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놈의 e메일 .. 코미를 못 말려서 " 클린턴 때늦은 탄식

김현기 2017. 9. 14.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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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서 밝힌 대선 6가지 패인
"많은 탄광 문 닫게 될 것"도 실언
당선 확신, 자택 옆 경호용 집 사기도
"더 이상은 공직에 출마 안 하겠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대선 3개월 전인 지난해 8월 뉴욕 차파쿠아의 자택 바로 옆집을 사들였다. 116만 달러(약 13억1000만원). 대통령에 당선될 것을 확신하고 대선 후 비서와 경호원 거주 용으로 구입한 것이다. 그러나 클린턴은 대선에서 졌다. 그는 텅 빈 옆집 식탁에서 대선 패배를 돌이키는 회한의 회고록을 썼다. 책 제목은 ‘무슨 일이 있었나(What Happened)’.

클린턴은 12일(현지시간) 발간한 회고록에서 예상치 못한 패배에 따른 심적 충격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충격의 대선 당일 밤 상황은 이렇게 소개했다.

“새벽이 다가오면서 모든 이들이 우리 방을 떠난 뒤 남은 건 나와 빌(남편)뿐이었다. 난 그때까지 울지 않았고 또 울어야 할지 어쩔지 몰랐다. 하지만 난 마치 지난 10년 동안 한잠도 자지 않은 것처럼 깊고도 엄청난 피로감을 느꼈다. 우리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응시했다. 빌이 내 손을 잡았고 우리는 그냥 거기에 누워 있었다.”

클린턴은 이날 여러 인터뷰를 통해 “더는 공직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차기 출마 가능성을 부정했다.

다음은 회고록에서 클린턴이 털어놓은 6가지 패인.

12일 회고록 『무슨 일이 있었나』 출간회에 참석한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 [AFP=연합뉴스]
①‘망할 놈의 e메일’=클린턴은 “국무장관 시절 개인 e메일 서버를 사용한 것, 그리고 그와 관련한 연방수사국(FBI) 수사가 결정적이고 파멸적인 스캔들로 이어진 ‘멍청한 실수’였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이 e메일 논쟁을 너무 크게 키웠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나의 책임”이라고도 썼다.

②“유권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클린턴은 “난 2016년의 유권자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으며 나라(미국)의 분위기에 맞지 않는 잘못된 후보였다”고 자인했다. 그는 “트럼프가 전문가처럼 가차없이 미국인의 분노와 억울함을 자극하는 리얼리티 TV쇼를 찍고 있을 때 나는 주도면밀한 정책으로 극히 전통적인 대선 운동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③광부(Coal miners)=클린턴은 지난해 3월 CNN의 타운홀 미팅에서 “앞으로 많은 광부와 탄광회사들은 문을 닫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노동자(광부)들을 재교육할 프로그램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청정 에너지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나온 ‘실언’이었다.

클린턴은 “이 말이 내가 가장 후회하는 실수”라고 지적했다. 이 발언으로 대표적인 석탄산업 마을인 켄터키주, 웨스트버지니아주, 오하이오주 등을 돌며 해명을 해야만 했다.

④“코미 FBI 국장을 방치하고 말았다”=7월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클린턴의 e메일 스캔들과 관련, 기소는 하지 않으면서도 “극도로 부주의했다”는 경고를 날렸다.

클린턴은 “난 직관적으로 이에 강하게 대응하고 코미 국장이 선을 넘었음을 분명히 유권자에게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우리 팀의 멤버들이 이에 반대하는 바람에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는데, 돌이켜보면 그건 실수였다”고 후회했다.

⑤“비판적 언론에 너무 정중했다”=클린턴은 언론에 대한 불만을 책 곳곳에서 언급하면서 특히 대선 두 달 전인 지난해 9월 7일 뉴욕에서 열린 NBC방송 주최 ‘군 최고사령관 포럼’을 문제삼았다.

당시 NBC 앵커 매트 라우어가 지나치게 자신만 몰아세우고 트럼프에 대해선 너그럽게 했다는 것이다. 클린턴은 “아마 트럼프는 라우어의 ‘활약’을 자신에 대한 ‘비금전적 기부’로 보고라도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⑥‘개탄스러운 집단’=클린턴은 “지난해 9월 ‘트럼프 지지자들의 절반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집단(Basket of deplorables)’이라고 말했는데, 그건 참으로 트럼프에게 ‘정치적 선물’을 건네준 것이었다”고 되돌이켰다. 또 “광범위한 집단을 일반화하는 것은 어리석다”며 “선의로 트럼프를 지지한 다수의 유권자들을 모욕하고 만 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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