 속사정

전준범 기자 2017. 9.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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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대한투자신탁운용(현 하나UBS자산운용)은 국내 자산운용사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하는 회사였어요. 합작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컸겠습니까? 시행착오를 겪은 셈치고 다시 제대로 키워봐야죠.”

연합뉴스 제공

얼마 전 만난 하나금융지주(086790)고위 관계자는 스위스 금융그룹 UBS와의 10년 인연을 소개하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룹내 비(非)은행 자회사인 하나금융투자가 UBS로부터 하나UBS자산운용 지분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배경을 설명하던 중이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합작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는 등 시기적으로 운이 안좋기도 했다”며 “아무튼 10년 만에 경영권을 넘겨받게 된 만큼 하나UBS자산운용을 다시 업계 톱(Top) 운용사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습니다.

하나금융투자는 10년 전인 2007년 7월 하나UBS자산운용의 전신(前身)인 대한투자신탁운용 지분 51%를 UBS에 매각했습니다. 딱히 실적이 나빠서 그랬던 건 아닙니다. 당시 대한투자신탁운용은 한국투자신탁운용과 서로 “우리가 업계 1위”라며 신경전을 벌이는 수준의 회사였습니다.

하나금융그룹은 150년 전통의 글로벌 금융 명가(名家), 특히 자산관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UBS와 대한투자신탁운용이 만나면 국내 자산운용 업계에서 독보적인 1위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경영권을 내주면서까지 합작사를 설립한 이유입니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지난 10년간 한국 자본시장에서 하나UBS자산운용의 활약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별다른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죠. 특정 운용사를 떠올릴 때 자연스레 함께 떠오르는 대표 펀드도 하나UBS자산운용에는 딱히 없습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하나UBS자산운용이 운용 중인 펀드 94개(9월 11일 기준) 가운데 설정액이 1000억원을 넘는 상품은 9개에 불과합니다. 수탁고는 지난해 2700억원가량 줄었고, 올해도 이달 11일까지 1157억원 줄어든 상태입니다.

수익성도 지지부진합니다. 2006년 175억원이던 순이익은 2014년 120억원, 지난해 110억원으로 꾸준히 감소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도 5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59억원)에 비해 11% 줄었습니다. 수익성이 낮은 머니마켓펀드(MMF) 비중이 높아진 까닭입니다. “최고와 최고의 만남”이라고 홍보하던 10년 전에는 이런 결과를 상상했을까요.

하나금융그룹 제공

하나금융그룹의 또다른 비은행 자회사이자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인 하나자산운용은 하나UBS자산운용과 달리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해왔습니다. 국내 최초의 부동산 전문 운용사인 이 회사는 2006년 다올부동산자산운용이란 이름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하나자산운용이 2010년 하나금융지주의 손자회사로 편입될 당시 수탁고는 9118억원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미국 샌프란시스코 웰스파고 은행 본사, 브라질 상파울루 랜드마크 빌딩,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의회 오피스 빌딩, 미국 워싱턴 나사(NASA) 본사 빌딩 등을 잇따라 매입하며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습니다.

하나자산운용의 수탁고는 2017년 8월 말 기준 5조8261억원입니다. 7년 만에 6배 이상 불어난 것입니다. 물론 전문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두 운용사를 단순 비교할 순 없습니다. 다만 하나금융그룹 입장에선 ‘꼭 외국계 금융회사의 힘을 빌릴 필요가 없겠다’는 판단을 하기에 충분했을 겁니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타 금융그룹과의 자산운용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투자자 니즈를 반영한 상품을 신속히 내놓을 수 있는 체질 개선이 절실했다. 이를 위해서는 경영권을 확보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UBS보다 더 잘할 자신이 있다’로 들리는 건 저뿐일까요.

하나금융그룹은 하나금융투자 주도의 인수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고 합니다. 조만간 인수 절차에 본격적으로 착수합니다. 하나금융그룹의 다짐대로 하나UBS자산운용이 ‘명실상부 업계 최고 수준의 자산운용사’로 거듭나길 기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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