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보니]'장애인 특수학교' 주변 집값은 떨어졌다?..실거래가 확인해보니

조형국 기자 2017. 9. 14.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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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4년 9월 대구 달서구 용산동에 발달장애인 학생을 위한 특수학교 세명학교가 문을 열 때도 반대 민원이 쏟아졌다. 박철진 세명학교 초대교장은 2014년 5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지 선정에 어려움이 많았다. 어느 지역에 학교 설립이 추진된다는 말이 나오면 주민들이 심하게 반대했다. 이번에 개교하는 곳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2013년 자신의 계정에 “세명학교 짓는다고 할 때 동네 주민들이 집값 떨어진다고 그렇게 반대를 했다던데, 특수학교가 왜 혐오시설이지?”라는 글을 올렸다.

2008년 3월 울산 중구 약사동에 특수학교 혜인학교가 문을 열 때도 마찬가지였다. “교육연구단지는 적극 환영하지만 장애인 학교는 곤란하다.” 시 교육청이 혜인학교 건립지역을 중구 약사동으로 바꾸자 중구의회가 2002년에 밝힌 반대입장이다.

■말하긴 민망하고, 안 하자니 신경 쓰이는 ‘집값’

지난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교육감-주민토론회에서 장애 아이를 둔 지역주민이 특수학교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향해 큰절을 하고 있다. <노컷뉴스 제공>

(관련기사▶특수학교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무릎꿇고 큰절 올린 장애인 학부모들 )

“집값 떨어지기 싫다”는 노골적인 욕망은 현실에서 “지역 경제를 저해한다”거나 “더 필요한 시설은 따로 있다”로 표출된다. 2013년 3월 부산 강서구 명지동 한솔학교 건립을 반대한 일부 주민들도 “초등학교가 부족한 상황에서, 초등학교 부지로 예정된 곳에 장애인 시설이 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밖에 건 명분과 달리, 반대 여론을 끌고가는 힘은 ‘집값’에서 나온다. 강서구 주민 ㄱ씨는 당시 반상회 장면을 이렇게 기억했다. “반상회에 갔더니 특수학교 반대하는 사람들이 ‘명지동이 명품 동네, 명품 아파트가 돼야하는데 한솔학교가 들어오면 값이 떨어진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도 공공연히 ‘혐오시설 대문에 집값 떨어지면 책임질거냐’고 말하고 다녔다.”

최근 논란이 된 강서구 특수학교 반대 주민들도 집값을 명분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반대추진 비상대책위원회’가 내건 현수막은 ‘국립한방병원 건립하여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자’다. 이들은 “지역 특색에 맞는 사업으로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의료관광산업·한의학 육성을 통한 지역 발전을 도모하자는 취지를 지역 이기주의로 몰아세워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집값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장애인들이 오고가면 집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노후 밥줄이라고 달랑 집 하나인데 집값 떨어지면 어떻게 사냐”는 불만은 계속 나온다.

(관련기사▶“지적장애 내 딸, 일반 학교 졸업…다른 아이들 위해 무릎 꿇어”)

(관련기사▶한방병원 자리라 특수학교 안 된다는데...건립계획 '없음', 땅도 교육청 소유 )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교육감-주민토론회에서 지역 주민들이 장애인 학부모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집값 떨어질까? 아파트 매매가 따져보니

경향신문이 2006년 이후 서울과 전국 6개 광역시에서 개교한 특수학교 전수를 조사한 결과, 개교 전후 2년새 집값이 떨어진 곳은 1곳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은 국토교통부가 제공하는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확인되는 금액을 기준으로, 1년간 해당 아파트에서 거래된 금액의 평균으로 산출했다. 2006년 이후 7곳 특별·광역시에서 개교한 특수학교는 서울 다원학교(2015년), 부산 한솔학교(2013년), 부산 해마루학교(2013년), 대구 세명학교(2014년), 인천 미추홀학교(2008년), 광주 선우학교(2013년), 대전 가원학교(2012년), 울산 행복학교(2014년), 울산 혜인학교(2008년) 등 9곳이다.

출처 : 다음(DAUM) 지도

서울 다원학교에서 약 200m 떨어진 주암아파트는 2013년 실거래가 평균 1억3000만원에서 올해 2억원으로 7000만원가량 뛰었다. 주암아파트 옆에 붙은 성북아파트는 2014년 1억1000만원에서 올해 1억5815만원으로 올랐다. 다원학교는 재산 다툼으로 폐쇄 위기에 처한 명수학교(사립)를 시 교육청이 2015년 공립학교로 전환한 곳이다.

대구 세명학교에서 약 1㎞ 떨어진 성서5주공 아파트는 2012년 평균 1억2724만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 거래가는 세명학교가 개교한 2014년에도 1억5734만원으로 올랐고, 개교 1년인 2015년에는 1억7058만원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지난해 1억5042만원으로 내려갔다. 같은 현상은 인근 다른 아파트에서도 나타난다. 성서2보성타운은 2012년 1억5024만원에서 개교 1년 후인 2015년 1억9829만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한 뒤 지난해 1억7800만원대로 내려왔다. 고속도로 지선을 사이에 두고 700m가량 떨어진 용산파크타운도 2012년 1억3889만원에서 2015년 1억9937만원으로 올랐다가 지난해 1억7000만원대로 내려왔다. 학교 설립 후 오히려 가격이 최고점을 찍는 현상이 반복된 것이다.

출처 : 다음(DAUM) 지도

인천 미추홀학교는 인근의 신한아파트와의 거리가 500m도 채 안된다. 신한아파트는 미추홀학교 개교 2년 전인 2006년 4514만원 선에 거래됐지만 개교 해인 2008년 8381만원, 개교 2년 뒤인 2010년 9735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인근 아파트도 현상은 비슷하다. 신동아아파트와 아주아파트는 2006년 각각 1억2591만원, 6322만원에서 2010년 1억7809만원, 9545만원으로 올랐다.

광주 선우학교는 가장 가까운 아파트로부터 거리도 1㎞가 넘어 상대적으로 집값 논란에서 자유로웠던 곳이다. 선우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동아아파트는 2011년 1억9937만원에서 2013년 2억122만원, 2015년 2억5947만원으로 평균 거래가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삼호아파트도 2억1282만원에서 2억8575만원, 벽산아파트토 1억5077만원에서 2억864만원으로 올랐다.

출처 : 다음(DAUM) 지도

대전 가원학교도 ‘가수원동 주민 반대로 이름에서 한 글자가 빠졌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개교 과정에서 반대에 세게 부딪힌 곳이다. 가원학교에서 400m가량 떨어진 느리울마을11단지 아파트는 매매가 평균이 2010년 1억7200만원에서 4년 만에 2억1934만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관저리슈빌아파트는 2억6084만원에서 3억원, 같은 행정구역이지만 다소 거리가 있는 계룡아파트와 은아3단지 아파트는 각각 8519만원, 1억2493만원에서 1억948만원, 1억4927만원으로 상승했다.

울산 행복학교 인근의 반천현대아파트·세명그린파크, 울산 혜인학교 근처의 래미안 2차·삼환크리스탈 등도 특수학교 개교 전후로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4000만원 가까이 평균 매매가가 상승했다. 부산해마루학교 인근의 이지더원아파트, 정관현진에버빌은 2011~2015년 동안 각각 1452만원, 596만원 올라 다른 지역에 비해 상승폭이 작았다.

■홀로 내린 부산 강서구 명지동, 특수학교 효과? ‘NO’

2013년 한솔학교가 개교한 부산 강서구 명지동은 2006년 이후 7개 특수·광역시 중 특수학교 개교 전후 5년간 평균 아파트 매매가가 떨어진 유일한 곳이다. 한솔학교가 바로 붙은 엘크루솔마레아파트는 한솔학교 개교 1년 후 지어졌다. 입주 첫해 평균 2억9662만원이던 매매가는 이듬해 2억8962만원으로 떨어졌다. 2011년 3억1246만원에 거래된 극동스타클래스는 2013년 2억8628만원으로 바닥을 찍은 뒤 2014년 2억9554만원, 2015년 3억597만원으로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원래 가격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특수학교 효과가 생긴 것일까.

‘특수학교로 인한 가격 하락’으로 보기에는 이후 반전이 지나치게 빠르다. 2015년까지 과거 가격에도 미치지 못한 부산 강서구 명지동의 아파트들은 지난해부터 빠른 속도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 엘크루솔마레아파트 매매가 평균은 지난해 3억3435만원으로 1년 전보다 4500만원 가까이 올랐고 같은 기간 극동스타클래스는 2700만원 뛰었다. 2013년 생긴 두산위브포세이돈 아파트는 올해 3억3535만원으로 4년 전보다 4800만원, 2014년 생긴 한신휴플러스 아파트는 올해 3억3447만원으로 3년 전보다 5000만원 이상 상승했다.

출처 : 다음(DAUM) 지도

2013년 명지동 아파트 하락세는 입주물량 과잉에서 기인한 측면이 있다. 2013년 부산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은 약 2만500여가구 규모로 과거 7년새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2013년 이후 명지동에 들어선 아파트는 두산위브포세이돈, 삼정그린코아, 한신휴플러스, 엘크루솔마레, 대방노블랜드, 금강펜테리움, 에일린의 뜰, 협성휴포레, 중흥S클래스, 호반베르디움 등 10곳이 넘는다.

■“딴 곳보다 덜 올라도 문제”라면…

‘집값이 떨어지지 않았다’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수 있다. 특수학교 건립 효과로 집값 오름세가 다른 지역에 비해 더디다면, 이 역시 반대 명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교육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이마저도 확실치 않다. 부산대학교가 수행한 이 연구는 전국 167개 특수학교 인접지역(1㎞ 이내)과 비인접지역(1~2㎞ 이내)를 구분해 집값을 따졌다. 연구결과 인접지역과 비인접지역간 의미있는 수준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고 오히려 특수학교 인접지역에서 가격이 오른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기사▶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4032214025&code=940401 )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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