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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순신 종가 "현충사에 박정희 현판 내려라"

CBS노컷뉴스 송영훈 · 스마트뉴스팀 김세준 기자 입력 2017.09.14. 06:04 수정 2017.09.14. 07:17
왕실과 충무공 의미퇴색.. 종가 "난중일기 전시 중단하겠다" 경고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사당인 현충사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 철거 문제로 시끄럽다.

조선 19대 임금 숙종이 재위시절 이순신의 공적을 기려 현충사에 직접 현판을 사액했지만 현재 현충사에는 숙종이 아닌 박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이순신 종가는 현판 원상복구를 요구하며 난중일기 전시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 숙종 밀어낸 '박정희 현판'… 왕실현판은 화장실 옆에

1707년, 숙종은 이순신의 공적을 기려 충남 아산 현충사에 현판을 사액했다. 조선시대 임금의 사액을 받은 사당이나 서원은 그 권위를 인정받음과 동시에 왕실의 보호를 받는 존재로 여겨졌다.

충무공의 충성을 기린다는 뜻의 '현충(顯忠)'이라는 현판을 임금이 직접 내리면서 현충사는 성역으로 거듭났고 오늘날까지도 초임 군 장교나 경찰공무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CBS 취재진이 방문한 현충사에는 숙종의 현판이 아닌 다른 이의 현판이 본전을 차지하고 있었다. 친필현판의 주인공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현충사 본전에 걸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현판. (사진=김세준 기자)
정작 숙종의 사액현판은 현충사와는 도보로 15분여 떨어진 인적 드문 모퉁이로 밀려났다. 그나마 그 옆에 위치한 공용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한 관람객들의 발걸음만 이어질 뿐이었다.

1707년 숙종이 사액한 현판은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정책, 일제(日帝)의 이순신 가문 탄압도 모두 견뎌내며 그 명맥을 유지해왔다. 1932년에는 조선인들이 성금을 모아 현충사를 지켜내기도 했다.

하지만 1966년 박 전 대통령이 '현충사 성역화작업'을 진행하면서 숙종 현판은 현충사 본전자리를 대통령 친필현판에 내줘야 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충무공의 영정과 위패는 숙종이 아닌 박 전 대통령의 현판과 함께 참배객을 맞이하고 있다.

1706년 숙종이 사액한 현판은 박 전 대통령의 친필현판에 밀려 인적이 드문 모퉁이에 전시됐다. (사진=김세준 기자)
◇ 이순신 종가 "朴 현판 철거하라"… 난중일기 전시중단

충무공의 '명량대첩 승전 420주 년'을 맞은 올해 이순신 종가는 방치된 숙종 현판을 다시 원상 복구할 것을 문화재청에 요구하며 난중일기 전시를 중단하겠다고 13일 밝혔다. 현재 난중일기 원본은 현충사 내 박물관에 소장돼 전시 중이지만 종부 소유의 물품으로 언제든 전시를 철회할 수 있는 상황이다.

종부 최순선 씨는 "3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숙종 사액 현판을 복구할 때까지 난중일기의 전시를 영구 중단할 예정"이라며 "현충사가 올바른 역사의 의미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종부는 현판 원상복구는 물론 연말까지 충무공의 사당 앞에 심어진 일본의 국민나무 금송(일본명 고야마키)도 조속히 제거해줄 것을 요구하며 문화재청에 14일 진정서를 접수할 계획이다.
(관련기사 : CBS 노컷뉴스 17. 8. 13 이순신 장군 사당에 日 국민나무 '고야마키')

이에 문화재청 현충사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역사가 더 깊은 왕실현판으로 교체하는 것에 공감한다"면서도 "그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숙종 현판의 규격이 현재 현판보다 작아 교체할 경우 잘 안 보일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박 전 대통령이 다시 세운 이순신 현충사에는 박 전 대통령의 친필현판과 기념수가 심어졌다. (사진=김세준 기자)
◇ '이순신'은 없고 '박정희'만 있는 현충사

현충사는 1966년 성역화작업을 거치면서 거대한 규모로 재탄생했다. 하지만 17만여 평의 현충사가 정작 충무공보다는 박 전 대통령을 드러내는 용도로 쓰였다는 설명이 지배적이다.

문화재제자리찾기 혜문 대표는 "노태우 전 대통령도 교정작업을 지시했을 만큼 일본식으로 지어져 양식과 의미 모두 변질됐다"며 "성역화작업으로 현충사는 목조건물이 아닌 콘크리트로 만들어지는 등 박 전 대통령을 기념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5년에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조차 "현충사는 이순신 장군의 사당이라기보다 박정희 대통령의 기념관 같은 곳"이라 발언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당시 거센 항의로 유 전 청장이 공식사과하기도 했지만 문화재를 관리하는 당국에서조차 현충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실제로도 현충사 본전을 가기 위해 지나는 '충의문' 현판 역시 박 전 대통령의 친필로 제작됐다. 본전에 들어서서도 왼편엔 '박정희 대통령 각하'라 적힌 기념석과 함께 그가 직접 헌수한 일본나무 금송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현충사 외에도 임진왜란의 또 다른 영웅 권율 장군을 모신 경기도 충장사에도 박 전 대통령의 친필현판이 걸려있다.

종부 최 씨는 "현충사는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을 기념하는 곳 같다"며 "충무공의 의미를 퇴색한 현충사에 난중일기를 더 이상 전시할 수 없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CBS노컷뉴스 송영훈 · 스마트뉴스팀 김세준 기자] 0ho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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