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시세 절반' 공시가만 바로잡아도..'보유세 인상' 효과

CBS노컷뉴스 이재준 기자 입력 2017.09.14.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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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래가와 큰 격차에 공정가액비율까지 '현실 왜곡'..정부 "중장기 검토"
보유세 인상 여부를 놓고 '당정 엇박자'로 논란이 가열되면서, 종합부동산세와 함께 또다른 '가용수단'으로 손꼽히는 과표 현실화 여부도 주목된다.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하는 세율 인상과 달리 정부 시행령만으로도 보유세 인상 효과를 거둘 수 있어서다.

각종 과세의 기준이 되는 부동산 공시가는 재산세와 종부세 등 보유세는 물론, 기초노령연금과 건강보험료, 재건축부담금 산정 등 60여개 조세와 행정의 기준이 되는 지표다.

하지만 실거래가와는 큰 차이가 있어, 정부가 허용해준 '합법적 탈세'란 비판도 끊이지 않아왔다.

가령 박근혜 전 대통령이 27년간 보유했던 서울 삼성동 단독주택은 지난 4월 67억 5천만원에 팔렸지만, 고위 공직자 재산공개시 신고한 공시가는 40.1%에 불과한 27억 1천만원이었다.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부지의 실거래가도 지난 2014년 매각 당시 10조 500억원이었지만 공시가는 22% 수준인 2조 2870억원에 불과했다. 삼성생명이 지난해 부영에 매각한 태평로 사옥의 거래가도 공시가인 1112억원의 5배가 넘는 5750억원에 달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실제와도 큰 격차를 나타내는 공시가에 또 한 번의 '변형'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재산세의 경우 공시가에 60%, 종부세는 80%를 곱해 과세 표준으로 삼고 있다. 이 비율이 바로 공정가액비율이다.

이러다보니 집값이 비쌀수록, 또 실거래가와 공시가의 격차가 클수록 보유세 산정에서 더 큰 혜택을 받게 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정세은 소장은 "실거래가 대비 공시가를 비교 분석해보면 전체적으로는 60%대에 그치고 있다"며 "특히 강남은 40%대로 그 격차가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격차를 방치하다보니 집값이 비싼 지역이 오히려 더 많은 세제 헤택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 경우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매년 1242만 7200원의 재산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정작 매겨진 세금은 5분의1 수준인 260만 1920원에 불과했다. 이 집을 보유한 27년간 아끼게 된 재산세만도 단순계산만으로 2억 6천만원을 넘어선다.

토지+자유연구소 남기업 소장은 "가령 시가가 100만원이면 과표는 60만원밖에 안되는데 이를 70만원, 80만원까지만 끌어올려도 보유세를 더 내게 되는 효과가 있다"며 "세율을 조정하거나 세법을 뜯어고치지 않아도 정부 의지만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조세 형평성은 높이고 다주택 투기를 차단하면서 세수를 확보하는 '일석삼조'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참여정부에선 공시가 반영비율을 2008년부터 매년 5%씩 높여 2017년까지 100%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명박정부 들어 공정시장가액 제도가 도입되면서 과세표준이 공시가의 80%로 고정된 데다, 세율도 0.15~0.5%에서 0.1~0.4%로 하향조정됐다. 종부세와 함께 보유세제 전체가 무력화된 셈이다.

따라서 세율 복원은 후순위로 미루더라도 최소한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보유세를 매기도록 과표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다만 상위 0.95%에만 부과되는 종부세와 달리, 전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재산세도 실질적으로 인상될 수밖에 없어 사회적 공감대가 따라야 한다. 청와대나 정부가 보유세 인상에 신중한 것도 종부세뿐 아니라 과표 현실화까지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남기업 소장은 "종부세 인상에 신중한 청와대 김수현 수석의 입장을 찬찬히 살펴보면 재산세 인상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말 내놓은 '2017년 중장기 조세정책 운용계획'을 통해 "거래세 부담이 높고 보유세 부담은 낮은 양도소득세·재산세 과세 제도를 손보겠다"고 밝혔다.

특히 "종부세의 과세표준을 결정하는 공정시장가액 등 재산평가제도를 개선·보완하는 방안도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제시했다.

이에 따라 현재 60%를 곱하는 재산세는 그대로 두되, 80%인 종부세의 공정가액비율은 끌어올리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하반기중 꾸려질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세율 인상 문제와 함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토지정의시민연대 이태경 사무처장은 "보유세 강화는 분명 옳은 방향이지만 참여정부의 종부세 부활로 이어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토지에만 부과하는 국토보유세에 기본소득을 결합하면 조세저항도 매끄럽게 넘어갈 수 있다"고 제언했다.

[CBS노컷뉴스 이재준 기자] zzlee@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