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신개념 투자냐, 광기의 투기냐..첫 가상화폐 거래소 객장에 가다

임지선 기자 입력 2017.09.14. 07:00 수정 2017.09.1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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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가상화폐 ‘투자’ 3개월째인 권모씨(55)는 지난 13일 오후 청주에서 KTX를 타고 서울 여의도에 왔다. 가상화폐 거래소 객장(오프라인 지점)을 방문해보기 위해서다. 1000만원을 가상화폐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에 분산해 투자하고 있는 권씨는 “간편하게 휴대전화로 투자를 할 수 있고 바로 현금으로 찾을 수도 있어서 주식보다 낫다”면서 “어떻게 운영되는지 눈으로 확인을 해보고 싶어서 직접 찾아왔다”고 말했다.

은행과 증권사들이 영업점을 점점 줄여가는 상황에서 서울 여의도에서도 임대료가 비싸기로 유명한 빌딩에 가상화폐 거래소 객장이 생겼다. 가상화폐 거래소 객장은 세계 처음이다. 사고파는 물건은 ‘가상’으로 보이지 않는데 거래소는 눈에 보이는 ‘실물’로 존재하는 것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객장인 ‘코인원 블록스’. 코인원 제공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원’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에스트레뉴 빌딩 3층에 가상화폐 시황 정보를 볼 수 있고 현금입출금기(ATM)에서 비트코인을 직접 거래할 수 있는 객장 ‘코인원 블록스’를 열었다. 약 100평 규모의 객장에서는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6개 가상화폐 시황 정보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상담사들로부터 가상화폐 관련 상담도 받을 수 있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 13일 오후 시간대에도 10여명 손님이 계좌 개설 등을 상담받고 있었다. 나이 지긋한 고령층과 30~40대 연령층이 고루 있었다. 코인원 측은 문을 연 첫날에는 60여명이 다녀갔고 20여명이 직접 상담을 받았다고 밝혔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코인원 블록스는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불편을 줄이기 위해 만든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김진형 코인원 팀장은 “모바일로 이용하다가 어려워서 직접 본사 로비로 와서 상담받고 가는 경우도 있을 만큼 나이 많은 분들이나 모바일 사용에 어려움을 겪은 분들이 오프라인 지점을 열어달라고 꾸준히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이달초 중국에서 가상화폐 거래소 임시 폐쇄할 것이라는 설이 돌면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 가격은 보름만에 15%가량 급락했으나 지난 1년간 국내 가격이 7배 넘게 오를 정도로 ‘광풍’이 불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1위 업체인 빗썸의 지난 8월22일 거래대금은 코스닥 거래대금을 넘어섰을 정도다. 최근 NH투자증권은 가상화폐 담당 애널리스트(연구원)를 두고 정기적으로 보고서를 발간키로 했다. 세계 처음으로 거래소 객장이 생길 만큼 가상화폐를 향한 관심은 점점 커져가고 있지만 여전히 가상화폐의 성격은 애매하다.

비트코인 이미지. 경향신문 자료사진

정부는 일단 ‘화폐’도 아니고 ‘상품’도 아니라고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일단 가상화폐 거래소와 거래하는 은행들에 실명인증 의무를 부여해 가상화폐가 불법 거래나 자금세탁에 악용되는 일을 막겠다고 발표했다. 정부 차원에서 처음 나온 가상화폐 관련 대책인데 가상화폐 거래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거래’로 인식한다는 뜻이 깔려있다.

그러나 이는 당장 ‘급한 불’만 끈 상황이다.

가상이기는 하지만 거래가 이뤄지고 소득이 발생하는데 세금은 부과되지 않고 있다. ‘상품’ 또는 ‘서비스’로 규정하지 않아 세금을 매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외국에서는 하나둘씩 세금을 부과하는 국가들이 생겨나고 있다. 일본 국세청은 지난 12일 가상화폐 거래로 얻는 차익을 ‘잡소득(기타소득)’으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캐나다는 2013년부터 비트코인을 일종의 자산으로 보고 과세하고, 미국, 중국, 호주, 싱가포르도 가상화폐에 소비세, 개인소득세 등 세금을 부과한다.

가상화폐 해킹도 문제다.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은 직원 컴퓨터가 해킹 공격을 당해 백억원대 피해가 발생하고 3만여명의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일이 벌어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북한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를 훔치기 위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에 집중하고 있다고 지난 12일(현지시간) 보도하기도 했다.

가상화폐 경고음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비트코인은 17세기 네덜란드 ‘튤립’보다 더 나쁜 사기”이라며 “비트코인은 결국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혹평했다. 다이먼 CEO는 가상화폐를 거래한 JP모건 소속 트레이더를 해고했다고도 밝혔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튤립을 둘러싼 거품경제 현상과 닮았다는 지적이다. 당시 희귀한 튤립의 구근이 집값 수준의 가격에 거래되자 투기목적의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으나, 가격 급락과 함께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고 국가적 경기침체로까지 이어졌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오프라인 객장과 같이 소비자들에게 가상화폐에 대한 신뢰를 주기 위한 시도는 긍정적”이라면서도 “가상화폐에 법정화폐의 지위를 부여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지금은 가상화폐 거래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최우선이고 그 다음에 증권이나 상품으로서 지위를 부여해 소득이 발생하면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