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불신의 나라'가 된 깨끗한나라

김설아 기자 2017. 9. 14.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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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나라’를 이끄는 최병민 회장이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깨끗한나라는 생리대, 기저귀, 화장지 등으로 유명한 종합제지업체. 1966년 대한팔프공업으로 문을 연 뒤 51년째 국내시장에서 제지·생활용품의 제조·유통을 이어왔다.

지나온 50여년은 그야말로 다사다난이었다. 1980년 고 최화식 창업주로부터 아들인 최병민 회장이 회사를 물려받은 뒤 투자실패, 금융위기 등으로 실적이 악화됐고 2009년 급기야 사돈인 희성전자로 회사가 넘어갔다. 2015년 가까스로 회사를 다시 찾아왔지만 그해 영업이익이 전년의 반토막으로 줄어드는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엔 회사 안팎의 여러 위기가 한꺼번에 곪아 터진 분위기. 최 회장에게 드리운 불행의 그림자, 깨끗한나라가 직면한 악재를 들여다봤다.

깨끗한 나라, 릴리안 전체품 환불. /사진=뉴스1 박지혜 기자

◆ 악재① 릴리안 생리대 파문화 키운 늑장대응

우선 여론이 악화일로다. 지난달 초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깨끗한나라의 여성용품 ‘릴리안’을 착용한 후 생리량이 줄고 생리주기가 바뀌는 등 부작용이 생겼다는 논란이 확산됐다. 논란이 커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릴리안 생리대 제품 조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불씨를 더 키운 건 깨끗한나라 측의 늑장대응이었다. 사측은 첫 공식입장을 통해 “릴리안은 식약처 기준을 모두 통과한 안전한 제품”이라고 밝혔지만 릴리안 2종의 제품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질(TVOC)이 검출됐다는 시민단체와 대학 연구진의 실험결과가 확산되면서 논란이 거세졌다.

부작용 피해자를 중심으로 집단소송 움직임이 확대됐고 깨끗한나라는 뒤늦게 릴리안 생리대의 전 제품 환불 결정을 공식 발표했다. 이후 여성환경연대가 부작용 피해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진행하자 하루 만에 릴리안 전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뒤늦게 환불조치에 나섰지만 낮은 환불가격과 불편한 절차가 도마에 올랐다. 구입가격만큼의 환불이 아닌 사측의 온라인몰 기준에 맞춘 환불가격(생리대 소형 개당 130~215원, 중형 150~245원, 대형 170~280원, 오버나이트 265~365원)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릴리안 생리대 관련 논란이 확산되면서 깨끗한나라에서 생산하는 기저귀, 화장품, 물티슈 등 다른 제품으로도 불똥이 튀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선 최 회장이 좀 더 빠르게 대처했더라면 사태가 지금처럼 커지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고 비판한다.

◆ 악재주가하락, 매출타격 등 피해 현실화

설상가상 유·무형의 피해가 현실화되는 중이다. 당장 주가가 힘을 못쓰고 있다. 올 들어 5000원 이상을 호가하던 주가는 생리대 파문 이후 한때 4045원까지 하락했다. 주가가 4200원선으로 내려간 것은 2015년 8월25일 이후 2년 만.

식약처가 휘발성유기화합물질이 검출됐다는 시험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발표한 이후 반등세를 타고 있지만 신뢰를 주축으로 하는 위생소비재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해 앞으로의 행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환불이 이뤄지는 점을 감안할 때 환불비용 부담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더구나 깨끗한나라의 생활용품부문은 회사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진 핵심 사업부문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릴리안을 필두로 한 생리대 제품의 매출비중은 8.6% 수준. 여기에 깨끗한나라의 유아용 기저귀 ‘보솜이’, 성인용 기저귀 ‘봄날’, 유아용 물티슈 ‘비야비야’ 등 대표제품으로 소비자 불신이 확대될 경우 이로 인한 매출 타격은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3년 전 회사 경영권을 다시 찾고 경영정상화에 힘써온 최 회장에게 현 상황은 최대 위기일 수 있다”며 “대내외 상황이 더 악화된다면 충북 음성에 200억원을 들여 건설 중인 패드제품 생산공장 가동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악재일감몰아 자산증식, 내부거래 도마 위

급기야 일감몰아주기 논란까지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최 회장의 깨끗한나라는 그동안 족벌경영 체제와 내부거래 등 재산형성 과정을 둘러싼 의혹으로 여러 차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회사에 대한 전방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깨끗한나라는 보노아와 온스토어 등의 종속기업을 포함해 나라손, 나렉스, 온프로젝트, 용인시스템 등의 특수관계자가 있다. 이 중 오너 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금액이 많은 회사는 나라손. 이 회사의 지분은 최 회장의 부인인 구미정씨가 28%, 용인시스템이 72%를 갖고 있다.

화장지 제작판매 등을 주사업으로 하는 나라손은 그동안 깨끗한나라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적지 않은 실적을 얻었다. 2009년 말 기준 나라손의 자산 규모는 87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 171억원으로 2배 가까이 불었다. 지난해 깨끗한나라가 나라손에 제공한 일감의 규모만 325억원에 달한다.

화장지 판촉 인력을 파견하는 용인시스템 역시 지난해 깨끗한나라로부터 249억원 규모의 수수료를 지급받았다. 최 회장의 차녀인 윤수씨가 대표로 있는 광고물 제작사 온프로젝트도 지난해 깨끗한나라와 20억여원의 거래가 발생했다.

깨끗한나라가 오너 일가가 소유한 개인회사들의 내부거래로 성장하고 자산을 증식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깨끗한나라는 아직까지 대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아 현행법상 내부거래 규제대상에서 벗어난다.

깨끗한나라 관계자는 생리대 논란 수습과 관련해 “오는 15일까지 환불 절차를 진행 중이며 접수량이 많아 대응이 늦어지고 있지만 제품을 수거해 수량 확인절차를 거쳐 10월 중 계좌입금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깨끗한나라 내부거래와 관련해선 “홈쇼핑채널에 공급되는 나라손 기획상품이 많아졌고 동시에 상반기 매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깨끗한나라와 나라손의 내부거래가 규제 기준인 200억원을 넘었고 내부거래율 또한 98%에 달하므로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서 “일감몰아주기를 현 정부가 적폐로 지목한 만큼 칼날이 이곳까지 뻗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지난 50여년간 고객에게 꼭 필요한 생활용품을 만들며 성장한 깨끗한나라. 윤리경영을 중심으로 고객만족경영을 지향한다는 최 회장의 신념은 크고 작은 구설 속에서 진실과 멀어진 지 오래다. 그 자리를 ‘발암’과 ‘부작용’, ‘불신’ 등 부정적인 수식어가 대신하는 상황. 최 회장이 덮쳐오는 3개의 파도를 어떻게 넘을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5호(2017년 9월13~1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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