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48년 정부수립' 정리, 박근혜 정부 '48년 건국' 첫 표현
혼용되던 건국·정부 수립 의미
2002년 교과서부터 용어 통일
'대한민국 수립' 표현 국정교과서
문재인 정부 출범하며 폐기 처리
━ 진영에 갇힌 건국 논쟁 ② 건국은 시점이 아니라 과정 “건국과 정부 수립이 다르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지난달 31일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자신의 사퇴 요구에 대해 이렇게 해명했다. 포스텍(옛 포항공대) 교수인 박 후보자는 2015년 연구보고서에서 ‘1948년 건국’이란 표현을 쓴 게 알려지며 여당으로부터도 사퇴 압력을 받았다. 1919년을 건국으로 보고 있는 현 정부의 역사관과 배치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건국’과 ‘정부 수립’을 구분하는 문제는 장관 후보자를 검증하는 주요 잣대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둘 사이를 명확하게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중·고교 역사교과서에서 ‘건국’과 ‘정부 수립’의 의미를 구분하기 시작한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다시 갈등이 시작된 건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8·15 경축사였다. 전년도에 ‘정부수립 66주년’이라고 했던 박 전 대통령이 ‘건국 67년’이라고 해서다. 한 달 후 교육부는 역사 교육과정의 내용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서 ‘대한민국 수립’으로 개정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가 한국사에서 검정교과서를 없애고 국정교과서를 추진키로 하면서 이 같은 논쟁은 더욱 심화됐다.
국정교과서 편찬 기준은 3·1운동을 ‘독립운동의 분수령’ 등으로 기술해 해방 이후 건국의 모태가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집필 기준에 쓰였던 ‘국가 수립’과 같은 표현은 삭제했다. 대신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표현했다. 광복 후 6·25까지 시기의 학습목표 자체를 “광복 이후 전개된 대한민국 수립 과정을 파악한다”고 명시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공개된 고등학교 한국사 국정교과서는 제7 단원 ‘대한민국의 발전과 현대 세계의 변화’ 첫 장에서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이 수립됐다”(244쪽)고 기술했다. 이어진 첫 번째 소단원의 제목도 ‘대한민국의 수립과 자유민주주의 시련’이었고 본문 곳곳에서 ‘대한민국 수립’이란 표현이 반복됐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국정교과서는 폐기됐고 이전처럼 검정교과서 체제로 회귀했다. 이에 따라 새로 만들어질 검정교과서는 1948년을 다시 ‘정부 수립’으로 기술할 예정이다. 아울러 1919년 3·1운동과 임시정부의 활동을 ‘건국’의 시발점으로 보는 내용이 함께 담길 전망이다.
특별취재팀=강홍준·고정애·문병주·윤석만·안효성·최규진 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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