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무차관보, 증거 사진까지 보이며 "中·러, 북한 밀수 도와"

뉴욕/김덕한 특파원 2017. 9. 14.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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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 외교위 청문회 출석해 정보당국 포착 사진 제시
中·러 정면 지목하며 경고

미 하원 외교위원회가 12일(현지 시각) 개최한 '제재와 외교, 정보를 총동원한 북한 압박' 주제 청문회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 벌어졌다. 청문회에 출석한 마셜 빌링슬리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보가 직접 준비한 위성사진을 슬라이드 화면으로 제시하면서 "중국·러시아가 북한의 석탄 밀수출을 돕고 있다"고 공격한 것이다.

이 위성사진들은 파나마, 자메이카, 세인트키츠네비스 등지에 등록한 북한 선박이 중국과 북한, 러시아를 오가며 북한산 석탄을 수출하는 과정을 미 정보 당국이 포착한 것이다. 빌링슬리 차관보는 위성사진을 직접 손으로 가리키며 "중국에서 온 선박들이 트랜스폰더(배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하는 무선 신호기)를 끄고 북한 영해로 들어가서 석탄과 같은 (북한) 상품을 선적한다" "파나마 선적의 북한 배가 러시아에 정박해 북한산 석탄을 하역하고, 자메이카 선적의 배가 이 석탄을 싣고 중국으로 곧바로 갔다"며 구체적인 제재 위반 수법을 설명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이날 "북한 국적으로 의심되는 선박 수백 척이 홍콩 해운 회사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며 "이 선박들은 계속 국기를 바꾸거나 소유권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제재를 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셜 빌링슬리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보가 12일(현지 시각)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준비해온 정보 당국의 위성사진을 공개하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도 북한 석탄을 실은 선박이 여전히 중국과 러시아를 오가며 거래하고 있다”고 폭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빌링슬리 차관보는 "러시아 기업들이 북한을 계속 지원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로 제재 대상이 될 것이고, 중국 정부도 북한의 무역과 금융 접근을 막는 공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중·러를 정면으로 지목해 경고했다. 또 북한은행이 해외 지점을 모두 폐쇄토록 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도 여전히 러시아에서 영업 중인 사실을 거론하면서 "러시아가 노골적으로 유엔 결의안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 1일 유엔 제재에도 중국 선박들이 한밤중에 북한으로 들어가 수산물을 밀수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은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최근 밀수 단속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는 이날 "북·중 국경 도시인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 신(新)압록강대교 근처 밀수 루트에 중국 당국이 흙더미를 쌓아 올린 모습이 포착됐다"며 관련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이 매체는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이 흙더미는 트럭 등으로 밀수를 시도하는 무역업자들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중국 당국이 압록강 전역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강하게 밀무역 단속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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